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1 세계문학의 숲 1
알프레트 되블린 지음, 안인희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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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집에서 프란츠는 한시간 동안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들이 이야기하고 그가 이야기하고, 그가 이상하게 여기고 그들도 한시간 내내 이상하게 여겼다. 그가 소파에 앉아있고 그들이 이야기하고 또 그가 이야기하는 동안 그는 무엇이 그리 이상했나? 제가 여기 앉아 이야기한다는 것. 그들이 이야기한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 자신이 이상했다. 그는 어째서 자신이 이상하게 여겨졌나? 그는 그것을 알았고 느꼈으며, 회계사가 계산 착오를 확인하듯이 그것을 확인했다. 그는 무언가 확인했다.  215p

 

주인공인 프란츠 비버코프가 테겔 감옥에서 4년형을 마치고 퇴소하는 것에서부터 소설은 시작된다. 그는 전 애인인 이다를 살해하여 형을 살고 나왔는데, 감옥에서 나오고서도 처음 한동안은 사회에 적응하는 것을 두려워하였다. 그리고 혼자서 멍하니 노래를 부르고 있다가 어느 유대인의 손에 이끌려 랍비의 집에 들어가 유대인으로부터 찬노비치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가진게 없어도 배운 것만으로도 성공하게 되었던 그의 사기꾼 같았던 삶, 그의 삶에 몰입되어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그의 처남인 다른 유대인이 나타나 그 찬노비치라는 사람의 끔찍한 최후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프란츠는 그 집을 나와 다시 사회에 정착하기 위한 삶을 시작한다.

 

가진 돈을 다 쓰고, 다시 돈을 벌고, 그 와중에 몇 여자들을 만나고 그 중에서는 자기가 사랑했고 죽이기까지 한 여인의 언니도 있었다. 베를린에는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그는 그 일들과 무관하게 살아가면서 또 상관있게 살아가기도 한다. 처음에 아주 이상하게 보였던 프란츠란 사람도 유대인 못지 않게 말이 많고, 독특해보이는 사람이었다. 친한 친구와 사랑하는 여자, 물론 헤어질때는 사랑하지 않아 떠난 것이겠지만..를 갑자기 아무 연락없이 떠나버린다. 그리고 또 다른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그러다 라인홀트라는 사람을 만나 그의 여자친구들을 처리해주는 역할을 맡게 된다. 수시로 여자를 갈아치울때마다 예전 여자를 떠맡던 프란츠는 지금의 여자가 마음에 들어 라인홀트를 설득해, 한 여자에게 정착한 삶을 살도록 권유한다. 그리고 자신이 (한 사람을 바르게 이끌도록)성공했다 여기며 뿌듯해하였다. 그것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비수를 꽂게된 사건인지 미처 모르면서 말이다.

 

소설의 시작은 작가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짤막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프란츠라는 사람이 출소후 나름대로 착실하게 살다가 어떤 사건에 연루되어서 끔찍한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고, 우리는 그와 같은 바닥에서부터 일어서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거라는 말로 말이다. 광장 바닥에 쓰러졌던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힘은 무엇이었을까? 과연 어떤 내용의 소설이 펼쳐질지 자못 궁금해졌다.

 

대도시를 현대의 바빌론으로 묘사한 표현주의 시대의 대 서사시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에 비견되는 현대를 묘사한 가장 중요한 작품이라는 평을 받은 이 소설은 그 평가부터가 무척이나 거창하고 진지하였고, 2002년 노벨 연구소가 선정한 54개국 작가가 뽑은 최고의 세계문학 100선에 들어 작가들에게도 문학성을 인정받은 수작이었지만, 평범한 독자인 내가 읽기에는 좀 무리가 따르는 작품이었다.

 

구절 하나하나를 읽으면, 그래 어떤 내용인지는 알것 같았지만, 그 커다란 토대의 줄거리도 꿰찰수는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그래, 내가 이해하기에는 많이 난해한 작품이었다는 평가가 옳을 것이다. 아마도 이 책을 읽기 전에 찾아본 어느 독자의 리뷰 중에서 독일 문학을 전공하는 듯한 이의 글에서 "난해하다. 난해해.."라는 대목을 접하고 읽기 시작해서인지.. 머릿속에서 뱅글뱅글 맴도는 그의 표현들이.. 언어 유희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내 머릿속에서 각자 노는 느낌이 강했다고 보겠다.

 

처음의 느낌과 두번째 읽은 느낌이 다를 수는 있을테니.. 아마 한번 읽고 쓰는 이 리뷰가 온전한 것이라 보기는 힘들 것이다.

깊은 밤, 정신없이 몰두해 읽고 나니 오히려 더 머릿속이 혼란스러워 내용이 뱅글거리는 건지도 모르겠어서.. 시간을 두고 천천히 되새기며 읽게 되면 놓쳤던 부분들을 다시 찾게 될 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가벼이 읽으며 마음의 양식을 쌓았노라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작품이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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