쥘리에트가 웃는다
엘자 샤브롤 지음, 이상해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아, 정말 너무나 유쾌한 소설을 읽었다.

정말 재미있어서 단숨에 읽히는 소설이었음에도 모처럼 여유있게 시간을 두고 곰곰 생각까지 해가며 읽을 여유가 있어 더 즐거운 시간이었다. 읽으면서 재미있다 느낀 부분들을 접어두었는데, 이토록이나 많아서 사진까지 찍을 정도로 말이다.
 

 


사실 그 설정도 특이하고, 흥미로운 소재와 주제라서, 다 읽어보기도 전에 식구들에게 책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바쁘다고 여간해선 책을 잘 읽지 않는 여동생조차 "어? 재미있겠는데?" 라는 반응을 보인 책이었다.

 

자신의 관을 덮을 석판을 미리 만들어서 (죽을 해까지 표시를 해놨는데, 해를 넘기고 말았다.) 집안에 모셔두고 있는 101살의 할머니 쥘리에트. 그녀가 살고 있는 프랑스 셰벤 지방의 폴리주악은 우리나라 강원도 두메산골쯤에 해당되는 여름은 유난히 짧고 겨울은 무척이나 길며, 수시로 전기가 끊기는 곳으로 사람들이 많은 마을에서는 한참 떨어진 고립된 곳이다. 우리나라 시골처럼 폴리주악에도 쥘리에트를 위시한 노인들만 살고 있고, 80이하의 연령대는 쥘리에트에겐 모두 "어린 것"으로 통한다.

 

마을의 유일한 꼬맹이는 47살의 피에로로 그는 185cm, 95kg의 거한이었지만, 백살 가까운 노인들에게는 눈에 넣어도 안아플 꼬맹이이자, 마을의 대소사와 온갖 허드레일, 그리고 노인들의 수족과도 같은 존재였기에 꼭 필요한 사람이었다. 그런 피에로가 어느 날 폭탄 선언을 하였다.

 

어머니 폴레트의 장례식을 마치고 나자, 폴리주악을 떠나 여자를 찾아 도시로 나가겠다고 한 것이다.

노인들은 분노한다. 집단 대학살을 할 셈이냐? 돈 때문에 그런 것이냐? 등등 피에로의 가슴을 후벼파지만, 그는 단호히, 어머니도 없는 마을에 자신이 더 남을 이유가 없다며 더 늦기 전에 제대로 된 가정을 꾸려 새 생활을 시작하고 싶다고 한다. 

 

서로 불평 불만 많고, 동네 사람들 간에도 서로 왕래와 소통이 드물었던 폴리주악에 대 위기가 찾아 온것.

 

 까칠하지만, 동네의 모든 일에 눈과 귀를 곧추세우고 있는 101살 나이에 걸맞지 않게 가장 정정한 쥘리에트, 폴리주악의 3대 재앙에 들어갈 정도의 비베트, 그리고 엄마와 마찬가지로 남편에게 버림받아, 남자라면 세상 천하 몹쓸 것으로 치부하는 오렐리, 아흔이 다 되어가는 처녀로 죽을 병을 겪고 난후 갑자기 색골이 되어 사람들이 기가 질려버린 두더지 레오니, 자식이 어디 있는지, 몇명이나 있는지도 모를 바람둥이였지만 지금은 그저 에르네스트와 싸우는데 열이나 올리는 방귀쟁이, 아들을 잃고 소원해진 부부 사이가 서먹하지만, 여생을 평온한 곳(?)에서 보내기 위해 마을로 새로 들어온 프란츠 부부. 쥘리에트의 이웃이자 노망난 남편과 함께 사는 지네트.. 책을 읽다보면 이 모든 이들에게 애정이 새록새록 샘솟는다.

 

마침내 문이 열렸을때, 프란츠는 반은 외계인이고 반은 마녀인 잡종과 마주했다. 그 괴물은 투명한 피부와 갈고리 모양의 새빨간 손톱이 돋보이는 견고하고 섬세한 손으로 그를 잡아채어 집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그는 숨을 죽였다. 76p

 

그들 모두가 모여 마을의 최대 고민사를 해결하기 위해 다같이 뜻을 모은다. 심지어 한동안 연락을 못했던 두더지까지 불러서 말이다.

그럴수밖에. 피에로가 떠나면 그들은 정말 엄청난 댓가(무지하게 비싼 수임료와 배송료를 지불하는 각종 생활 물품, 그리고 위급시에 해결할 수 없는 많은 일상사들)를 치루며 궁핍하게 살아가거나, 정말 집단 대학살에 가까울 고초를 겪어야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사람을 찾자니, 피에로처럼 건실하게 와서 저렴한 수임료로 그들을 보살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레오니의 말처럼, 그들은 피에로의 짝을 찾아 폴리주악에 정착시키는 방안으로 합의를 보았다. 그리고, 피에로 몰래 일을 추진시키는데, 그 중심에 마을의 최고령자인 쥘리에트 부인이 나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은 그녀보다 강했다.

따라서 그년느 하늘이 내린 유예기간을 피에로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동시에 마을을 살리는데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녀는 마치 영웅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334p

 

 피에로와 폴리주악 사람들은 행복해졌을까?

사실 입에 거품을 물고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놓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다.

책을 권하면서도 주위 식구들과 친구들에게 이 책이 이렇게 재미난데 말이야? 하면서 수다를 떨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중간에.."그만, 그만.. 내가 읽을테니 그만 말해."라는 제지를 듣고 그만두었지만..

 

이 책 어떨까? 하고 맛보기로 서평을 읽어보실 많은 분들을 위해. 그리고 직접 읽어보실 더 많은 분들을 위해..

책 이야기는 이쯤에서 접기로 한다.

 

화요일마다 아버지께서 즐겨보시는 "러브 인 아시아"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니었구나 생각이 드는 소설. 그리고 나이 든 다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 나이든다는 것이 꼭 슬픈 일만은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게 한 소설. 쥘리에트가 웃는다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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