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연중행사와 관습 120가지 이야기 - 일본 황실 도서관의 수석 연구관에게 직접 듣는
이이쿠라 하루타케 지음, 허인순.이한정.박성태 옮김 / 어문학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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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관습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된 것은 처음으로 일본 여행을 다녀온 몇해전의 일이었다. 직장 생활을 할때 동생과 둘이 일본 후쿠오카, 나가사키 쪽으로 2박 3일의 짧은 여행을 다녀왔는데, 1월이었던 당시 집집마다 뭔가가 달려 있는 것이 궁금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복조리 두개가 엮인 것처럼 행운을 불러오는 것인지, 아니면 액운을 막아주거나 하는 부적같은 것일지 가이드 분의 설명으로도 충분치 않아 호기심이 생겨서 좀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

이것은 시메카자리라는 것으로 정월에 도시가미사마를 맞기 위한 준비라한다.
시메카자리는 시메나와에 풀고사리, 굴거리나무, 등자나무 등을 사용하여 만듭니다. 풀고사리는 장수를 굴거리나무는 다음 세대에게 가계를 물려주어 끊기지 않게 한다는 바람을, 등자나무는 집안이 대대손손 번영하기를 바라는 운을 부르는 재수 있는 물건으로 정월 장식용으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40p


기회가 닿는다면 일본의 문화에 대한 책이나 자료들을 접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는데 마침 일본 황실 도서관의 수석연구관이 말하는 이 책이 나왔다기에 주저없이 펼쳐들게 되었다.

설날에 떡국을 먹는 것은 우리와 같았지만, 일본의 떡국은 야채와 닭고기, 해산물 등을 넣고 푹 삶아 만든 요리로 지역별로 만드는 방법도 차이가 있었다. 우리의 떡국과는 모양과 맛이 달라 이름만 떡국일뿐 같은 음식을 먹는다는 느낌이 들것 같지는 않았다. 섣달 그믐날 밤에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면서 도시코시소바라는 해넘기기 국수를 먹는다는 전통은 에도 시대의 도시 상인들 사이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소바와 같이 가늘고 길게 장수하길 바란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97p 책을 읽으며 신기했던 점이 러브인 아시아라던가 하는 각종 프로그램이나 책을 통해 조금씩 귀동냥 눈동냥으로 보아온 내용들이 재차 확인되는 듯 하는 재미도 쏠쏠하였다.


또 아이가 아직 어려 그런지 다양한 일본의 관습 중에서도 임신과 출산에 대한 관습 부분에 관심이 더욱 갔다. 임신 5개월째의 임산부가 복대를 두르는 것을 축하하는 말이 따로 있었고, 이 날을 위해 처가에서 이와타오비에 쓰이는 무명실과 함께 쌀이나 팥 등을 보내는 풍습이 있는 것도 독특하였다. 또 탯줄을 보관하여 자녀의 수호신으로서 소중하게 보존하고 있다가 아들이 전쟁에 나가거나 딸이 시집을 가게 될때 본인에게 건네주는 것도 새로웠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탯줄도장이라고 하여 탯줄 보관하는 방법을 애용하곤 하는데, 정작 나는 우리 아기의 탯줄을 보관만 했을뿐 소중히 관리하지는 않은 것 같아 미안한 감정도 들었다. 수호신까지는 아니더라도 책에서의 말처럼 생명유지파이프로서 나와 아기를 이어주는 원점이라 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좀더 신중하게 관리했어야하는게 아닌가 싶어 반성이 되었던 것이다.

첫돌의 행사 중 특이했던 것은 치카라모치라는 떡을 만들어먹고, 잇쇼모치(만 1세를 기념하는 떡)을 보자기에 싸서 아이에게 짊어지게 한후 너무 무거워서 아이가 울때 많이 울면 울수록 건강한 아이가 된다고 축하하였다 한다. 또 이것은 빨리 혼자 걸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것으로 첫 생일 전에 너무 빨리 걷기 시작하는 것을 꺼리는 풍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도하였다. 123p

전통문화를 계승하기를 바라지만, 사실상 외국 문물이나 인터넷 등의 도입으로 빠르고 편안함만을 추구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서 예전 고유의전통은 자꾸만 잊혀져가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의 현상이기에 잊혀져가는 연중행사와 관습을 자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이 책을 내어놓은 듯 한데, 외국인인 내가 읽기에도 충분히 재미있었고, 가끔씩 나오는 대중매체속의 일본의 생소한 문화를 이해하는데도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이제는 우리나라의 상점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마네키네코 고양이는 왜 손을 흔들고 있는가? 오른손, 왼손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신사, 절에 가서 길흉을 점치는 제비뽑기는 어떤 관습일까? 에마라는 판자에는 소원과 함께 왜 말을 그려넣는가? 기타 등등의 많은 것들이 궁금했을 분들에게 정답처럼 시원한 설명을 내려주는 이 책은 여행가이드, 에세이와는 또 다르지만 새로운 재미를 주는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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