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불로문의 진실 - 다시 만난 기억 에세이 작가총서 331
박희선 지음 / 에세이퍼블리싱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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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여행을 갔을 적에 서불과차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진시황때 불로초를 캐러 보낸 서복이 바로 제주도에 들러 남긴 글씨라는 이야기였다. 불로초가 우리 제주도에 과연 존재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잊고 있던 기억을 다시 되살려주는 소설을 만났다.

 

창덕궁 불로문의 진실.

창덕궁에 가본 적이 있었던가? 서울에 살면서도 막상 궁궐과는 거리를 멀리 하고 살았던 서민(?)이었던 지라, 가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같기도 하고..

연못이 있는 어느 궁에 가본 것 같은데 그곳이 창덕궁이었는지는 가물거린다. 게다가 불로문이라니.. 불로초를 연상케하는 그런 문이 있는지도 몰랐던, 아주 우매한 사람이었다.

 

혹자는 그저 불로 장생을 바라는 뜻에서 그런 문을 지어 그 문을 통과하면서 불로장생을 염원했다고 한다.. 라는 책 속 문구처럼 아마 내가 그 문을 알았더라도 그런 연유겠지 생각했을 것이다. 신비한 불로초가 과연 실제로 존재했다고 믿기는 어려웠기에 그런 이야기는 손쉽게 전설로 혹은 그저 바람으로만 묻어버렸던 것. 불로문과 불로지, 모르고 있던 역사적 사실을 꺼내어 새로운 소설로 만들어 낸 이가 존재하였다.

 

생생한 역사적 증언인 것처럼 그의 소설 속에는 책 밖으로 바로 튀어나올 것 같은 생생한 현장의 사진들까지 같이 담겨져있다. 그저 환상으로만 끝난, 억지 주장으로만 끝나는게 아니라. 정말 그랬을 수도 있다는 것을 뒷받침이라도 해주듯 말이다.

 

2000년 전 진시황이 보낸 서복의 제주 탐사기부터, 조선 시대 숙종의 불로문 이야기, 그리고 다시 한참을 지나 일제 시대의 경성 제국 대학 학생과 비밀 결사단이자 독립 단체 천수당의 이야기까지.. 총 세편의 이야기가 불로초로라는 주제로 엮여 톱니바퀴를 형성하며 흘러간다.

 

일제 시대 730 부대로부터 천수당원들이 목숨을 걸고 빼앗은 물건이 있었으니, 바로 식물 뿌리 같은 표본과 책 한 권 그리고 탁본 한가지였다.

일제는 다시 그 물건을 되찾기 위해 혈안이 되고, 천수당에서는 목숨을 걸고 구해 낸 물건의 정체가 뜻밖의 물건임에 실망이 커, 중요한 물건인지도 모른채 우연히 배달책으로 엮인 경성제국대학 학생 시형에게 물건을 되돌려 주었다. 시형은 그 물건이 범상치 않을 거라는 직감에 일본인이지만, 독립 운동가들을 위해 도움을 주는 마쓰다 교수에게 몰래 의뢰해 조언을 구하기 시작했다.

 

그 물건으로 인해 흘러가는 서복의 이야기서부터 숙종 시대의 이야기까지..

범상치 않았던 물건의 진실.

 

이 책의 놀라운 점은 잊고 있던 역사를 끄집어 낸것 뿐 아니라 상상 속에 그쳤을 이야기를 새로운 이야기로 재 창조해낸 팩션이 마치 다빈치 코드의 놀라움과 같은 재미를 주었다는데 있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은 것이 좀더 치열하게 혹은 생생하게 전해졌으면 좋았을 일본군과 천수당원들과의 대결 등이 간단한 서술로 끝나버리고,  사건의 진행도 좀 빠르게 흘러가기 위해 좀더 재미난 장치가 많이 들어갔으면 좋았을 부분들이 생략되어 아쉬움이 있었고..소재의 참신함과 결말의 대반전 등 눈에 띄는 요소들이 무척 많아 좀더 다듬어지면 너무나 재미났을 그런 소설이라 안타까웠다는 것.

 

하지만, 분명 놀라운 것은 나처럼 그 존재도 몰랐을 불로문에 대해 파고 들어 놀라운 상상력을 발휘해내고, 정말 그러지 않았을까? 싶은 불로지에 대한 상상을 해내었다는게 놀랍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유주얼 서스펙트를 연상케 하는 결말의 대 반전은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음, 반전이 난무하는 요즘 세상임에도 이 책의 반전은 더 재미나게 느껴졌다는 것.

 

간과하고 넘어갔던 역사적 사실들을 바탕으로 우리가 미처 예상치 못한, 아니 생각할수록 놀라운 새로운 세상을 펼쳐내는 이런 역사적 팩션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이기에 흥미롭게 읽기 시작한 소설이었다. 새롭게 만난 불로문의 진실은 성경, 지구 종말 등 다양한 코드로 재 해석되고 있는 세계 속 놀라운 이야기들뿐 아니라 우리나라 역사를 통해서도 충분히 재미난 소설이 나올 수 있는 그 가능성을 열어주는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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