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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먹는 게 삼대를 간다 - SBS 스페셜 생명의 선택
신동화.이은정 지음 / 민음인 / 2011년 1월

읽을 수록 놀라움이 가득한 책.
사실 비슷한 내용의 이야기들을 많이 들어도, 들었을때만 반짝 긴장할뿐, 금방 그 긴장감이 풀려서, 평소대로 즐기는 식성대로 돌아와 건강관리에 소홀하고는 했는데, 이 책이 주는 메시지는 다른 책들보다 좀더 강렬하다. 내가 먹는 음식으로 나 하나 몸 상할 수 있다는게 아니라, 내 손자, 손녀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내 몸 하나쯤 하고 웃어넘길 일이 결코 아닌 것이다.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이 거부된지는 아주 오래전 일이나, 최근 들어 후생 유전학적 측면에서 용불용설이 절대적으로 틀린 말이 아님이 입증되었다.
타고나지 않았어도 후천적으로 , 환경 등의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놓였던 상황이 자손, 그 손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침이 밝혀진 것이다. sbs 스페셜, 생명의 선택을 통해 이미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는 그 프로그램이 pd에 의해 꼼꼼하게 책으로 다시 만들어졌다. 나처럼 못보고 지나친 사람들을 위해 아예 꼼꼼하게 사진까지 첨부되어 궁금한 모든 점들을 실어 책으로 쉽게 풀어낸 것, 과학 용어로 많이 나오지만, 대부분은 보통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춰 이해될수 있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그 진실을 알게 되면, 지금의 식생활이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 몸서리치게 깨닫게 된다.
물론 전통 자연식, 한식을 고수하고 있는 사람들은 별문제가 없겠지만 나처럼 서양식에 길들여져서 인스턴트와 외식, 양식 등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정말 치명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아들, 그리고 아직 못 만났지만 자식보다도 더 예쁘다는 손주들의 건강까지 바로 내가 먹는 이 음식에 의해 건강이 결정된다니 얼마나 놀랍고 걱정스러운 일인가.
조상의 생활이 후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특정한 시기가 있다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이른바 민감기 효과다.
기근이나 과식이 이런 효과를 낼 수 있는 시기는 조모와 조부의 경우가 서로 다르다고 덧붙였다.
할머니는 배속에 있을 때이며 할아버지는 사춘기 직전이다. 민감기는 난자와 정자의 형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36p
책이 주는 메시지는 강렬하면서도 간단하다.
전통 한식 , 자연식을 하라는 것. 우리 조상들은 스트레스 가득한 고기로 밥상을 채우지도 않았고, 후딱 만들어 올리는 기름진 인스턴트로 허기를 채우지도 않았다. 농약도 거의 안 뿌린 그런 채소를 생으로 곁들이고, 잡곡 밥과 수수한 반찬으로 자극적이지 않은 식사를 하고 운동량도 많은 편이었다. 그렇게 건강했던 우리 한국인들이 서양식 밥상을 접하게 되면서 많은 문제점들이 생겨나고 있다. 실제로 나 또한 전통 한국식 밥상보다 쉽게 차려지는 밥상에 익숙하고, 채소보다 고기를 훨씬 더 좋아하고, 피자나 햄버거 등을 아이들 만큼이나 좋아하는 아직도 아이 입맛같은 식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쉽게 불어난 살들이 잘 빠지지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이요법으로 체중 조절할 엄두를 못 낸채 입에 맞는 간편한 음식을 아직도 추구하고 있었다.
적게 먹고 많이 활동하여 몸짱을 유지하던 미국의 인디언 부족이 이제는 세계 최고의 당뇨병 부족이라는 오명을 쓰게 되었다는 놀라운 사연도 소개되었다.
선천적 유전인자가 아닌 건강했던 그들이 당뇨병 부족이 되어 버린건 후천적으로 그들에게 물밀듯이 들어온 놀라운 서구의 인스턴트 음식들 때문이었다. 건강했던 그들이 누구보다도 뚱뚱한 당뇨병 환자들이 되어, 가족을 잃고, 자신들도 약과 인슐린 주사를 평생 달고 사는 처지가 되어버린 비참한 신세를 토로하는 모습에서 서구의 패스트 푸드가 주는 악영향을 제대로 실감할 수가 있었다.
이 책을 읽고 가장 먼저 반성했던 것이 바로 아기의 밥상이었다.
아기 아빠는 워낙에 한식, 자연식 밥상을좋아하는 터라 생선과 채소 등을 좋아하고 엄마인 나는 고기를좋아하는데, 우리아이도 어렸을 적에는 된장국에 채소 등을 조금씩 먹다가 요즘에는 아예 매일 계란 후라이만찾고, 조금의 생선, 국 등만 먹어 나물 등을 섭취하는 빈도가 너무나 적었다.
책에 맨처음에 언급되었던 엽산이 부족한 산시성에서의 충격적인 실태는 정말 눈으로 보기 힘들 정도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엽산이 부족할 경우 신경관 결손에 의한 유산 등이 일어나거나 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어도 그 마을에서는 그런 일도 허다하지만, 태어난 아이들조차 정상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것이 대부분의 식습관에서 채소가 거의 빠져있는 환경적 요소가 치명적인 원인이라고 하였다. 그러니 우리 아이들 식단에 채소가 빠지는 것에 민감히 반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실제로 나 또한 결혼 후 바로 임신했을때 3개월도 못 되어 아이를 잃었던 눈물어린 경험이 있었다. 그때의 원인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신경관 결손증일 확률이 높다고 해서 , 그 이후에는 가임기에도 남들보다 과량의 엽산을 복용해야 했고, 실제 임신했을 때에도 남들 4배 정도의 엽산을 복용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채소에 특히 많다는 엽산, 채소의 적절한 복용 여부가 태아의 건강에 치명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인자인 것이었다.
게다가 실제 암환자나 심혈관계 질환을 앓고 있는 많은 환자들 가운데서도 식습관과 운동 등의 생활 습관 개선만으로 질환이 개선된 놀라운 사례들도 소개되었다.
나 하나 어떠랴 싶은 젊은 날의 패기는 접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와 함께 내 손주와 함께 행복하고 건강한 미래를 꿈꾸고 노후에도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타고난 유전자 뿐 아니라 후천적 유전자를 긍정적으로 개발시키기 위해서라도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 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했다.
건강에 관한 놀라운 기적같은 책들을 몇권 읽기는 했지만, 이 책보다 그 강렬함이 강하지는 않았다. 이 책은 나에게 큰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 분명했다.
게으른 나조차도 아기 반찬에 채소 한가지라도 더 올리려 노력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내 몸의 건강을 우선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