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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마음 ㅣ 세용그림동화 6
우치다 린타로 글, 아지토 게이코 그림, 강방화 옮김 / 세용출판 / 2010년 9월
읽기도 전부터 눈물이 날까봐 겁이 났던 그림책이었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펼쳐들곤 간결한 글과 따뜻한 그림이었음에도 책을 다 덮을 무렵 기어이 나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미처 몰랐다. 내리사랑 내리사랑 말씀하셨지만, 나 또한 엄마 아빠를 좋아하고 사랑하기에 엄마의 사랑이 아무리 크고 깊다고 해도 부모님의 마음을 나도 어느 정도 아니 약간이라도 헤아릴 수 있다고 착각하였다. 그 진정한 깊이를 깨달은 것은 내가 엄마가 되고 나서였다.
결혼 후 허니문베이비처럼 빨리 찾아왔던 행복했던 첫 기쁨. 태양이를 태중에서 9주도 안되어 잃고 나서 일년을 눈물로 보냈다. 아무 생각없이 떨어지는 눈물은 그저 누가 옆에서 툭 치기만 해도 떨어지는 고장난 수도꼭지였다. 그리고 정말 보석처럼 소중하게 찾아온 나의 아기 희망이. 이제 그 아기가 만 두돌이 되어 갖은 미소로 나를 녹이고, 매일매일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몰랐다. 잠시동안의 그 인연도 살을 찢는 고통으로 미어지며 보냈는데 하물며 열달간 온몸으로 사랑하고, 또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그 소중한 보물을 사랑스레 키우다가 세상에 두고 떠나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잔인하고 괴로운 고통일지.. 엄마의 마음을 상상할 수 있다 생각한 것은 정말 대단한 착각이었다.
한 장에 길게는 세줄, 짧게는 한줄의 글도 없는 정말 짧고 명료한 동화였지만, 그 짧은 글이 주는 여운은 500페이지가 넘는 단어로 가득 채워진 책의 그것 못지않는 깊은 감동을 주었다. 감동..아니 슬픔 어린 사랑이랄까. 내 아기가 내 마음을 이해해주길 바라지 않는다. 이 책을 읽고 내가 얻은 것은 엄마에 대한 진정한 이해였다.
펑펑 눈물이 나게 만들었던 슬픈 엄마의 마음.
사랑하는 아이를 두고 떠나면서 너만큼은 세상에서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기를 바랬던 엄마의 간절한 바램.
엄마의 마음은 오직 하나
-꼭 행복해야해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해.
28p
그 마음을 읽지 못했던 아이는 어려서부터 할아버지가 되기까지 평생을 슬픔의 밑바닥에 웅크리고 살았다.
별이 된 엄마는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아이를 두고 떠나야 하며, 하늘에서 지켜본 엄마의 심정은 정말 어땠을까 말이다.
학원 다닐때 외동딸이었던 친구가 해준 말이 있었다.
어느 날 친구의 어머니께서 큰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었을때 꿈을 꾸셨는데, 하얗고 큰 빛이 있어 그 밝은 빛을 따라 가려는데 갑자기 하나뿐인 딸의 얼굴이 하늘을 덮을 정도로 크게 떠오르더니 "내 아이를 위해 살아야겠다"는 의지 하나로 깨어나셨다고.. 큰 사고였음에도 기적적으로 깨어나신 후 친구 곁으로 돌아오셨다고 하였다.
자식에 대한 엄마의 사랑은 그럴 것이다. 그 어떤 고통도 이겨내게 하는 불굴의 의지.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고 떠나야 하는 엄마의 심정을..
아이는 할아버지가 되어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자신의 딸과 손주를 바라보면서..
책을 읽고 울고 또 울었다.
다시 읽으며 또다시 눈물을 흘린다.
엄마를 그리워하며 슬픔에 잠겼던 곰돌이가 가슴 아팠고.. 그런 예쁜 아가를 두고 세상을 떠나야했던 엄마의 마음이 애닯게 다가와 더욱 가슴이 아팠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은 느낌이다.
이 책을 통해 모든 아이가 사랑받기를 바란다는 작가 우치다 린타로님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작은 자서전이라는 이 책 속에 얼마나 많은 내용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었는지..결코 짧은 시간 안에 읽고 덮을 책이 아님을 읽을때마다 절감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