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리샤 공주는 아무도 못 말려! 생각하는 책이 좋아 8
로이스 로리 지음, 손영미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따분한 공주 이야기는 가라~

 

어릴적부터 흔하게 읽어오고 만나왔던 공주는 예쁘고 착하게 살다가, 멋지고 잘생긴 왕자님 만나 행복하게 살았다로 끝맺음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우리의 초등학교 고학년 어린이들이라면 더이상 식상한 공주 이야기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내 기억에도 초등학교 5~6학년때의 나는 "가장 내가 컸다고 느끼는 최초의 순간" 이었다. 오히려 어른이 되어서도 맛보기 힘들었던 그 특이한 성취감.. 아마 차곡차곡 올라간 초등학교의 상급생이 되었다는 그 우쭐함에 더이상 평면적인 스토리의 공주 이야기에는 매력을 느끼지 못했으리라.

 

여기, 영화 로마의 휴일의 통통 튀는 공주의 일탈을 엿볼 수 있는 현대판 사춘기 공주의 재미난 사랑이야기가 있다.

게다가 공주의 배우자로 선정된 세명의 후보, 아니 네명의 후보(?)는 우리가 동화에서 만났던 잘생기고 멋드러진 왕자가 아니라.. 세상에 이보다 추할 수 없을 것 같은 삼인방(혹은 사인방)의 집합이다. 그들을 흘낏 본 시녀들 조차 공주를 불쌍하게 여길 정도이니.

 

그들이 가진 부로도 그들의 단점을 커버하기는 힘이 들 것 같다.

 

며칠 후면 열여섯 생일이 되는 패트리샤 공주.

따분하고 심심한 공주는 어느 날 시녀에게서 마을 이야기를 전해듣고, "초라하고 가난한 평민"으로 분장해서 학교 수업을 받으러 간다.

도시락을 안 싸가서 친구들에게 사과 등을 받기도 하고, 다음날 준비해간 샌드위치에서는 친구들이 빵에 바를 돼지 비계는 어디 있냐는 말에 너무 놀라, 거절하면서 자신의 베이컨 (아마 친구들은 못 먹어봤을) 은 살짝 숨기는 재치를 발휘하기도 한다.

 

서민을 어떻게 흉내낼지 몰라 얼굴에 흙칠을 하고 수업에 들어가기도 하고, 엄마인지 아빠인지 혹은 멧돼지인지 다른 동물인지..스스로 지어낸 스토리를 자꾸 까먹어 선생님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는 얼렁뚱땅 패트리샤 공주.

 

공주가 16살이면 왕비 나이도 얼마 안되었을 것 같은데, 거의 할머니 수준의 청력을 자랑하시는 우리 왕비님.

사람들의 말을 자꾸 엉뚱하게 알아들어 재미난 언어유희를 선사하시기도 한다.

 

패트리샤 공주는 "음악 music을 연주하겠죠" 라고 대답했다.

"뭐라고?" 왕비가 손을 귀에 갖다 대며 말했다.

"누가 아프냐고 sick? 아무도 안 아파. 정발 별 소리를 다 듣겠구나."

"음악이라고 했어요."

"그래, 진짜 오케스트라가 올거야. 거기다 바이올린도 몇개 더 넣고 바순을 연주하는 남장이도 부를거야. 그거 말고도 더 있는데?"

"연회음식banquet food를 먹겠죠."

"뭐라고? 줄지어 세우라고 bank? 몇명 a few 이나! 정말 이상한 소리를 하는구나."

42p

 

우리 때와 달리 일찌감치 영어 공부를 시작한 요즘의 초등학생들에게는 이 영어 단어 유희가 더 재미나게 느껴질지 모른다. 게다가 랜덤 시리즈가 워낙 영어 단행본 회사로 세계적으로 알려진 회사니 영어 원서로 찾아 읽어도 아이들이 더 재미나게 느낄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엄마는 이렇게 한국어 번역본이 더 재미나지만 말이다.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은 장난감과 선물도 모르고, 다섯살도 안된 아이가 고아가 되어 이 집 저집 떠돌며 품을 팔아 살기도 한다. 공주는 그들의 딱한 처지에 놀라면서도 친구들과 만나는 시간, 특히나 잘생기고 젊은 선생님의 미소가 너무나 마음에 든다.

그리고 다가오는 생일, 배우자를 맞아 2세를 낳아야 하고, 왕국의 정해진 법도대로 살아야하는 자신의 처지가 오히려 더 비관적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생일 당일날, 우리의 멋진 패트리샤 공주는 세명의 배우자 후보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거울도 안 보고 사는 사마귀 멧돼지 데스몬드 대공? 친엄마를 감옥에 가두고, 몇년째 자기애에 빠져있는 삐뚫어진 왕자 퍼시발 왕자? 허리 윗 부분부터 둘로 나뉘어진 샴쌍둥이 콜린과 커스버트 백작. 사이좋게 지내도 모자랄판에 하도 싸워대느라, 가던 길도 제대로 못가게 만드는 두 백작이자 한몸인 그들까지..

 

이 세 배우자 후보와 대면하게 되는 패트리샤 공주.

그녀의 현명한 선택이 얼마나 유쾌하게 펼쳐질지..

아이들 동화라 더 재미나고 간결하게 느껴져 기분 좋았던 순간이었다.

어른들처럼 복잡할 것도 없고 꼬여있을 내용도 없었다.

 

뉴베리 아너상을 두차례나 수상한 작가 로이스 로리님의 글이라 역시 읽는 맛이 남달랐다.

어른들 소설을 읽다보면 꼬이고 어두운 부분이 많이 나와야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는 느낌이라, 읽으면서 불편한 감정을 느끼기 일쑤였는데.. 역시 난 이렇게 밝은 동화가 너무나 좋다. 아이와 함께 이런 동화를 더욱 자주 읽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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