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클럽 - 그들은 늘 마지막에 온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용의자 X의 헌신을 인상 깊게 읽었던 나는, 이 소설의 작가가 이토록 유명한 분인지 책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과 지인이 되면서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용의자 X의 헌신을 읽을때만 해도, 와, 정말 생각의 파격이다, 놀라운 작가인데 하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토록 유명하게 사람들이 열광하는 작가인줄은 몰랐다. 게다가 작가의 대표작 중에 영화로 만들어져 보았던 "비밀"이라는 작품도 그 내용이 주는 충격에 한동안 기분이 아주 이상했던 그런 내용이었기에, 독자들을 흥분시키고,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가기에 충분한 재능을 지닌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2010년 신간, 탐정클럽은 "왜 히가시노 게시오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명확한 답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되었다. 왜 사람들이 그토록 열광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대답이기 때문이었다.

 

장편인줄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다섯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읽은 모두가 동의하는, 정말 속도감 있게 읽히고, 주인공인 탐정클럽이 오히려 뒤에 빠져서, 독자들이 미처 생각지 못했던 사건의 중요 핵심만 명확히 짚어주고 사라진다. 어떠한 사건도 그들 앞에서는 모두 해결되는 그런 것이다. 두 남녀의 등장에 실수는 없다. 한번쯤 할 뻔한 실수조차 그들은 세상에 그대로 공개하여, 자신들의 능력을 실추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자긍심이 강한 그들.

30대쯤으로 보이는 남자 한명과 20대 여성 한명으로 나타나는 탐정클럽은 엄선된 vip들만을 상대하는 회원제 비밀 클럽이었다. 누구인지 어떤 소속인지도 나타나지 않으면서 그저 사건만을 빠르게 훑고 해석해낸후 결과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단편소설로 만들어지기 어려운 추리소설의 단점을 히가시노 식으로 극복해낸 그런 작품이었다.

 

대형 마트 체인의 사장인 마사키 도지로가 희수 축하연 밤 자살을 하자, 비서, 세번째 처가 될 여인, 그리고 사위이자 부사장인 다카아키 등 세명의 사람들은 모두 당황한다. 이해관계 때문에 당장에 그의 죽음이 알려지기를 원치 않았기에 사장이 여행을 간 것으로 며칠이라도 시간을 벌어보려 하였는데 사장의 딸이 탐정클럽에 의뢰를 하면서 사건의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위장의 밤

사채업을 하고 평판은 그리 좋지않던 고조가 목욕탕에서 죽고 난 이후에 아내가 탐정클럽에 의뢰를 하였다. 자살이라기엔 머리부터 감고 욕조에 들어가는 그의 습관상 젖지 않은 머리가 너무나 앞뒤가 맞지 않았던 것. 사건 첫부분부터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던 사람들의 흔적이 나타나 그들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사건을 풀어나가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방법은 매 사건마다 비슷한 형식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독창적인 방법으로 우리의 궁금증을 이끌어내는 것. 덫의 내부

나만 모르게 가족들이 알고 있는 비밀, 그것이 엄마의 죽음과 관련되어 있을 때 딸의 분노는 극에 달한다. 어린 딸은 당돌하게도 설날 용돈을 끌어모아 탐정클럽에 의뢰할 생각을 해냈다. 의뢰인의 딸

탐정클럽을 분노케 만들었던 평범한 사람들의 작당, 탐정클럽이 vip회원제만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게 만드는 각오가 된 사건 같다. 탐정 활용법,

공학부 학과장을 맡고 있는 오하라 다이조, 그의 두 딸 중 둘째딸이 임신을 하였다. 상대남을 밝혀내기 위해 탐정클럽에 의뢰를 하였는데, 진행과정 중에 첫째딸이 죽고, 상대남으로 지목된 남자가 자살을 하였다. 형사들에 의해 모든 사건이 종결되었을 무렵, 갑자기 찾아온 탐정클럽은 결과물이라며 우리의 허를 찌른다. 장미와 나이프.

이 중 가장 재미있게 느껴진 작품은 '덫의 내부'과 '장미와 나이프'였다.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냈던 보통 사람들의 머리 짜내기가 참 슬프기도 하였고, 그렇게까지 혈안이 되어야 했는가에 의문이 들기도 하였다. 그렇게 해서 이루어진 결론은? 전혀 의외의 결론에 도달을 한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가 진행되는 단편들인지라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읽어야했는데, 너무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도 그러면서 허를 찔리는 그 반전의 등장이 짜릿한 전율을 느끼게 해주었다.

추리소설에 열광하는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탐정클럽이 해결하기 전의 문제를 미리 해결했는지는 미지수다. 적어도 나는 탐정클럽이 이끌어가는 대로 그대로 믿고 결과를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진실이 덮여지지 않고,이렇게 시원하게 밝혀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 속 만능 해결사마냥 소설 속 탐정클럽의 주인공들은 그들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그림자처럼 묵묵히 등장하여 사건만 해결하고 시원하게 사라진다.

 

그래도 그들은 다시 나타날 것이다. 속편을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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