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1 밀레니엄 (뿔)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밀레니엄 시리즈에 붙은 수식어는 "불멸의 문학"이라는 최고의 찬사 외에도 가히 놀라운 숫자로 대변되는 것들이었다. 2005년부터 3년에 걸쳐 스웨덴에서 출간된 후 현재까지 전 세계 41개국과 판권 계약을 맺고 30여개국에서 출간되었다. 현재까지 스웨덴에서 350만 부(스웨덴 인구 910만명 중 1/3이상), 덴마크와 노르웨이에서는 인구의 1/5이상 밀레니엄 시리즈를 읽은 것을 시작으로 미국 900만 부, 영국 700만부, 독일 560만부, 프랑스 330만부, 이탈리아 320만부, 스페인 350만부 이상 판매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몇년전 이미 출간되었던 작품이었지만, 예상외로 저조한 판매율을 보였고, 다시 또 세계적 흥행에 힘입어 이번에는 웅진 문학이라는 대형출판사에서  재출간되었다. 또한 그 전에는 미처 듣지 못했던 밀레니엄의 아성을 재출간과 동시에 나 또한 알게 되어 같이 흥분하게 되었고 말이다. 뒤늦게 합류한, 그러나 지금부터가 시작된 밀레니엄의 신화.

 

작가 스티그 라르손의 심장마비에 의한 사망으로 10부가 예정되었던 작품이 아쉽게도 3부에서 끝이 나고 말았지만, 3부까지의 여정은 결코 짧은 여정이 되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그토록 이 책은 흡입력이 강하다. 처음에는 스웨덴 특유의 인명과 지명이 낯설어 책을 읽으면서도 긴 호흡, 게다가 생소한 이름에 자꾸만 거리감이 들기도 하였으나, 어딘가 다른 이야기들이 진행되다가 결국 연결되는 그 방식, 게다가 그 주인공들이 어떻게 인연을 맺고, 어떻게 사건이 펼쳐질지에 대한, 도입 단계에 지나지 않은 1부의 1권을 읽은 것 만으로도 장을 넘길수록 빨라지는 몰입도와 호흡에 힘입어 그 다음권에 대한 깊은 갈망이 생겨났다.

이미 과거에 나왔던 밀레니엄을 다 읽어본 사람들이 몹시 부러워질정도로 말이다.

 

그녀가 가져오는 결과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기막힌 것 뿐이었다.

아르만스키는 리스베트 살란데르야말로 유일무이한 재능의 소유자라 확신했다. ..

뭔가 밝혀내야할 수상쩍인 것이 있을 경우,

그녀의 정밀한 시선은 마치 컴퓨터에 의해 조종되는 크루즈 미사일처럼 조사 대상 위에 내리꽂히곤 했다. 53p

 

자신의 가장 유능한 정보원이 거식증 환자처럼 비쩍 마른 데다 엄청 짧게 커트한 머리에 코와 눈썹에는 피어싱까지 한 창백한 여자라는 사실이었다. 56p

 

책을 읽기 전부터 사실 두 주인공, 그 중에서도 특히나 너무나 특이한 여주인공에 대한 설명에 미리 어떤 마음의 준비를 해야할지 걱정되기도 하였다.

대부분의 헐리웃 영화나 일반 소설 등에서 여주인공은 아주 정상적이거나 혹은 오히려 아주 비범한 캐릭터이기 마련인데, 책속 주인공 리스베트 역시 천재이기는 하나, 정신병자로 분류될 정도로 사회적 약자로 취급되는 그런 존재이다. 외양도 특이하고 무엇보다도 사회 부적응자 같은 행태에 정부에서는 그녀를 결국 후견인이 필요한 존재로 못을 박아두었다. 우리나라와 너무나 다른 스웨덴의 사회복지제도. 복지가 뛰어난 나라 같으나 사실은 후견인의 도움이 전혀 필요치 않은 사람조차도 족쇄를 채울 수 있는 그 제도의 허상을 짚고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스티그 라르손이 기자 출신이어서일까? 그가 바라보는 문학과 현실은 따로 놀지만은 않는다. 지극히 정상적인 데이터, 그러면서도 끔찍한 현실의 수치가 인용구처럼 소제목에 붙어서 다음의 사건을 암시한다.

 

하지만 웬일인지 리스베트 살란데르는 견고한 도움과 후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자꾸만 들었다. 62p

결국 그 후원인제도로 리스베트가 받은 성적 억압과 불평등은 그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사람으로 자신을 지목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느끼게 해준다.

 

 

 

 

 

"하리에트 방예르야. 내 형 리샤르드의 손녀지. 그 해 여름, 그녀는 자네를 데리고 여러 차례 놀아주었다네.

자네는 아마 세 살 정도 됐고, 그녀는 열두살 이었지." 118p

 

또다른 주인공 미카엘 블롬크비스트. 밀레니엄 잡지의 편집자이자 대표로 활동중인 그는 아주 강직하고 소신있는 기자였으나 어느 한 사건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매장당할 위기에 내몰린다. 그가 나서지 않았어도 될 것 같았던 어느 한 경영진의 비리사건을 파헤치다가 증거 불충분으로 피고에 대한 명예훼손죄로 유죄를 선고받기에 이른다. 직장 동료이자 유부녀인 대학 동기와 애매한 불륜 관계에 있는 바람둥이로 보이는 그가 사실상 업무 처리 능력만큼은 깔끔하고 탁월했음에도 스스로 기름을 붓고 불에 뛰어드는 불나방 같은 행동을 한것에는 많은 이들이 의문을 품었고, 자신 또한 빠져나오지 못하는 그 덫 속에서 괴로움을 면치 못하였다.

 

그러다 이 책의 첫 시작에 나오는 놀라온 사건과 드디어 엮이게 된다.

하리에트 방예르.

기업 재벌 가문인 방예르 가문의 한 소녀의 실종 사건. 40년이나 지난 그 사건은 소녀의 죽음을 밝혀내지 못한채 종결되었고, 매년 소녀를 아꼈던 할아버지의 생일날 선물로 배달되는 압화만이 할아버지와 전직 수사관을 미치게 할 뿐이었다.

 

저보다 훨씬 능력있는 경찰들과 전문 수사 인력이 지난 수십 년간 매달려 왔지만 결국 해결하지 못한 미스터리를 ,

 갑자기 마술처럼 '뿅' 하고 해결하라는 소리입니다.

또 발생한지 40년이 지난 범죄를 지금 와서 해결하라는 소리이기도 하고요.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이죠? 168p

 

전재산을 잃고 기자의 생명도 끝이 났다 할 수 있는 미카엘에게 내밀어진 구원의 손길은 전혀 뜻밖의 장소에서 흘러나온다.

그리고 그와 전혀 무관할 것 같았던 리스베트의 인연도 아주 우연히 시작되었다. 그렇게 라그손은 부패한 사회제도와 기업가의 비리 등을 파헤치는 거대한문제에서부터 밀실 미스터리로 갇힌 40년 전의 해결되지 않은 사건 등을 결합시켜 독자들의 관심사를 조심조심 증폭시켜 간다.

 

미칠것같이 짜증나는 세상에 대한 반발. 그 복수를 아주 통쾌하게 해내는 리스베트를 보여주면서, 앞으로 펼쳐질 라그손의 이야기들이 어떻게 진행될지 기대감마저 심어준다. 불멸의 문학, 그 속으로 이미 난 한발자국 내딛었고, 빠져나올 수 없는 늪에 들어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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