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길고양이 행복한 길고양이 1
종이우산 글.사진 / 북폴리오 / 2010년 9월
품절


11번째 이야기 대부 고양이 편을 읽으며 어머님 생각이 났다. 진돗개 진우를 기르시는 어머님께서 어느 날 진우 저녁을 챙기고 들어가시려는데 가냘프게 우는 고양이 소리가 들려 대문 밖을 나가시니 작은 길고양이 한마리가 아버님 차 밑에 숨어 배고프다고 울고 있었다 하셨다. 그날 이후로 어머님은 매일 저녁 그 길고양이의 밥까지 똑같이 챙기시기 시작하셨다. 밥먹고 남은 찌꺼기를 모아 주시는게 아니라 되도록이면 따로 밥을 챙겨서 멸치 몇마리라도 얹어서 밥을 맛있게 챙겨주셨다. 덕분에 나도 육수내고 남은 멸치를 모아서 얼려두었다가 시댁에 갈때마다 챙겨드리곤 하였다. 그 기간이 몇달은 이어졌던 것 같다. 어머님께서는 길고양이가 새끼들을 낳아 데리고 온다면서 이제는 고양이도 같이 키운다고 내가 사서 고생하는거라고 남들은 이야기 하는데 그래도 어떻게 배고픈 동물을 굶기느냐 걱정하시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님께서는 더이상 멸치를 모으지 않아도 된다 하시면서 고양이가 오지 않는다고, 아마 죽은 것 같다고 쓸쓸하게 말씀하셨다.
나 또한 가끔이나마 자동차 밑에 숨었던 작은 고양이의 모습을 보았던 터라 그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저려왔다. 아기고양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걱정도 되었고 말이다.

행복한 길고양이를 꿈꾸는 종이우산님의 이야기. 길을 집삼아 살아가는 고양이들의 애환을 같이 가슴아파하고, 고양이들의 로드킬에 상처를 받는 진정한 애묘인 종이우산님은 지금 고양이사진 블로그를 운영중이고 4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는 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보다 더 많이 길고양이들을 사랑하고 아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길고양이들의 예쁜 모습, 다양한 모습들을 사진에 담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책 속에 나온 길고양이들의 모습은 정말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럽고 또 유머가 담긴 재치있는 사진까지 섞여 있어 즐거운 마음으로 볼 수 있었다. 처음 책장을 넘기기 시작할때에는 어머님댁을 찾아오던 가냘픈 고양이 가족이 생각나 가슴이 아려왔지만, 길고양이들에게도 인생이 있고, 행복이 있을 수 있음을 .. 그러기에 우리가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너그러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란 생각으로 귀여운 고양이들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카메라를 들고 고양이 장난감, 간식등을 챙겨들고 길고양이들에게 애정어린 시선을 보내며 셔터를 누르는 종이우산님의 모습과 그 종이우산님을 대하는 길고양이들의 다양한 포즈에 같이 미소를 짓기도 하고, 아, 이런 사연이 있었구나 깊이 공감하기도 하고, 재미있는 부분은 박장대소하며 신랑에게 보여주기도 하였다. 직장에서 고된 일을 마치고 축 늘어진 어깨로 지쳐 있던 신랑에게 몇몇 고양이의 재치있는 포즈와 종이우산님의 한방 댓글들을 보여주니 희미하지만 분명한 웃음을 보여주며 힘을 내는 듯 하였다. 길고양이들의 이야기였지만, 우리 일상에도 힘을 내게 해주는 그런 유쾌한 사진들이었던 것이다.

특히나 봉정암 귀넷 고양이네 가장인 선예의 "아빠의 마음" 67p이라는 사진 앞에서 신랑은 가장 큰 웃음을 터뜨렸다. 웬 딸린 가족이 그렇게 많아? 하면서 말이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고양이들의 모습을 어쩌면 그리 재치있게 잘 잡아냈는지..얼떨결에 낭만고양이가 된 선예의 모습도 웃음이 났고, 귀넷 고양이가 귀넷이 된 사연과 항상 무서운 눈초리로 앞을 바라보는 그 냉정한 모습 또한 아픔을 겪은 고양이의 마음이 담긴 모습이라 생각되니 인상적인 이야기일 수 밖에 없었다.무엇보다도 스님의 이야기를 알아듣고 가족을 데리고 사라져버린 부분에서 고양이가 진정으로 똑똑한 동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눈때문에 손이 시려워 한 발을 엉거주춤 들고 있는 아기고양이는 일본의 마네키네코 고양이를 생각나게 하는 동작이라 인상적이었고

짝퉁 퓨마를 연상케 하는 고양이의 비상 씬은 한눈에도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멋드러진 촬영이었다. 길고양이들의 그렇게 많은 사진을 찍어낼 수 있었던 것은 종이우산님의 길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없이는 이뤄지기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외국에 나가서까지 고양이가 어디 있나를 찾아보고, 항상 어디를 다니던 고양이를 찾아내며 촉각을 곤두세우기에 그의 앞에는 우리가 못 본 길고양이들의 다양한 모습들이 펼쳐지게 되는 것이었다. 덕분에 우리는 예사로 지나쳤던 길고양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 이렇게 귀여운 동물이었구나. 아기고양이란 이렇게 사랑스러운 존재로구나. 도시에 인간의 섬 이면에 고양이의 섬도 존재하는 구나 등등 새로운 사실들을 알수있는것이었고..

손주가 생기고 나서는 지구촌 다른 아이들의 비참한 삶에 더욱 가슴 아프고 눈물이 나신다는 아버지의 말씀처럼 나는 이제는 아기 동물들까지도 내 아기인양 사랑스럽고 가슴아프고 하는 마음이 생겨났다. 길고양이들의 귀여운 아기들을 보면서 그런 마음은 더욱 커졌던 것 같다

아기들에게 젖을 물리고 누워있는 고양이의 사진이 무척이나 사랑스러웠고, 다 큰 자식임에도 걱정이 되는 양 데리고 다니는 어미 고양이의 사진을 보면서도 그 마음 웬지 다 이해할 것 같은 심정이 들었으니 말이다.

고양이의 인생과 희로애락. 그 속에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동 또한 같이 자리하고 있다.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우리가 사랑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만 알아도 충분할' 길고양이에 대한 마음
이 책을 읽는 이들은 이제 길고양이 한마리도 예사로 지나치는 일 없이 애정어린 눈길 한번 더 주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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