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빨간 거짓말 - 카네기 메달 수상작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10
제럴딘 머코크런 지음, 정회성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남자는 초록색 코르덴 재킷을 입고 있었다. 팔꿈치와 겨드랑이, 단춧구멍 둘레가 닳아빠진 낡은 옷이었다. ..

그래도 남자의 외모에는 지적인 분위기가 풍겼다.

특히 다갈색 곱슬머리와 이마에 돌출한 파란 정맥이 인상적이었는데, 짧은 턱수염에 열려있는 셔츠 속의 창백한 피부 때문인지 다소 외로워보였다.

 

"책읽는 걸 좋아하니?"

"그런대로요." 13p

 

에일사는 학교에서 보낸 도서관 견학에서 낯설고 이상해 보이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그는 도서관 사서에게 귀찮은 존재로 낙인찍힌 상태였고, 추운 겨울 갈 곳이 없다고 하소연하며 에일사에게 매달렸다. 소녀는 결국 자신의 어머니가 골동품 가게를 하고 있으니 와보라 하였다. 에일사의 착한 성격이 청년을 거절하지 못한 탓도 있었지만, 그녀의 착한 성격은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것인지라 결국 어머니도 청년을 내치지 못하고 무급 직원으로 채용하게 되었다.

 

마음이 착해 마진을 많이 남기지도, 손님을 속이지도 못하는 어머니, 그래서 에일사네 포비 골동품점은 돈이 없어서 전화도 끊길 형편이었다.

공짜로 일하겠단 청년 버크셔는 스스로를 MCC라 불러달라 하였고, 책에 빠져 먹는것도 잊고 손님 상대도 않고 하루종일 시간을 보냈다. 청년의 한심한 모습에 에일사가 화가 날 무렵, 손님들을 상대로 버크셔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고장난 시계를 보고 그냥 가려 한 노인에게 버크셔가 들려준 이야기는 시계에 얽힌 행운아 핀바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흔쾌히 노인은 이야기값이라며 100파운드를 지불하고 갔다. 어머니와 에일사는 어리둥절해지고, 버크셔는 픽션을 들려주는 거라고, 아주 능숙하게 사람들을 홀리는 그런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그 이야기는 정말로 묘하게 사람을 이끌어서, 세상 어디에서고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였고, 신기하게도 손님과 물건의 상황에 적절하게 들어맞는 그런 이야기들이어서 손님들의 지갑을 후하게 열게 만들어주었다.

 

연인에게는 로맨스 이야기를, 짜증 잘내고 고집불통 소녀에게는 무서우면서도 미스터리한 거울에 얽힌 이야기를, 전화선을 떼러 온 직원에게는 해적선과 모험에 얽힌 그런 흥미 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경청하고, 물건을 사갔지만, 에일사 모녀는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MCC의 거짓말이 들통나지나 않을까? 그 이야기가 모두 엉터리라는게 밝혀지면 어떻게 하나..

 

소설의 마지막은 전혀 생각지 않은 반전으로 우리를 놀라게 해준다. 그저 자신을 리딩에서 왔다고만 소개했던 MCC, 그리고 그가 들려준 기상천외한 재미난 이야기들, 그의 머릿속에서만 나왔다 믿었던 그 많은 이야기들이 진실이었을까? 허구였을까?

 

액자식으로 끼워들어갔던 11편의 이야기 모두 재미나고 흥미진진했다. 어디선가 들어봤던 이야기가 아니라 새롭고 신선해서 더 재미났는지 모른다. 제목으로 구분지어지는 단편의 이야기가 아니라 MCC가 입을 열면 술술 흘러나오는 마법같은 이야기여서 손님들과 에일사, 그리고 독자의 마음까지 사로잡을 수 있었다.

 

가디언에서 선정한 세계 100대 아동문학이자, 어른이 읽어도 너무나 재미났던 그런 이야기.

카네기 메달, 가디언상을 석권한 청소년 문학의 뉴 클래식. 사실 클래식이라는 말이 붙으면 재미없지 않을까 하는 편견이 생겼는데, 카네기 메달 수상작품이라 (기존 다른 작품들에 크게 매료가 되었던 터라) 기대를 갖고 읽어보았다. 그리고 어렸을 적에 읽었던 이솝 우화, 천일야화 등에 견주어도 모자라지 않겠다 싶은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아이들의 상상력을 크게 뒤엎는 반전까지 더해져서 더욱 알쏭달쏭한 재미가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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