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오페아 공주 - 現 SBS <두시탈출 컬투쇼> 이재익 PD가 선사하는 새콤달콤한 이야기들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0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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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요즘 되도록 공포물들은 피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공포물이 섞인지도 모르고 얼떨결에 읽어버리고 말았다. 분명 뒷표지에 판타지, 멜로, 호러, 미스터리, 로맨스가 결합된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소설집이라는 말이 있었건만..나는 그 호러의 존재를 너무 무심하게 넘겨버린 탓이다.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무렵, 마침 여행을 다녀온 후 후기를 올렸더니 지인분들이 놀라워하며 리플을 달아주셨다.
이름도 생소했던 코타키나발루.. 게다가 수트라 하버 리조트와 마누칸 섬까지.. 모두 책에 나왔던 그대로인데, 그 곳으로 여행을 다녀오셨다니 정말 신기한 느낌이예요. 아, 그래요? 저도 그 소설 꼭 읽어보고 싶네요.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카시오페아 공주는 처음에는 희극처럼 시작되었으나 아내의 죽음 앞에서 무너지는 남자의 모습을 보면서.. 자꾸만 그 장면이 리플레이 되어 머릿속에 영상처럼 
떠오르는 바람에 소름이 끼치기도 하였다.
 
약사라는 안정된 직업도 있는데 굳이 위험한 격투기 선수로 활동하는 이유가 뭡니까?
강해지기 위해서요. 나쁜 놈들을 혼내줄만큼 강해지고 싶어서요.26p
 
처음에는 이 남자 참 독특한 캐릭터구나 싶었지만, 홀아비가 되었다길래, 아내와 이혼한건지 어떻게 상처한것인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의 앞에 나타난 아이의 유치원 선생님 미쉘.
 
그녀의 분위기는 참으로 독특하였다.사실 그녀 스스로 카시오페아에서 온 외계인이라 하였고, 믿기지는 않았지만 놀랍게도 말하지 않은 마음 속 생각들을 모두 읽어내는 재주를 지니고 있는 여자였다. 예쁘면서도 아주 몽환적인 표지의 그림, 웬지 그녀가 카시오페아 공주인 것 같아서 자꾸만 표지의 여자를 떠올리면서 읽어내려갔다.
이 책의 속도감은 정말 최고이다. 재미가 있으면서도 정말 빠르게 장이 넘어간다. 심지어 너무 무섭고 끔찍한 이야기조차 페이지는 빨리 넘어간다. 그렇게 읽어버렸다.
 
"첫번째 초이스, 마음 속의 증오를 용서로 푸는 거예요. 대신 제가 떠나지 않고 곁에 있을게요."
역시, 넌 외계인이 아니었어.
"두번째는?"
"저한테 비밀을 듣는 거죠. 대신 전 오빠 곁에 머물 수 없어요." 98p
 
 원한과 증오를 가슴에 품고 사는 남자, 그리고 외계인이라 자칭하며 나타나 그와 아이와 함께 코타키나발루 수트라하버 리조트로 여행을 다녀온 여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그들 사이에 묘한 분위기의 사랑이 싹트는데 곧 ufo를 타야한다는 그녀. 그와 그녀 앞에는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까?
 
어쩐지 너무 아련한 느낌으로 하지만, 재미있게는 읽었던 카시오페아 공주 다음의 이야기들은.(.아, 이 책은 여러 편의 단편으로 이어진 단편소설집이다.)깊은 밤 읽기에는 부적절한 이야기였다. 섬집 아기의 으스스한 느낌을 마치자마자 바로 잠을 자야할 시간이라서, 악몽을 꿀까 두려운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어야했다.
사실, 섬집아기라는 동요에 사실은 자장가로 불리기에는 부적합한 슬픈 내용이 바탕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기를 업고 불러주던 이 노래가 으스스한 느낌이 들어서 다른 노래를 부르려 애쓴 적이 있었다. 그 노래를 연상케하는 이야기. 그리고 무섭기 이전에 소름부터 돋는, 이른바 현대의 괴담 같은 그런 이야기랄까?
 
