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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도시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12월
평점 :

이 책을 말하기에 앞서, 작가 오쿠다 히데오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있다.
이미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작가 오쿠다 히데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작품들을 읽어왔고, 신작에 열광하고 있었다. 뒤늦게 그 열풍에 합류한 나는 최초로 읽은 작품이 오쿠다 히데오의 올림픽이었는데, 아테네올림픽을 참관하는 에세이로 씌여진 작품이라 그의 다른 소설들의 인기를 실감하기에는 다소 아쉬운 책이었다. 하지만, 분명히 느낄 수 있는것은 감출 수 없는 그만의 재치있는 말발들. 소설에서 만나면 얼마나 재치있게 인생을 터치해낼까 기대감을 심어주었다.
그리고, 만나게 된 신작 꿈의 도시.
이것이야말로 오쿠다 히데오의 집대성~이라는 놀라운 타이틀이 걸려있었다.
사실 낚일 수도 있었지만, 안 그래도 오쿠다 히데오의 전작들도 찾아서 짬나는대로 틈틈이 읽어봐야지 했던 내게는 참으로 반가운 말이 아닐 수 없었다. 신간인데다가 최고의 집대성이라고? 그렇다면 반드시 읽어봐야지~ 하는 마음!
그렇게 읽어내려간 꿈의 도시.
한 사람이 주인공이 아니라 다섯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군상극이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매끄럽게 잘 이끌어나간다. 그러기에 역시 프로는 다르다고 했던가?
세개의 작은 군이 합쳐져 하나의 신도시가 된 유메노.
그 안에 살아가는 다섯 사람의 이야기는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다. 하지만, 각자 자신이 처한 삶에 따라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었다.
신도시가 되면서 급증해버린 생활보호비 수급자를 줄여야하는 부서에 배치된 공무원 도모노리, 이혼한 처지에 매일같이 케이스들과 실랑이를 벌이다보니 삶이 다 짜증나고 지루한 판이다. 그리고, 상류생활로의 진입을 꿈꾸며 도쿄 대학 진학을 꿈꾸는 평범한 여고생 후미에, 전직 폭주족 출신이면서 같은 폭주족 출신들이 모인 회사에 들어가 노인들을 대상으로 사기 세일즈를 하는 젊은 남자 유야, 유일한 대형마트 드림 마트의 보안요원이면서 이혼하고 팍팍한 삶의 의미를 사이비 종교 사슈카이에서 얻은 중년 여인 다에코, 아버지부터 이어내려온 정치가 집안이자 엄청난 재력까지 등에 업고 있는 재력가 시의원 준이치.
이 다섯 사람의 이야기가 교대로 흘러가는데, 어쩌면 이리도 우울한 삶을 살고들 있을까 싶은데.. 그 모습이 낯설지 않은 것이 또 섬뜩하였다. 우리나라 , 우리 주변에서도 뉴스 등을 통해 가끔 들리는 그런 이야기들이었기에.. 어쩌면 이런 일들이 모두 모여 일어날까 싶게 일들이 꼬여만간다. 다섯 사람 각각의 이야기가 연관성이 전혀 없다가 조금씩 연결고리를 찾아 이어지는 듯 하더니, 급기야 마지막 클라이막스에서 빵~ 하고 터져버리는 듯 예상치 못한 결말로 치닫고 만다.
새도시를 만듦으로써 미래의 희망을 꿈꾸었으나 실상은 젊은이들은 대도시로 빠져나가버리고, 주부들은 매춘을 하고, 사람들은 생활보호비를 타내는데 혈안이 되어 버린 이상한 사회.
한 작은 시골 도시의 허상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어딘가 우리 곁에도 있는 그 모습들이기에 외면하고 눈감아버리기에 안타깝기 그지 없었던 그런 이야기들.
정상적인 삶이라 할수 없는 (여고생은 정상적인 삶이었을까? 그나마? ) 일련의 삶들이 그들 나름으로는 최선을 다한듯 힘겹게 어그적 어그적 위태로운 길을 치닫던 주인공들. 결국 곪은 종기가 터지듯, 문제가 터져버렸을때 모든게 무너진 듯한 그 안에서 가느다란 희망을 발견하게 되는 묘한 클라이막스는 오쿠다 히데오가 들려주는 블랙 코미디로서의 작은 여운이었는지 모른다.
무척 두꺼운 책이었음에도 정말 읽히는 속도가 남다르고, 지루함 없이 연결되는 이야기들이 놀라울 정도였다. 아, 이 사람 작품 또 읽고 싶다라는 마음이 마구 드는 그런 책. 책을 다 읽고 아쉬운 마음에, 다음에 읽을 오쿠다 히데오의 책을 정해두었다. 마돈나. 몇해전 나온 책이긴 해도 아직 못 읽어본 오쿠다 히데오의 책들이기에 이제부터 그의 책을 조금씩 찾아서 차근차근 읽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