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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몰래 할머니 몰래 - 문광부우수교양도서 ㅣ 작가가 읽어주는 그림책 2
김인자 지음, 심수근 그림 / 글로연 / 2010년 10월
평점 :

아기 그림책이 까만 표지예요. 왜 그런 걸까요? 이 책의 주요 시간적 배경이 바로 밤에 일어나는 일들이기 때문이랍니다. 그래서 주인공 아이가 들고 있는 랜턴이 제목을 비추고 있는게 재미나게 느껴지네요.
꽤나 영리해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는 귀여운 소녀가 주인공이랍니다. 책장을 넘기면, 우왓. 하고 놀라게 돼요. 익숙하면서 낯선 그런 장면이 나타나기 때문이지요.
배경은 실사로 된 흑백 사진이고, 주인공의 이야기만 그림으로 그려져 있어요. 그래서 새로운 맛으로 읽게 되더라구요. 아이도 그림이 아닌 사진 자동차를 보면서..부릉부릉 하고서 신이 나서 바라보더라구요. 차를 무척 좋아하는 아기라 그런가봅니다.

아빠가 자꾸만 차에 남들이 버린 폐지를 실어서 앉을 공간까지 부족해지고 퀴퀴한 냄새까지 나니, 아이의 얼굴은 좋은 표정이 될 수가 없네요. 뾰로통한 얼굴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그에 비해 안경을 쓰고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박스를 챙겨드는 아버지 얼굴이 대조적으로 보이네요. 아하. 표지에 나왔던 랜턴 든 장면이 드디어 나왔어요.
신데렐라처럼 밤마다 밖에 나가 12시 이전에만 돌아오던 아버지, 그 아버지의 뒤를 따라가보기로 결심한 아이의 표정이었답니다.
아빠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폐지를 모아 무엇을 하려고 하셨던 걸까요? 소중한 아이와 함께 하는 차 안이 퀴퀴해지도록 아버지는 신경을 못 쓰셨나봅니다.
아버지가 그토록 정신이 팔려있던 것. 소녀는 그것을 알고 아버지와 함께 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우리 주위에도 폐지를 줍고 다니시는 나이드신 분들이 무척 많으시지요. 남들이 버린 다 헤진 유모차를 끌고 다니시며 여기저기 폐지를 줍고 다니시는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 분들. 이상하게도 할아버지들 보다 할머니들께서 그렇게 폐지를 주우시대요. 그런 분들을 도와드려야겠단 마음을 먹기가 참 어려웠던 것 같아요. 어렸을적에는 하다못해 리어카라도 밀어드려야지 하는 마음을 먹었던 것 같은데..어른이 되고 나니, 세상에 대한 의심만 많아져서 거리에서 노인분들 도와드리다가 인신매매를 당하는 이야기라던지, 무서운 일에 얽매이는 일들이 많아 자꾸만 우리 주위의 소외 계층에 대한 온정을 보내기가 어려워진것같아요. 그래서 옛날 우리네 같으면 당연했을 그런 일들이 요즘에는 훈훈한 이야기로 티브이에 방영되는 (티브이에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드문 일이라는 증거겠지요.) 시대가 되어버린 것이구요.
얼마전 아이 유모차를 끌고 가다가 폐지를 줍고 계신 아주머니가 길을 가로막고 계셔서.. 길을 비켜달라고 한 적이 있었어요. 유모차에서 손을 뗀다는 생각을 미처 못하고 (보도블럭이 좀 높은 곳이라서 손을 뗐다가 도로나 난간 아래로 유모차가 떨어질까봐 그랬을 수도 있지만..) 죄송하지만, 지나갈께요 하고 말씀드린 기억이 나네요. 연세가 드신 할머니셨으면 아마 제가 길을 뱅 돌아가서라도 뒤돌아 갔을텐데.. 좀 젊으신 분이시긴 했어요. 웃으시며 박스를 펴놓으신 자리를 조금 비켜 주셔서 지나갔는데, 자꾸 그 일이 마음에 걸리네요. 조금만 돌아가면 될 것을.. 왜 도와드리지는 못할지언정 비켜달라고 했을까 하고 말이지요.
아이와 이 책을 읽으며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답니다. 아이가 이 책의 내용을 다 이해할만큼 자라면.. 그런 부끄러운 마음이 들지 않도록 저도 더 성장해있는 엄마가 되고 싶단 생각이 들었구요. 그런 상황에서 좀더 성숙하게 행동하는 그런 엄마가 될 수 있게 말이지요. 도움을 드릴수 있으면 도움을 드리고..(물론 아이의 안전이 최우선인 엄마겠지만요.) 그러면서 같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아..이렇게 좋은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었구나. 어떻게 해서 그런 마음을 먹게 되었을까 ? 하고서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었답니다.
책의 말미에는 작가가 직접 읽어주는 멋진 시디가 들어있어요.
마음에 드는 책이면 녹음기처럼 반복해서 서너번이고 계속 읽어달라고 하는 아이와 몇권의 책을 읽고 나면 목이 다 아파옵니다. 어쩔땐 갈라진 쉰 소리가 나기도 하구요. 그럴때 아이와 함께 재미나게 시디로 들어봐도 색다를 것 같아요. 물론 그러면서 아이 혼자 놔두지 않고 같이 읽도록 노력해야겠지만요.
끝으로 재치있는 작가분들이 센스있는 선물도 하나 더 주셨어요.
누룽지 사탕. 숨은 그림찾기가 있더라구요. 저도 미처 모르고 있었는데.. 그림을 다시 쳐다보며 누룽지 사탕 찾는 재미가 생겼어요. 숨은 그림 찾기 하는 좀더 자란 아이들이 보면 더욱 좋아할 선물이겠어요.
재미나고 감동적인 그런 그림책이었네요. 아이의 발랄함과 아빠의 성숙한 마음이 어우러진 그런 동화였지요.
TV 동화 행복한 세상에 나올 법한 그런 이야기랄까요? ^ㅡ^
잔잔한 동화들이 감동적으로 흐르는 그 TV동화가 생각나는 이야기책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