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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자장면 ㅣ 꿈결 비단결 우리 그림책
이철환 글, 장호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0년 11월
품절
자장면, 어려서부터 가장 맛있는 음식으로 떠올랐던 음식 중의 하나.
어릴 적에는 엄마를 한참 졸라야 아주 가끔 먹을 수 있던 그 메뉴가 어른이 되고 나니 내가 먹고 싶을때 언제고 먹을 수 있는 만만한 메뉴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나 어릴적, 아주 오랫동안 자장면 가격이 오백원으로 유지되었던 기억이 있는데, 한번 오르기 시작하니 껑충껑충 참 빨리도 뛰는 통에 (그만큼 물가가 엄청나게 올라버렸기도 하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긴 하였다. 나보다 다섯살 많은 신랑도 자장면을 직접 사먹은 기억은 없는지 오백원이라는 기억은 하지 못하는데, 오빠가 백원짜리 몇개를 모아 자장면을 사먹는 걸 부러워했던 기억이 나는지라 자장면 오백원 시대가 오래 진행되었음이 아직도 선명히 기억이 난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자장면은 언제 먹은 자장면일까? 아무리 맛있는 곳에 가서 먹어도 어릴적, 마음껏 사먹지 못하던 그때 먹던 자장면 맛에 비할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은 뭐든 너무 넘쳐난다. 그리고, 반면 아직도 많은 곳에서 아이들이 배고픔에 허덕이고, 나 어릴적처럼 자장면 한 그릇 먹어보는게 바램인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360만 독자를 울린 이철환 선생님의 베스트셀러 연탄길의 이야기를 입소문으로만 전해듣고 미처 읽어보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 글을 읽기 전에 어쩐지 일본의 "우동"이야기가 생각이 나 비슷한 감동을 주지 않을까 생각을 하였다. 그림도 참 서정적이다. 2009년 볼로냐 아동도서전의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를 수상한 장호선생님의 작품이라는데 정말 생생하게 살아있는 그림이 정말 책속 아이의 기쁨을 그대로 전해주는 것 같았다.
가만히 들어보면 저희끼리 속삭이며 풍금을 연주합니다.
함박눈이 풍금을 연주하는 듯 아름답게 내리는 어느날 저녁, 한 소녀가 동생 둘을 데리고 자장면 집으로 들어서고 주인아저씨가 다가서자 가장 큰 아이가 쭈뼛 거리며 자장면 두 그릇을 주문한다. 엄마 아빠 없이 아이들끼리만 낯설게 온 풍경. 아이들도 그것을 느끼는지 다른 테이블의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을 부럽게 바라보고..
주인집 아주머니는 갑자기 "인혜야 혹시 인혜 아니니?" 하며 낯설어하는 아이에게, 엄마 예전 친구였다고, 반갑게 맞이하고 아이들에게 자장면 세그릇에 탕수육까지 마음껏 먹고 가라고 내어준다. 그리고 앞으로 먹고 싶을땐 언제고 찾아오라는 따뜻한 말과 함께...
처음에 소녀가 두 동생과 자장면 집에 들어섰을때부터 걱정이 되었다. 분명 자장면 두그릇의 돈은 있었겠지만, 자신도 어린 소녀면서 어린 두 동생과 함께 다른 가족을 부럽게 바라보는 그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웠기 때문이었다.
엄마를 생각나게 하는 자장면집 주인 아주머니. ..짐작을 할 수 있지만, 짐작을 하는게 더 가슴아팠던 그런 감동적인 이야기.
그림과 함께 어우러지는 글의 내용이 더욱 와닿는 이야기.
소녀가, 어린 두 동생이 그 날 얼마나 오랜만에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까 싶어 더욱 따뜻하게 느껴지는 그런 이야기였다.
연탄길은 어떤 내용일까. 이 책을 읽으니 거꾸로 연탄길이 읽고 싶어졌다. 참.. 가슴 따뜻한 곳을 되짚어 주는 그런 이야기였기에..
어린 아이들의 힘겨워하는 모습은 보는 나조차도 힘들게 만든다. 새근새근 자고 있는 내 아기가 자꾸 생각이 나서..
부모없이 크고 있는 어린 아이들을 보면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그들도 똑같이 사랑받고 따뜻하게 자라야 할 소중한 생명들인데, 왜 그런 시련이 주어졌는지..
세상에 정말 자장면 아주머니처럼 따뜻한 분들이 많았으면 한다. 나 또한 아이들 앞에 서서 언제라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가슴에 새기고 새기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