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맛보기 - 미슐랭도 모르는 유럽의 진짜 음식 이야기
김보연 글 사진 / 시공사 / 2010년 8월
품절


여름에는 찌는 듯한 더위

겨울에는 축축한 안개

그리고 돼지 오줌보

생각만 해도 왠지 찝찝하다.

쿰쿰한 냄새에 코를 틀어막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거기서 1년이 지나면

이탈리아에서 가장 비싼 살코기가 태어난다.

영국의 찰스 왕세자를

이 작은 시골 마을로 불러들였던 것.

위생상의 이유로 수입을 금지한 미국에서도

고급 레스토랑의 비밀 메뉴에 몰래 오르는 그것.

135p


가장 센 음식이 뭐였어요? 라는 제목의 글에 서문으로 달린 알쏭달쏭하면서도 눈길을 확 잡아끄는 무서운 요리가 나올법한 그런 말이었다. 이탈리아의 폴레시네라는 곳에서 만들어지는 특별한 햄 쿨라텔로에 대한 이야기였다. 돼지 뒷다리 정강이쪽 살을 소금에 절여 며칠 둔 후에 다시 소금을 뿌려 돼지 방광에 넣어 1년 이상 자연 숙성시키는 것. 이 절대진미를 맛보기 위해 찰스 왕세자, 디자이너 아르마니 등이 찾아와 자기 이름이 적힌 쿨라텔로를 찾아 직접 먹고 가기도 한다는 것. 그 지역을 떠나면 맛이 떨어지기에 직접 먹고 가게 하기 위해 위층은 숙소로 만들어 쓰고 있다고 하였다.



아주 새로운 경험이랄까? 맛집을 찾아 구석구석 세계를 누비고 다닌 당찬 여인 김보연님이 유럽의 맛집도 구석구석 찾아 정리를 해놓은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등의 다양한 나라들, 다양한 도시의 맛집 정보를 올려놓은 책. 관광객들이 주로 가는 그런 맛집 보다는 그녀가 겪어보고 맛있다 느낀 소박한 곳에서부터 진정 유명한 집들은 그 조리 과정까지 소개를 하거나, 쉐프와 직접 인터뷰한 내용까지 싣기도 하는 등, 유럽 미식에 대한 그녀의 넘치는 열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책이었다.




돼지 방광에 숙성시킨 그런 햄이라.. 프로슈토 같은 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쿨라텔로라는 독특하면서도 그다지 땡기지 않는 햄 이야기는 처음이었고, (외국인들이 묵은지에 처음에 적응하지 못하듯, 그녀에게도 신기한 경험이었다는 설명이었다.) 말로만 들었던 송로버섯의 이야기와 포도만으로 만들어진다는 진짜배기 발사믹 식초, 닭 목이 그대로 올려지는 어지간한 비위를 갖지 않고는 먹기 힘든 요리들까지..



맛있어서 맛있는 그런 맛집만 실렸다기 보다는 접하기 힘든 유럽의 다양한 맛집들에 대한 가감없는 그녀의 솔직한 소개가 돋보이는 책이었다. 게다가 미슐랭 가이드에 의존한 최고의 맛집만을 찾은게 아니라 오히려 동네 소박한 맛집임에도 그녀의 입맛에는 더 나았다는 소박한 마카롱도 인상적이었고, 그녀의 글에는 그런 소박함이 기본으로 배여 있는 것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사실 언젠가 티브이에서 캐나다 벌목공들이 즐겨 먹는다는 소박한 식당의 음식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서양 사람들이기에 투박한 스테이크에 거친 야채 볶음 등이 나와 있었던것같은데, 패밀리레스토랑으로 정형화된 혹은, 관광객들의 입맛에 맞춰진 그런 레스토랑의 특급 메뉴가 아닌 우리나라 시장통의 소박한 분식집 혹은 국밥집 같은 그런 느낌의 요리나 가정식이라도 소박한 서민음식이 먹어보고 싶었던 나로써는 그녀의 글에서 이런 소개들이 자주 나오는 것 같아 더욱 기뻤다.



파리의 아저씨표 레스토랑의 "옛날 메뉴에 양 많고 최신 트렌드를 지양(!)하는 곳. 조세핀 셰 뒤모네 (조세핀, 뒤모네의 집이라는 뜻이 거창해보이지만 우리나라말로는 전주댁, 선희네 같은 소박한 이름이란다.) 의 오리 콩피, 뵈프 부르기뇽, 카술레 등의 아직 먹어본적 없지만, 오랫동안 시간이 걸리는 가정식 요리에서부터, 대자 생일 케이크만한 밀푀유 디저트까지 (밀푀유는 유럽에 가서 꼭 먹어보고픈 디저트였다.) ..최고의 맛은 아닐지라도 두고두고 생각나는 맛이라는 그 레스토랑에 나도 꼭 가보고 싶었다.


최고의 미식을 추구한다는 산세바스티안의 미슐랭 최고 스타 마르틴 베라사테기의 레스토랑 탐방기 역시 인상적이었다. 여행을 간다면 현지인의 맛집서부터 유럽이니 최고의 맛집까지 고루 맛을 보고 싶은 이상, 기회가 닿는다면 그녀의 멋드러진 설명이 어울리는 별중의 별 쉐프의 맛을 어찌 보고 싶지 않겠는가?





신의 물방울이란 만화에는 와인 한모금에 주인공이 말을 타고 다니고 산속 싶은 계곡에 신비한 물고기가 뛰논다. 나도 먹는 것에 심하게 빠져 있는 사람 중 하나지만 그런 표현에는 과장이라 웃어넘기곤 했다. 그런데 마르틴 베라사테기의 레스토랑에서 만화는 현실이 되었다.

청정한 붉은 계곡에 신기한 조개가 살고, 5월의 요정이 상큼히 입안에 머물다 갈 수 있음을 . 세월의 흐름에도 건재한 그의 메뉴 중 몇몇은 내 입안에서 살아있는 전설이 되었다.

332p








아직 못가본 유럽이지만, 가게 된다면 꼭 맛집 몇 군데는 다녀오리라 다짐하는 나였기에 이 책은 더욱 소중한 책이 되어주었다. 가이드북에 나온 그런 맛집 외에도 어쩐지 우리 주위의 제대로 된 미식가가 다녀온 맛집을 꼭 다녀와야겠단 생각이 드는사람이라면 유럽 여행에 앞서 이 책을 한번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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