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쓴 원고를 책으로 만든 책 - 새끼 고양이, 길 잃은 고양이, 집 없는 고양이를 위한 지침서
폴 갈리코 지음, 조동섭 옮김 / 윌북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다보면 표지부터 마음에 쏙 드는 그런 책을 만날 때가 있다. 이 책이 바록 그러했다.

고양이 한 마리가 타이핑하고 있는 책표지를 사람이 다시 타이핑하는 모습의 커다란 띠지가 감싸고 있다. 제목과 그림이 진하게 타이핑되어 손가락으로 만져보면 골이 새겨지는 느낌이 참 좋았다.

 

생후 6주만에 사고로 엄마를 잃은 저자인 이름모를 어느 고양이. 이 작품은 풍부한 묘생 경험을 바탕으로 고양이의 시점에서 바라본 고양이 필독서인 책이다. 인간을 훈련시켜서 집안을 접수하는 방법, 재산을 늘리는 방법, 최고의 먹이를 얻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읽기에 처음에는 혀를 차며 어쩐지 우스워지는 느낌에 살짝 불편한 기분이 들다가도 결코 고양이를 미워할 수 만은 없는 말 그대로 묘한 느낌의 책이다. 아니 사실은 고양이의 눈을 통해  인간이 철저하게 분석됨을 느끼면서, 항상 인간이 주체가 되던 삶에서 벗어나 한 발자국 떨어져 제대로 인간의 습성과 고양이를 대하는 모습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올바른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뭐 집에 두기 싫다고 하긴 했지. 그렇다고 이런 빗속에 밖에 둘 수는 없잖아. 봐!

나뭇잎처럼 떨고 있네! 당신은 측은지심도 없어?"

내가 정말 떨고 있기는 했어.

무서워서가 아니라 크게 웃지 않으려고 애쓰느라 그런 거지만.

32p 접수하기

 



 

고양이를 길러본 적은 없지만 강아지를 길러본적은 있고, 고양이의 습성에 대한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기에 어느 정도 상상을 하며 읽을 수 있었다. 아마 직접 고양이를 기르고 있거나 길러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 박장대소하며 맞장구 칠지 모를 일이다.

우리집 나비가 정말 이런 생각을 할까? 하지는 않겠지만 어덜트 베이비라는 일본 만화를 본 사람이라면 아기가 머릿속으로 어른들의 생각을 하고 있다는 기발한 상상에 놀라웠던 것처럼 이 책도 그런 느낌이 들 것이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그렇다면 재미있겠다라는..말이다. 꼭 인간처럼 계획적으로 계산된 행동을 한 것은 아니지만, 고양이들의 습성을 분석하고 사랑받는 고양이의 행동 패턴을 제대로 분석하여 역으로 고양이 필독서를 내게 된것처럼..어떻게 하면 고양이에게 휘둘리지 (접수당하지)않고, 고양이와 인간의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지 도움을 주기도 한다. 책은 어떤 식으로 읽든, 어떻게 해석하든 읽는 사람에게 자유 선택권을 주고 있다.

 



 

인간은 고양이가 자기랑 한시도 떨어지기 싫어한다고 생각해서 우쭐하며 자랑하고 다닐걸.

'우리 고양이는 항상 우리 침대 발치에서 자.'

실컷 잔 뒤에 깨어나서 인간의 얼굴을 밟고 다니면 인간은 이런 자랑도 덧붙일걸.'

게다가 아침에 우리를 깨우기까지 해.'

50p 재산만들기

 



 

 

인간의 침대와 자신만의 의자 등 고양이가 좋아하는 고양이만의 재산 늘리기. 이 부분을 읽다보면, 아 이런 거였나? 하는 생각에 다들 무릎을 치게 될지 모른다.

 

잘 접수된 집이라면 고양이가 늘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하니까. 104p 문 드나들기

 

그래, 고양이를 키워보진 않았지만 고양이를 사랑하는 집에서라면  작고 연약한 생명인 고양이를 배려하지않을 수 없을 것이다.

새근새근 내 옆에 잠든 아가를 바라보며 우리집이 아가 중심이 되어가는 생각을 하며 나는 이 책에 또 공감할 수 있었다.

아기의 공화국이 되어가듯, 아마 애묘인의 가정도 고양이의 공화국이 되어가는 게 아니었을까?

 

이렇게 인간에 대한 우리 고양이의 지배력을 조금씩 늘리다보면

마침내 '지구의 지배자'라는 우리 고양이들에게 걸맞는 명성을 누릴 수 있어.

 116p 엄마되기

 

그래그래, 그 고양이가 정말 어떤 고양이였듯, 이렇듯 뛰어난 기지를 발휘하고, 그의 노하우를 분석해서 책으로 집대성할 정도로 기발한 상상력을 내놓았다. 물론 이 모든것은 작가 폴 갈리코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들이다. 고양이가 타이핑을 한다면? 고양이가 그들의 노하우를 집대성한다면 이라는 상상 말이다. 인간 남자와 여자의 철저한 분석 그리고 그에 대처하는 고양이의 자세.

미처 몰랐던 고양이의 매력인 소리없이 울기를 백분 활용한 애교 필살기 등 고양이를 잘 몰랐던 나조차 (닉네임이 러브캣임에도 불구하고!) 귀여운 고양이의 매력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그래, 이렇게 넘어갈 수 있겠다. 어쩔수 없지 너무 사랑스러울텐데 말이야 하며 공감하게 만드는 마법같은 책이었다.

 

세계를 지배할 지 모를 야욕을 가진 고양이임에도 인간은 고양이에게 접수당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것인가.

물론 현명하지 않은 고양이는 인간에게 쫓겨날 수 있고, 혹은 인간에게 거꾸로 접수(?)당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어린 고양이, 집잃은 고양이를 위한 처세술이 책으로 나온 것이다.

또한 고양이에게 지나치게 휘둘리거나 고양이의 매력을 모르는 인간들을 위해서도 이 책은 꼭 읽어보아야 할 매력만점의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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