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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마디 - 조안의 아주 특별한 이야기
조안 지음 / 세종미디어 / 2010년 10월
예쁘장한 겉모습과는 전혀 다른,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생소하고 낯선 이야기들이 잔칫상처럼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사과를 고추장에 찍어먹고, 영화를 볼 때 팝콘 대신 명란젓을 먹는다더니, 글도 참 '4차원'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187p 소설가 정수현의 평
그녀를 4차원같다고 느낀건 나뿐만이 아니었나 보다. 책을 읽기전부터 어쩐지 4차원스러운 내용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정말 그렇네. 아니 이런 상상은 어떻게 해낸걸까? 게다가 그녀는 연예인.. 사실 연예인 하면 트인 생각을 가졌다기 보다 예쁜 외모를 갖고 있으나 소설이나 동화를 쓸만큼의 문장력을 갖춘 사람은 드물거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 가끔 에세이를 내는 분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소설가라니~ 아..꿈도 꾸기 힘든 창작의 고통을 ..넓게 보면 연예활동도 예술의 연장이기에 가능한 것일까? 어쨌거나 나의 편견이자 선입견이 어느 정도는 맞고 어느 정도는 산산히 깨어지면서 그녀의 글을 읽게 되었다.
사실은 그녀에게 사차원이라는 말을 감히 내가 붙일수나 있을까 싶었는데.. (이런 것도 악플이 될까봐 조심 또 조심하는 마음. 그렇지만 4차원이라는 뜻이 나쁜 뜻은 아니었다. ) 소설가 정수현님이 평하신 것을 보고.. 이 단어를 써도 되는가 싶은 마음이 들어 인용하고 있다. 사실 사과와 고추장도 잘 안어울리지만, 영화와 명란젓은 더욱 황당하다. 그녀. 예쁘장한 그녀. 얼마전 끝난 드라마에서 그 사슴같은 눈에서 눈물이 투두둑..떨어지면 보는 사람마저 다 시려왔던 그런 연기를 했던 조안.
그녀가 내놓은 동화이자 소설집인 이 책은 놀랍게도 삽화마저 그녀가 그린 것이라 하였다.
방송국에 놀러왔다가 캐스팅 되어 인생이 바뀌기 전까지 그녀의 꿈은 만화가였다고.. 그래서 친구들에게 그림을 그려주고 볼펜이나 책받침을 받기도 하였다 한다.
정말 그녀의 그림 솜씨가 놀라웠다.
그리고 16편의 판타지 픽션.
그녀는 자신이 내놓은 소설들이 하나같이 다 우울해서 걱정이 된다고도 하였다.
이왕이면 그녀의 외모처럼 밝고 빛나는 내용이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해피엔딩과 밝은 이야기를 더 좋아하는 나로써는 아쉽기도 했지만.. 외면한다고 사라지지 않는 인간의 이기심과 악한 마음들을 직시해야한다는 교훈을 주고 싶었는지 그녀의 이야기는 지속이 된다.
심장을 달고 다니는 소년, 심장을 잃어버린 소년. 열쇠로 가득찬 심장등.. 그녀의 소설 속에 유난히 심장과 눈물이 많이 등장한다. 그리고 주인공들도 주로 소년과 소녀이다. 어린 나이지만, 더이상 어린 감성을 가질 수 없는 심장이 없는 소년부터 심장이 너무 커져서 가족으로부터 배척을 당해 울고 또 우는 심장을 달고 다니는 소년..
사실 심장을 달고 다니는 소년은 언젠가 읽었던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이라는 끔찍한 이야기랑 오버랩되기도 하였다.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듯한 아이의 슬픔이 전해져 오는 그런 이야기. 아..그러고보니 정말 그녀의 상상의 세계는 팀 버튼의 그 우울함과도 닿아있는 듯 하였다. 굴소년 이야기를 읽고 처음에 얼마나 충격적이었던지..
조안이 풀어내는 빨간 모자 이야기도 섬뜩한 이야기다. 중간에 작가를 멈추고 싶은.. 인간의 잔인함이 싫게 느껴지는 빨간 모자의 비극. 동화가 아닌 실제의 현실은 이렇게 어둡다는 것일까?
16편의 이야기 중 세 개의 혀와 단 한마디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부모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는 가슴 아픈 단 한마디.. 아이의 엄마처럼 나 또한 단한마디를 생각해보려는데 사랑해 말고는 떠오르는게 없으니 내 상상력이라는 것도 참 이제는 시들어 버린듯...
그리고..세개의 혀는 진실의 혀를 갖고 있던 소년이 결국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슬픔을 겪다가.. 거짓으로 얼룩진 졸업식장에서 마법의 혀가 새로 솟아나 모든 사람을 조종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다가 정말 예쁜 여인을 만났으나 그녀만은 그를 냉랭하게 대하고 오기가 발동해 더욱 그녀를 쫓아다니지만. 결국 그녀 역시 마법의 혀가 있어 자신을 거부함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솟아난 세번째 혀. 그 세번째 혀로 인해 그녀를 얻으나 그는 온전한 세상을 얻은게 아니었다.
조안이 어떤 생각으로 우울한 동화들을 썼을까? 그녀의 변을 듣고도 나는 더 궁금하다.
하지만, 그녀의 소설을 읽음으로써 새로운 그녀의 면모를 알게 되고 그녀의 생각을 조금 공유하게 된 느낌이 들어 고맙기도 하였다.
어둠이 있어야 빛의 소중함을 알 수 있다는 말, 변명이 될까?
소설가는 아니지만 나는 우주의 은밀한 속삭임을 듣고 싶다. 그 속삭임을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2010년 가을 조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