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퍼의 복음
톰 에겔란 지음, 손화수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댄 브라운의 놀라운 베스트셀러였던 <다빈치 코드>에 영향을 준 작가 톰 에겔란의 작품 <루시퍼의 복음>을 읽었다. 이 작품은 다빈치 코드의 충격적인 내용 그 이상의 것을 다루고 있고, 어딘가 비슷한 느낌이 풍기는 것은 결말 부분의 반전이라던지, 종교적 이단에 대한 새로운 해석들이 날카롭게 대두되고 있다는 것이 두 작품이 연관성이 있다는 느낌을 주는 듯 하였다. 아마 이 작품 하나만 읽었으면 정말 그 놀라움은 엄청난 것이었을 텐데..예전부터 내가 읽어왔던 작품들로 미루어보아 어느 정도는 짐작을 하고, 어느 정도는 또 잘못 예측하면서 소설을 읽어내려갔다. 정의라 믿었던 존재에 대한 흔들림. 그리고 모든 걸 뒤엎는 전혀 새로운 해석들.. 절대 정의가 되어 버린 종교적 권위 앞에 어쩌면 이단으로 몰릴 수도 있는 무시무시한 소설이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그 재미, 그리고 무엇보다도 100%의 허구는 아닐 것이라는 다소 위험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실제로 어느 정도는 뒷받침되는 내용들이 있기에 그 해석을 마냥 잘못된 것이라 몰아세우기에는 잘 들어맞는 부분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래서 출판사 측에서는 지적인 모험심의 충족이라는 멋드러진 표현을 써냈는지 모르겠다. 정말 이 책을 읽고는 재미 그 이상의 것을 느꼈다. 전율과도 같은 호기심의 충족이랄까? )
 
소설이라는 이름으로 허구라는 이름으로 진실을 은폐해 은유적인 표현으로 우리 곁에 알려주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사탄의 재림, 성경에 나오는 거인족 네피림, 하르마게돈에 대한 충격적인 해석을 담고 있는 <루시퍼의 복음>은 톰 에겔란의 특징들을 모두 볼 수 있는 작품이다.
톰 에겔란은 이 작품을 쓰기 위해 수년간 종교학과 고고학, 천문학과 지리학, 세계 각 문화의 종말론 등을 조사 연구했다.
이 때문에 한편의 완성도 높은 르포르타주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것이며 지적인 모험심을 충족할 수 있을 것이다.
-뒷날개
 


 
 
장장 559페이지에 해당하는 엄청난 두께의 이 책이 읽어내려가는 동안에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않았다면.. 그리고 오히려 얼른 더 뒷장을 넘기고픈 마음에 시간가는줄도 모르고 밤을 새워 읽었다면.. ? 이 책이 얼마나 재미있는 가에 대한 나의 속도감에 대한 의견이었다.
 
자칫 위험할 수도 있는 그럴 수도 있겠다 라는 가정을 해둘 만큼 나이를 먹어버린 지금. 어릴적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상당히 가치관의 혼란을 느끼면서 아. 이 책은 정말 문제가 많은 책이다 하였겠지만..지금은 그럴 수도 있겠다 라며 과감히 이야기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필사본에서 말하는 빛의 전달자는 예수 탄생 이전의 루시퍼를 가리키지요.
루시퍼는 사탄을 의미하는 다른 이름 중의 하나로 라틴어의 '럭스'와 '페레', 즉 '빛을 가져오는 자' 또는 '빛을 전달하는 자'라고 해석할 수 있어요. 54p
 
사탄, 루시퍼, 그리고 악마에 대한 모든 정의들. 신에 대립하는 어둠의 존재로써 그들의 존재는 사실 두려움과 공포 그 이상의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타락한 천사였다는 가정은 바로 몇년전에 알게 된 놀라운 진실(?) 이기도 하였다. 그 모든 것들에 대해 이 책은 새로이 규명하고 있다.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들. 혹자는 지구 종말론에 대한 많은 책을 접하여 이미 알고 있는 부분일 수도 있고, 전혀새로운 부분이 포함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 우리가 알고 있던 가치관 전체를 흔들어 놓음에는 분명하였다. 이현세의 만화 아마게돈, 어려서 읽었던 일본 만화 공작왕, 그리고 다빈치 코드와 얼마전 읽었던 지구종말 2012까지.. 많은 책들이 복잡하게 생각이 나면서.. 이 책의 내용이 사실인것처럼 머릿속에서 조합이 되는 듯 하였다. 그만큼 이 책의 내용은 치밀하게 구성이 되어 있다.
 
