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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북투로 가는 길 - 서아프리카 전설 속 황금도시를 찾아가는 1,000킬로미터 여행!
키라 살락 지음, 박종윤 옮김 / 터치아트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카약?" 그가 침을 튀며 말했다. "어디로 가는 데요?"
"세고우에서 팀북투까지 노를 저어 가려구요."
" 그렇게 멀리!"
"1000킬로미터 가량 되죠."
"혼자 갑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도 그런 일을 한 사람이 있었습니까?"
"아뇨. 제가 알기로는 제가 처음입니다." 4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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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진정한 라라 크로포트라는 평을 받은 키라 살락.
한 젊은 미국 여성의 이 무모한 도전이 얼마나 대단한 모험이고 위험한 도전이 되는지 여행기 내내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놀라는 현지인들을 만나게 된다. 사실 하마나 악어를 만날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약탈이나 살해의 위협을 받을수도 있고, 날씨조차 온전히 운에 따라야만 하는 니제르 강에서 고무 카약 하나에 의지해, 가이드 하나 없이 연약한 여성의 팔힘 하나만으로 1000km를 간다는 것이 정말 대단한 일이라는 것을 책을 읽으며 더욱 깨닫게 된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협찬으로 출발한 여행이었기에 그녀는 가끔씩 그녀의 자유롭고 조용한 사생활을 방해받으며 며칠에 한번씩이라도 사진작가 레미와 만나 여행기를 주제로 한 사진을 찍혀야만 했다. 사진에 대한 그녀의 거부감이 있어서일까? 책에서는 독창적인 그녀의 여행기를 기대하며 펼쳐들었던 서아프리카의 아름다울 장관이 가득한 사진이 단 한점도 소개되어 있지 않다.
오로지 그녀의 사투와 다름없는 모험과 여정이 담겨 있을뿐이다.
어쩌면 그렇게 장엄한 일에 앞서서 그녀의 감정보다 협찬의 목적이 강한 사진을 보며 여행기의 본 목적을 흐리기 보다, 그녀의 여행기 자체에 심취할 수 있도록 오히려 사진을 뺀 것이 도움이 되는지도 몰랐다. 사실 많은 여행기에서 인상적인 내용도 많지만, 멋드러진 사진에 압도되어 여행기의 글이 묻히는 적도 많았기에 고생스러웠을, 그러나 강인하게 이겨내는 그녀 자신의 목소리에 담긴 이야기에 몰두하는 편이 더 나았을런지도 모른다.
파크가 정말 물러난 것은 도적떼가 나타나 모든 것을 빼앗고 폭행한뒤 사막에 내버린 다음이다. 그가 바로 내가 ' 이 여행에서 만나고자 하는 멍고 파크'다. 그는 힘도 의지도 완전히 사라져버린 극도로 절망적인 상황에서 근처에 핀 이끼의 아름다움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무한한 인내심과 감탄으로 관찰하는 사람이다. 29p
여행을 편안하게 즐기기보다 남들이 하지 않은 일, 혹은 하지 못하는 일에 더 도전하기를, 안된다고 하는 일에 부딪혀 이겨내기를 좋아하는 강인한 여성 키라.
그녀를 팀북투에 이르는 니제르 강으로 이끌게 한 사람이 바로 멍고 파크였다. 결국 두번의 도전 끝에 니제르 강에서 목숨까지 잃었지만 말이다. 몇백년전의 남자, 게다가 당시에는 다른 백인들, 그리고 현지인들의 도움까지 받은 대대적인 원정대였는데, 그녀는 혼자서 노젓고, 게다가 여성의 힘으로 그 엄청난 거리에 도전장을 던졌다. 출발부터 심상치 않았고, 그녀 자신조차 자신의 성공을 예감하기가 힘들었다. 전생에 악연이었는지 하마를 맞닥뜨릴까 두려웠고, 출발한지 얼마 안되어 오른팔 근육이 파열되는 부상을 입는다.
그 어느 때보다 파크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된 기분이다. 일단 여행이 시작되면 돌아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행이란 그런 것이다. 여행은 떠난 사람을 속박하고 포로로 잡고 마취시킨다. 여행은 결국 도착하게 될 목적지의 '이미지'로 사람을 유혹한다. 떠나는 사람은 그림같은 해변에 도착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약속한 그 모든 것을 떠올린다. 파크에게는 금으로 뒤덮인 거리, 시원한 오아시스의 샘물, 귓가에서 속삭이는 처녀들이었을 것이다. 나는 훨씬 간단하다. '프렌치 프라이'와 '에어컨'이다. 77.78p
숙박 역시 편안한 곳이 아니라, 마을에 들러 추장에게 돈을 헌납하고 쉴 곳을 물색하거나, 아니면 정말 텐트를 치고 혼자서 야영을 하기도 한다.
