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들은 올레로 갔다
고영탁 외 지음 / 낭만북스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어쩌다보니 제주올레에 대한 책만 다섯권째 읽게 되었다. 사실 제주도 하면 마음부터 설레고, 기분부터 좋아지기도 하지만, 막상 올레길에는 발을 올려본적이 없어서 더 그리움의 대상이 되었나보다.
올레길 이사장인 서명숙님부터 시작해서 많은 글쟁이, 사진쟁이 등 뛰어난 쟁이(비하하는 말이 아닌 진심으로 전문인이라는 뜻으로 붙인) 분들이 모여 제주 올레를 걸어보고, 또 그 감흥을 잊을 수 없어 책을 내게 되신게 아닌가 싶다. 사실 무엇보다도 멋진 풍광을 바라보며 몇시간씩 걷다보면, 혼자 걸으면 생각이 많아지고, 둘 셋이 걷다보면 대화가 이어지니, 재미난 이야기들이 많이 생겨나는 것이 바로 제주 올레 책이 많아질 수 밖에 없는 이유인것 같다.
 
퇴사를 하고 치유의 여행으로 직장 선배가 좋아하던 올레길을 걸어본 고영탁님이 절친 셋을 더 영입해서 좋은 사람들과 멋진 제주올레를 소개하는 책을 만들기로 한 것이 그들의 올레프로젝트가 되었다. 혼자 걷는 길도 좋지만, 걷다 보니 친구들이 생각났고,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니 더 많이 소중한 것을 나누고픈 마음에 같이 걷는 길을 선택했다는 절친들.
 
나 또한 혼자서 어딜 가면 뭔가 어색함에 빠져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누군가를 찾아 대화라도 나누려 한다. 이런 쑥맥이니, 아마도 제주 올레를 혼자 걷는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리라. 절친,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그동안 일상에서 못 다 나눈 이야기를 나누며 올레길을 걷는 것이 내게 맞는 이상적인 올레여행이 되리라.
 
두명의 영화 프로듀서, 사진가, 음악 평론가가 만나 13코스의 올레를 완주하고, 전문 사진가가 담아낸 멋진 올레코스 사진이 담긴 코스 일주여행기부터 올레송 추천, 영화이야기, 그리고 가장 관심가는 맛집 이야기까지.... 별점까지 꼬박꼬박 챙겨가며 자세한 안내가 실린 올레 이야기를 읽으니, 그들이 올레로 가서 내가 이렇게 꼼꼼한 올레 리뷰를 읽을수 있어 고맙단 생각이 들었다.
 
당장 떠나고 싶어도 떠나기 힘든 아기엄마.
그래서 보통은 렌터카로 제주를 여행하며 해비치 호텔에서 묵곤 했는데, 그때마다 해비치 주변에는 맛집을 찾기힘들어서 (일반 제주 여행카페에서는 해비치에서 가까운 맛집 추천이 거의 없었다.) 멀리까지 차 타고 나가서 먹고 오는게 고역이었는데, 올레꾼이 된 그들이 추천해주는 맛집이 의외로 가까운 곳에 여러 곳 있어서 다음 여행에서는 꼭 가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올레 여행을 하며 딱딱하게 고생만 하는게 아니라 아카시아 향같은 달콤한 귤꽃 향기에 취하기도 하고, 3코스 통오름 아래에서는 자장면을 시켜 먹을 수 있는 운치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 중국집 전화번호를 안알아갔던 터에 고생했던 그들이 친절하게도 상호명과 전화번호까지 책에 실어주었다. 한시간 올레를 힘겹게 걷고, 자연에서 맛보는 배달 자장면의 맛이라니.. 집에서 밥 다 먹고 책을 읽는 지금 이순간에도 갑자기 그 상황을 상상하며 군침이 돌기 시작했다.
 
음악 평론가 고영탁님이 추천해준 올레에 어울리는 노래들로 김동률의 출발서부터, 성기완의 마흔이끼, 장필순의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때, 앵콜요청금지의 브로콜리너마저, 루시드폴의 알고 있어요 등등..사실 노래 가사와 제목을 연결을 못 시키는 음악에 관한한 유난히 저질 기억력을 소유한 내 탓도 있지만, 생소한 노래 제목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가 추천해주는 노래들의 설명을 읽어보니 어쩐지 발라드를 좋아하는 내 감성코드와도 딱 맞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책 속에서 그 선율이 음악이 되어 흐르는 듯한 착각도 들었다.
제주 올레에 가서 정말 이 음악들을 모아모아 들으면서 걸으면 더욱 행복하리라.
 
많은 이들이 제주 올레에 발을 디디고, 음악을 떠올리고 글을 쓰게 되는 것은 공통된 귀결인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로 인해 나같은 평범한 독자들은 골라주는 멋진 곡들과 미리 보는 풍경들에 미리 감탄할 수 있다는 감사함..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제주 올레에 대한 이야기. 절친들이 같이 있어 더 행복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그래서 그들은 올레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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