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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메레르 1 - 왕의 용 ㅣ 판타 빌리지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7월
평점 :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테메레르, 이제 막 6권이 발행된 때에, 나는 비로소 1권을 읽기 시작했다. 테메레르에 대해 처음 듣고 알게 되었다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로 정말 재미난 환타지 소설이었다.
반지의 제왕 피터잭슨이 영화화를 결정했다는 소설, 정말 이 소설을 읽으면 반지의 제왕의 웅대한 스케일이 떠오른다. 극장,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스크린을 갖춘 상영관을 골라 관람하곤 했던 반지의 제왕. 그 영화가 끝난 이후로 더 이상의 환타지 대작은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테메레르가 그 빈 자리를 대신해줄것만 같다.
나폴레옹 시대에 해군, 육군 외에 공군이 존재했다?
아무도 생각지 못한 작가의 이 놀라운 기발한 상상력은 오늘날의 비행기가 아닌, 용들, 그것도 인류와 대화하고 소통하는 거대한 용들의 전투로 나폴레옹 시대의 화려한 공중전을 창조해내었다.
용 자체가 상상 속 동물이지만, 신기하게도 동서양에서 모두 용에 대한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사실 많은 외국 영화에서의 드래곤(서양의 용)들은 익룡과 비슷하면서도 입에서 불을 뿜기도 하는 등 그들나름대로의 특성을 키워나갔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용의 모습은 우선 몸체가 더 길고, 여의주를 물고 하늘에 가는 등 서양의 용과는 차이를 보였다. 이 책에서는 그 용들의 종류와 크기 등이 상세하게 구분이 되고 분류가 되어 마치 실제로 공룡 백과사전처럼 용 백과사전에서 작가가 참고해서 뽑아온 것처럼 생생함을 느끼게 해준다.
영국 해군 대령이자 윌리엄스 호 함장인 로렌스 대령은 프랑스 구축함과의 전투에서 용알을 획득하게 되었다. 용알을 수송하던 도중, 부화 시기가 다 되었음을 깨닫고, 비행사를 뽑기 위한 제비뽑기에 들어가 한 명이 낙점이 되었다. 새끼용은 갓 태어난 후 안장을 얹지 않고 먹이를 먹게 되면 절대로 비행사를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태어나자마자 바로 비행사를 뽑아 안장을 얹어야했던 것이다. 공군으로 양성된 사람이 아닌 해군이 공군이 된다는 것이 사실 참 중대한 사안이 아닐 수 없었다. 공군은 용과 한몸이어야 했기에 그들만의 권한도 자유로웠으나 대신,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져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떨어지고, 가족들에게는 배척받기도 하는등 문제점이 많았다.
새끼용은 낙점된 비행사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로렌스에게 말을 걸어왔다. 로렌스는 너무 놀랐으나 용이 바로 자신을 선택했음을 알고 운명을 받아들였다. 이미 한 함대의 함장이기도 했던 그가 이제는 신참 공군 비행사가 되어야 했던 것. 운명에 불만도 많았지만, 로렌스는 용에게 테메레르라는 이름을 붙이고 서서히 그와 우정을 쌓아나간다.
나폴레옹 시대의 용들의 공중전이라는 놀라운 상상력을 이렇게 치밀하고 촘촘하게 짜냈을 줄은 정말 몰랐다. 허투로 내용을 채운 소설이 아니라, 충분한 설명이 기반이 되어 다음 내용으로 이어지는데 전혀 어색함이 없이 매끄러웠다. 여성 작가의 섬세함이 돋보이면서도 용들의 공중전투씬의 묘사는 남성들의 필력을 예상케 할 정도로 박진감이 넘쳤다.
로렌스의 용, 테메레르는 보통 용이 아니었다는 점이 우리를 더욱 매혹시킨다.
그 용은 바로 용 품종 중 최고로 치는 셀레스티얼 종 즉 중국 천제의 용이었던 것. 설명에 보면 그 용알이 쌍둥이 알이었다는게 나오는데, 나중에는 혹시 테메레르에 대적할 쌍둥이 셀레스티얼이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해준다.
용이 직접 비행사를 선택하는 장면에서 예전에 읽었던 Five star stories 가 생각났는데, 거기서는 파티마라는 MH 운전사(?)가 직접 기사를 고르는 장면이 나온다. 인간과 기계의 중간격인 파티마가 기사인 인간을 선택한다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는데, 용이 직접 인간을 고르거나 거부하는 것을 보니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무엇보다도 로렌스의 용, 테메레르가 단순한 탈것, 혹은 무기로써의 기능이 아닌, 친구와 가족 그 이상의 관계로 발전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훌륭한 품종 답게 로렌스에게 책을 읽어달라 하고, 다른 용들과의 서열 문제로 심리적 갈등을 겪기도 하는등 덩치가 크고, 지혜롭지 않았던 공룡과는 사뭇 다른 신화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다.
상당히 두꺼웠으나 너무나 재미나게 읽었던 테메레르.
너무 늦게 알아서 아쉽기도 하지만, 덕분에 앞으로 읽을 재미난 책이 몇권이나 더 생겼다는 생각에 금맥을 찾은 느낌이었다.
용과 인간의 우정, 그리고 공중에서 펼쳐지는 그들의 화려한 전투가 기대되는 사람들이라면 꼭 테메레르를 만나보길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