투밥, 백인에게 호의적인 곳들도 있지만, 그녀가 백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적의를 갖고, 돈이나 내라고 내모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저 그녀가 그들에게는 돈을 마구 뿌려대는 부유한 백인 관광객으로 비춰진다는 것이 여행 내내 키라를 힘들게 하는 일이 되기도 한다. 관광객을 많이 상대하는 지역일수록 백인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과 목소리는 무조건 돈이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순수함을 잃고 돈을 외쳐대는 사람들 앞에 그녀는 견디기 힘든 그런 고통을 겪는다. 그녀 역시 미국에서 간신히 가난을 면할 정도의 혹은 그 경계에 걸쳐있는 고통을 겪어가며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었기에..
여행은 그저 휴식을 위한 것이라며, 절대로 육체적 고통이 따를 만한 여행은 마다하는 내게 그녀의 목숨을 건 위험한 여행은 정말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책을 읽는 동안도 가족과 함께 차로 편안히 가까운 바닷가를 다녀왔기에 오며 가며 차 안에서, 혹은 바다를 바라보는 편안한 숙소에서 읽는 이 책은, 나와 그녀를 묘한 대조 선상에 놓이게 만들었다. 편안하게 살수도 있는 길을 내던지고, 다만 후렌치 후라이 하나, 혹은 제대로 된 물 한병이 그리울 오지의 땅에서 부상과 질병 등을 겪어 가며 치열하게 노를 젓게 만든것이 무엇일까 싶어서..
분명 나는 편안한 여행을 다녀왔는데 책을 다 덮고 나니, 생생한 그녀의 여행기에 나 또한 노를 반쯤 따라 저은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돈을 달라 쫓아오는 사람들서부터, 말리의 애인이 되겠다며 다가오는 무례한 남자까지..
그녀의 생생한 여행기와 모험기는 앞으로도 쉽게 만나기 힘들 그런 극기 체험 중 하나가 아닐까 싶었다. 가끔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저렇게 힘든 곳에 목숨까지 걸어가면서 다니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방에서 바라보는 기분이 참 이상했는데, 그녀의 책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나만 너무 편해 미안하다는 생각과 함께, 왜 고생을 사서 할까 싶은 안타까움까지..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뒤엎게 만든 것이 그녀가 팀북투 끝에 이르러 한 선행이었다.
생식기의 대부분을 잘라버려야 하는 "여성 할례"라 들었던 끔찍한 일의 정체, 그리고 같은 흑인이면서 피부가 더 검고, 선량하다는 이유로 투아레그 족에게 노예처럼 부림을 당하는 벨라인들의 슬픈 처지. 그녀는 여행 처음부터 적은 인원이라도 , 단 한 두명이라도 노예를 사서, 그들을 자유의 몸으로 풀어주고자 하는 마음을 먹었던 것이다. 그렇게 선택된 두 명의 여인들. 그 여인들이 안고 있던 아기 하나는 주인이 놔주지 않아 노예에서 해방되지 못했다. 사실 그들에게는 엄청난 댓가였을 그 돈으로 과연, 그녀들의 해방이 완전히 보장이 되었을지 걱정스럽기도 했다.
그녀의 치열했던 여행기로 아프리카 여인들 그리고 노예 생활을 하는 벨라인들의 생활까지 곁들여 알게 되었다. 모든것이 참으로 놀랍다라 말한 키라, 그녀를 통해 나 또한 놀라운 세상을 만나게 되었다. 아프리카의 아름다움보다, 니제르 강의 알 수 없는 끝보다 더 초점을 맞추게 된 것은 바로 그녀가 만난 사람들이었다. 그녀를 돈으로 보는 사람들에 지치게도 만들었으나, 그녀에게 웃음을 주게도 하고, 때로는 그녀를 지치게도 한 수많은 종족들, 그리고 백인, 문명인으로써 그녀가 겪었던 괴리감과 미안함들. 그녀가 들려주는 1000킬로미터의 여행은 다시 만나기 힘들, The cruelest journey 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