<사해문서> 여러곳에서 이 <루시퍼의 복음>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예수 탄생과 비슷한 시기에 존재했던 <빛의 천사에 의한 예언서> 말입니다. 127p
 
이름만으로도 이단의 느낌이 폴폴 나는 루시퍼의 복음이.. 사실은 빛의 천사에 의한 예언서라는 이름이었고.. 그 이전에는 신으로 추앙받던.. 이들이었기에 이후 기독교의 배척으로 그들이 악마가 되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을 수 밖에 없음을 암시하고 있다. 
  

 

 
그때 문득 눈이 나쁜 알비노와 벙어리, 귀머거리로 이뤄진 '세계 최강의 팀'이 탄생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63p
 
여태 말하지도 못했던 본론..
2009년 노르웨이 오슬로. 재야 고고학자 비외른 벨토. (그가 바로 눈이 나쁜 알비노이다.) 벨토가 하나의 필사본의 해석을 의뢰받고 그 일로 인해 관계된 사람들이 끔찍한 살해를 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몸 안에 피 한방울 안남고 나체의 시체로 발견되는 동일한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한 것. 필사본때문에 벨토를 추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벨토는 그들로부터 필사본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1970년 로마. 악마학을 연구하던 지오반니 노빌레 교수가 어느 날 필사본 하나를 건네받게 되고 그 일로 자신의 딸이 납치되는 끔찍한 일을 경험한다. 광신도 집단으로부터 딸을 구출하기 위해 노빌레 교수는 필사본을 건네고 딸의 목숨을 구하려 하지만. 딸도 그도 그리고 필사본도 세상에서 잊혀져버린채 악마학에 미쳐버린 노빌레교수가 딸도 죽이고 사람들을 죽이고 자신도 자살하였다는 후문만 전해져왔다.
 
악마에 대한 연관성. 그 필사본 두루마리들이 결국은 루시퍼의 복음의 일부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루시퍼를 신봉하는 단체의 살해협박뿐 아니라 이름모를 어느 단체들의 추격까지 이어져 40년의 시간차를 두고 주인공들이 겪는 일들이 얼마나 끔찍하고 두려운 일인지 교차적으로 드러난다.
 
 


 

보지도 못한 것을 제멋대로 만들어낸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곧 내 눈이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란 걸 깨달았다.
착시 현상이 아니었다.
형언할 수 없는 공포가 밀려들었다. 나는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등 뒤에서 다른 대원들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신발의 고무 밑창이 자갈과 모래로 덮인 돌바닥을 걷는 소리.
 
지난 몇 달 동안 내게 일어난 이상한 일들도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466p
 

 
 무엇이었을까? 나름 예상을 잘 한다고 생각한 나였지만 보기좋게 뒷통수를 맞고 말았다.
톰 에겔란은 역시 나보다 한수 위였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는 그렇게 멋지게 우리를 충족시킨다. 아니 나만일수도 있겠지만..그의 말재주와 언변에 나는 충분히 반해버리고 말았다.
 
미지의 정보에 대한 두려움과 호기심. 인간의 심리를 백분 파악한 그의 놀라운 통찰력은 우리를 전혀 새로운 세상으로 안내해주는 것 같았다.
여태 알았던 진실은 모두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것.
그 가정이 모두를 위협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난 그의 가정이 옳다고 해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그의 가정대로라면 인류의 종말이라 여겨진다는 2012년이 그렇게 두렵지만은 않을 것이기에..
상상을 초월하는 결말, 그리고 인류 종말의 모든 것이 궁금한 사람들이라면 꼭 한 번 그의 작품을 읽어보고 새로운 가설에 도전해보길 바란다.
 
무엇보다도 이 책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흐리멍텅한 결말로 멋지게 이끌어가던 소설을 흐지부지하게 마무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는 앞부분에서보다 더욱 명확히.. 비밀을 밝히고, 놀라울 만한 결말까지 선사해준다. 대부분의 sf소설이나 영화들이 대단한 결말을 보여줄것처럼 시작했다가 허망하게 끝내버려 도대체 내가 무슨 영화를 보았더라? 하는 실망감을 부여해주는 것과 달리 이 책은 정말 끝으로 갈수록 더욱 대담해지고 놀라워지는 소설이었다.
 
단순히 재미있다라고만 말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소설. 정말 가슴이 두근거릴만큼 놀라운 대작을 만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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