부유한 아내, 그리고 성공한 남편, 그들에게는 자폐증을 앓는 아이가 있다. 그리고 어느 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친구가 나타나 동거를 종용한다. 천박한 눈빛으로 아내를 훑어내리는 사내의 눈길, 아내는 그와 함께 살길 거부하지만, 나에게는 그를 밀어낼 수 없는 비밀이 있다. 그를 전과자로 만든건 나라고.. 그는 말한다. 그러면서 공소시효 전에 주인공의 아내를 갖게 해달라고 (상당히 저속한 표현이 나온다.)조르고, 미쳤다고 펄쩍 뛰던 남편은 결국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승락한다. 이들 사이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내가 진짜 무서운 얘기 해줄까?
돌아삐린 동네 머슴아들이
하나같이 죽기 전에 모라캤는지 아나?
얼라 귀신을 봤단기라.
자고 있는데 얼라가 올라탔다는 놈도 있고,
화장실에서 봤다는 놈도 있고
돌잡이 정도 된 얼란데
눈에 피눈물을 흘리면서 그래 울더란다.
아기 귀신 봤다는 놈들 얼마 안돼서 다 죽었다. 116p
 
사실 끔찍하고 징그럽다고 생각했는데, 아기귀신에 얽힌 사연을 듣자 너무 가슴이 아파왔다. 어쩔수 없는 나도 아기엄마였으니..
예전에 김동리의 을화를 읽을 적에도 점을 치기 위해 어린 아기를 죽여 새끼손가락에 무얼 감는다고 하였던가? 암튼 아기가 한맺혀 죽어야만 신통한 점을 칠 수 있다며 그런 잔인한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그와는 다르기는 했지만 분명 너무 가슴아픈 이야기긴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레몬, 좋은사람, 중독자의 키스..
 
레몬과 중독자의 키스는 카시오페아 공주와는 약간 다르지만, 그래도 좀 따스한 느낌이 묻어나는 그런 이야기였다.
하지만, 좋은 사람.. 뉴스에 간혹 등장하는 믿기 힘든 이야기들, 그 중에서도 가장 최악일 것 같은.. 마치 일본 괴기 만화의 어느 한 구석을 들여다 본 것 같은 음습함과 끔찍함.. 처음엔 그런 내용인지 몰랐는데, 갈수록 알게 된다. 이 이야기가 얼마나 놀랍고 끔찍한 내용인지.. 너무 무서웠지만, 그만큼 잘 만든 이야기기도 하였다. 생각하기도 무서운 스토리였지만.. 말이다.
 
어릴적 유괴되어 죽은 쌍둥이 동생이 자꾸 보이는 언니. 그 언니 역시 손목에 자살 흔적을 가지고 상처를 지닌채 살아가고 있다. 부모님도 죽은 동생을 잊지 못하고 내게 더이상 휴식처가 되어주지 못했다. 그런 어느 날, 원치 않는 소개팅 자리에 나가 기분이 나쁜 남자를 소개받았다. 내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느낌을 제대로 짚어내는 그에게는 불쾌한 마음만 쌓여가는데, 내 손목의 자살 상처를 보더니 오히려 반색하며 자신 역시 상처가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 말에 더 기겁을 하고, 박종삼이라는 인물을 피하게 되는데..
스토커처럼 무서운 일들이 자꾸만 일어나고, 여자는 정신병원 상담을 받고, 피하기만 하던 선배 기자의 데이트 신청도 받아들인다. 계속 이어지는 악몽, 그리고 박종삼의 끈질긴 괴롭힘 등 자꾸만 그녀를 벼랑으로 몰아가는 일들이 일어난다..
 
쌍둥이의 그림, 그리고 핏빛 소개팅의 기억이라는 무서운 문장, 무엇보다도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듯한 박종삼이라는 남자의 집착. 그 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기자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전혀 예상치 못하게 흘러갔던 이야기. 카시오페아 공주는 중간쯤 예상을 했었는데, 이 소설은 정말 허를 찔리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 범죄의 끔찍함에 치가 다 떨릴 정도였다.
 
몽환적인 사랑 이야기로 모두 다 채워져 있을 줄 알았다.
그렇다고 무서운 이야기에 실망만 했다는 것은 아니다. 언제는 무서운 이야기만 골라서 볼 정도로 재미나 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 소설 속 이야기는 그저 무섭기만 한게 아니라 가장 무서운 것은 인간이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그런이야기였다.
아무리 귀신이 나오고, 드라큘라가 나와도 정작은 인간이 벌이는 일만큼 무서운 일은 없다는 것을...
 
못 읽었으면 후회할만한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어렸을 적에 봤던 무서운 영화도 생각나고, 미국 드라마의 어느 범죄 스릴러도 조금 생각나고.. 여러 생각이 교묘하게 교차되는 그런 느낌을 주는 소설.
이 소설을 현재 인기 라디오 방송 프로인 두시탈출 컬투쇼의 pd분이 썼다는게 또 놀라운 사실이었다. 다양한 재주를 가진 분이시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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