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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여행, 나쁜 여행, 이상한 여행 - 론리플래닛 여행 에세이
돈 조지 지음, 이병렬 옮김 / 컬처그라퍼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유럽 배낭 여행자라면 많은 사람들이 참고한다는 론리 플래닛.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나본 적 없는 나는 론리 플래닛도 이름만 들어본 것에 지나치고 말았다. 하지만, 그 유명한 책의 여행 작가들이 내놓은 다양한 여행 에세이모음집이라고 하니, 여행을 좋아하고, 여행에세이는 더욱 매료되는 나로써는 읽지 않고서는 못 배기는 책이 되고 말았다.
여행은 참 많은 경험을 하게 해준다. 대부분은 설렘과 기대를 안고 출발하고 또 그에 걸맞는 여행을 하고 오곤 하였다. 이는 편안하고 안정적인 여행만 추구해서 였겠지만, 이 책 속의 많은 여행가들은 나처럼 편안한 여행만 추구하기 보다 대부분은 배낭여행, 오지 여행 등에 도전해서 남들이 겪지 않는 독특한 상황에 많이 처하게 되었다. 혹은 평범하게 시작한 여행 속에서도 남들이 겪지 못할 에피소드를 겪은 사람들도 있고 말이다.
길을 나설 때 첫번째 규칙은 이것이다. 자외선 차단제와 함께 유머감각을 챙겨라. 그렇지 않으면 조만간 얼굴 붉어질 일이 생길 것이다.
이 책은 이런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길 위의 모험과 우연한 사건에 관한 이 31개의 여행담 속에는 쓴 웃음이 나는것에서 그야말로 박장대소하게 만드는 이야기까지 모든 영역의 유머를 담고 있다. 장소와 주제, 어조는 모두 천차만별이지만, 이 모든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여행에서 얻는 큰 보물은 우리를 웃게 만드는, 전혀 예상치 못한 뜻밖의 상황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이것이 이 책을 엮게 된 첫번째 이유다. 6p
정말 다양한 이야기와 재미난 삽화가 들어 있었다. 사진이 없는 여행기라 어쩐지 밋밋했지만, 이 책의 느낌은 여행기에 그치지 않고 단편 소설 같은 에피소드들의 나열이라 읽는 재미가 또 새로웠다. 납치될뻔했던 이상한 상황, 항상 일등석만 고집하다가 저렴하게 여행하기로 하고서 지갑째 통째로 도둑맞은 일, 네덜란드 화장실에 갇힌 일, 엄청나게 소비하는 부유하고 가진게 많은 여자친구 집안 사람들과의 갈등, 또 양과 바꾼 펜 이야기 등등도 특이했지만 평범하면서도 어쩐지 그 상황이 예상이 되는 방글라데시에서의 미국인의 경험담이 인상적이었다.
외국인 자체가 드문 나라였는지..아마 요즘에도 방글라데시에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주위에 방글라데시 여행다녀왔다는 사람이 없는 걸 보면, 우리나라나 미국에서나 흔하게 가는 곳은 아닌 것 같은데..그래서인지 외국인의 존재가 거의 영화배우 이상의 인기를 누린다고 하였다.
쳐다보는게 전부가 아니다. 외국인 한명은 도시 구역 전체를 마비시키는 위력을 갖는다. 당신이 나타나면, 상점 주인은 상점문을 닫고 뒤따라온다. .. 또 하루는 십여명의 아이들이 내게 달려들기도 했는데, 이들은 내 손을 잡고 두 블록 정도 떨어져 있는 다른 외국인에게로 끌고 갔다. 닷새만에 처음 만난 외국인이었다. 82p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나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여행에 있어 가장 중요하달 여행 동반자의 선택에 있어 항상 액운이 끼이는 피코 아이어씨 이야기도 재미가 났다.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그런 상황에 처해 꿋꿋이 씁쓸한 여행을 해내고, 나중에 회상하며 달콤했다 여기는 그 상황이 유머가 없이는 힘들었을 거라는 것.
피코 아이어는 친구 루이스와는 여행하지 않으려고 애쓰지만 두 사람은 어떻게든 엮여서 캄보디아, 아이티, 모로코, 미얀마, 터키를 비롯해 수많은 곳을 함께 다녔다.129p
특히 에티오피아에 도착했을때에는 100달러면 아프리카 대륙 최고의 항공사, 에티오피아 항공으로 나라 전체를 돌아볼 수 있는 편안한 코스가 있음에도 하루 렌트 비용이 240달러나 드는 자동차로 최소 열흘 이상 걸리는 전국 일주에 도전하자고 한 친구 루이스는 정말 최악의 트래블 메이트가 아니었을까 싶다.
600여 편의 많은 이야기 중에 31편을 추려 엮어 내게된 론리 플래닛의 여행가들 이야기.
이 속에서 우리는 여행을 떠나보지 않고도 참 다양한 상황에 처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평소에도 유머감각이 많은 서양인들이라 생각했지만, 여행자로써의 그들 모습이 웬지 선하게 눈 앞에 보이는 것 같아서 친근한 느낌마저 들었다. 이런 상황에 처해보기는 싫었지만, 만약에 처한다고 해도 그들처럼 웃음을 잃지 않을 수 있을까?
자외선 차단제와 함께 유머도 준비하라는 작가의 말을 다시한번 되새기며 세계일주 여행을 간략하게 다녀온듯한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