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봐주어 너무도 미안한 그 아름다움
서진영 지음 / 시드페이퍼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만나기 힘들었던 우리나라 공예 무형문화재 장인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이야기를 글과 사진으로 풀어낸 책, 몰라봐 주어 너무 미안한 그 아름다움.

작가가 장인의 솜씨와 작품에 놀라고 반했듯이 나 또한 멀리 있지 않은 그들의 삶과 작품에 매료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동시에 감사하고 또 죄송한 마음도 들었다.

맨 처음 소개된 한산은 내 고향 서천에서 가까운 곳이라, 외가에 다녀올 적마다 간혹 들르곤 했던 곳이다. 건물 안에 들어가보지 않고 그저 잠시 쉬어가곤 했던 한산 모시체험관. 어릴적 외가에 놀러가 옆집 할머니께서 모시를 짜고 있는 모습을 봤던 기억이 나는데, 장인의 모습 또한 바로 그 모습 그대로였다.

그리고 모시 씨앗을 이로 쪼개어 실을 만들어 나간다는것에 놀라워하며 엄마께 여쭤봤더니, 옛날 모시를 많이 짜던 여인들은 그래서 앞니가 ㄱ자로 쪼개져 있곤 했다 하시었다. 그저 곱고 예쁘게 완성된 옷감이나 옷으로 만나봤던 모시, 그 한올한올이 여인들의 피땀이 어린 작품이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된 것.

 

이 책에는 장인이 되기까지의 과정과 장인이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 (꽤 상세해서, 놀랄 정도다. 직접 만나 인터뷰하고 소상히 기록해서, 과정을 들여다보면 대충이라는게 없는 작가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 , 작품이야기 등이 실려 있어서 여행에세이처럼 편안하게 진행되는 이책이 꽤나 재미나고 흥미진진하게 읽힘을 알 수 있다. 어렵지 않게 재미나게 풀어내는 재주, 작가는 바로 그런 글솜씨를 갖춘 사람이었다.

 

천연으로 뽑아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섬세하고 고급스러운 예쁜 쪽빛들.

해외 박물관의 작품과 값비싼 해외 명품에만 눈을 돌릴게 아니라 우리 선조들이 대대로 물려내려준 장인들의 솜씨가 얼마나 곱고 아름다운지 새삼 다시 깨달을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하는 작품이었다. 작가의 마음따라 우리도 그렇게 시선을 돌리고, 아름다움 속에 폭 빠져들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

 

집 전체를 한옥으로 지으면 비용 부담이 많이 되어서, 양옥의 구조에 한옥으로 장식을 한 효과로 비용 절감을 하고, 또 너무나 멋드러진 집을 만들어낸 김순기 선생의 작품.

다시 봐도 아름다울, 누구나 지나쳐갈 수 없는 그런 가옥이었다. 유리창 안에 한지와 아름다운 나무 문살로 디자인된 그 섬세함들.

그 어느 저택 부럽지않을 우리의 고유한 멋이 아니었을까 싶다. 특히나천장을 올려다보면 그 아름다움에 다시금 반하게 되는 그곳.

서양식 편안한 호텔도 좋지만, 이렇게 예쁘게 지어진 한옥 호텔이 있어서 평범한 사람들도 그 방을 제대로 즐겨볼 수 있으면 좋겠다 하는 그런 곳이었다.

 

예사롭지 않은 글솜씨다 했는데 역시나 책을 무척이나 좋아해 북디자인까지 관심을 가질 정도였다니 역시 많은 독서에서 그녀의 정돈된 글솜씨가 나오는 가 싶었다.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 장인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중간중간 그녀의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사람은 한양으로 가라는 말과 달리 그녀는 당당히 제주도에서 대학과 직장생활을 하고, 지금은 또 서울의 어느 옥탑방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꾸리고 있다. 갑갑한 고시원, 아파트 생활보다 자신만의 옥탑방을 개조하여 살아가는데 더 참된 재미를 느낀다는 그녀. 멋진 옹기 장인을 만나고 돌아와 주인댁 항아리 뚜껑을 잠시 빌려, 두부 파스타를 만들어 담아내는 센스 또한 그녀의 멋진 감각을 보여주는 듯 하였다.

 

장인에 대한 사랑이 담긴, 그 아름다움에 대한 미안함으로 적어낸 제목, 작가의 마음이 가득한 그 제목을 다시 떠올리며, 장인들과 함께 한 그 곳, 그 장소에 나도 언젠가 가보고픈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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