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들
레브 그로스먼 지음, 박산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수재 중의 수재인 쿠엔틴이 프린스턴 대학 면접관을 만나러 가던 길에 일생이 달라질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면접관은 죽어 있었고, 쿠엔틴과 친구 제임스에게 남겨진 봉투로 인해 그의 인생은 제임스와 확연히 달라지고 말았다. 항상 현실에 만족하지 못했던 쿠엔틴을 환상의 세계로 이끌어줄 관문이 바로 그 봉투였던 것이다. 봉투를 열고 책을 펼치자 그는 전혀 새로운 곳에 서 있었다. 그가 어릴적부터 꿈꿔왔던 소설 속 필로리는 아니었지만, 미국 북부의 어느 지역이라는 그 곳에서 그는 다짜고짜 마법학교 입학시험을 치루게 되었고, 운이 좋게도 그는 합격하였다.

 

필로리 앤드 퍼더는 채트윈 가의 다섯 명의 아이들이 괴짜인 이모와 이모부와 함께 시골에서 휴가를 보내다가 우연히 발견한 마법의 땅에서 벌이는 모험을 묘사하고있다. 17p 주인공인 쿠엔틴을 마법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고, 그의 인생에 크게 좌우된 이 소설은 실존하는 소설은 아닌듯했다. 어쨌든 나니아 연대기를 연상케하는 줄거리를 지닌 필로리 앤드 퍼더. 그리고 주인공 쿠엔틴이 마법학교에 들어가 공부한다는 설정은 해리포터의 유명한 이야기를 떠올리게 했다. 또한 쿠엔틴이 마치 교수님을 괴롭히기 위해 잠깐 마법을 흐트리게 했던 장난으로 이계에서 야수가 나타나 모두를 움직이지 못하게 했던 섬뜩한 장면은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에서 주인공 아마테라스가 아기였을 적에 이계의 괴물을 불러냈던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마법사들, 이 책은 내가 알고 있는 많은 환타지들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었다.

하지만, 그 환타지들이 미처 들려주지 않았고, 우리도 궁금하지만 어디에 물어보지 못했던 그런 부분들을 속시원히 긁어주고 들려주는 그런 소설이었다. 너무 세밀하게 묘사가 되어 있어서 사실 읽다가 그 월반 시험 과정 등에 진짜 내가 몰입이라도 되는 양 숨이 막히기도 하였다.

 

일반 환타지 소설이나 무협지 등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묘사가 되어있긴 하나 어른인 우리가 보기에는 미흡하기만 한, 그저 운이 좋아서 모든 일이 우연찮게 들어맞고, 잘 해결이 되는 그런 경우와 달리 이 책속의 주인공 쿠엔틴은 무척이나 똑똑한 수재였지만, 역시나 모두가 똑똑한 천재들만 모인 브레이크 빌스 마법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말 치열하게 공부를 한다. 그리고 그 마법이라는 것이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닌 정말 뼈를 깎는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모두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선택받은 자에게 내려지듯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들이 묘사가 되어 있었다. 어쩐지 우리 나라의 민족 사관학교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느낌이 들었달까? 예전에 봤던 다큐멘터리에서 그들이 치열하게 공부하는 모습을 보니, 쿠엔틴 역시 그에 못지 않은 학생이 아니었을까 싶은 심정이 들었으니말이다.

 

소설 중간중간 계속 등장하는 필로리 라는 소설, 그 5권의 내용들이 중간중간 소개가 되면서 쿠엔틴과 그 소설이 절대적으로 관련이 있음이 중요하게 암시가 되었다. 사실 나는 이 책이 따로 있는 책인데 내가 미처 못 본 책은 아닌가 싶어 검색도 해보았다. 필로리로 검색해보니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만 검색이 되고, 또는 마법사들이라는 이 책이 뜨는 것을 보니, 아직 번역이 되지 않았거나 아니면 실제는 존재하지 않는 책속의 책인 생각도 들었다.

 

마법학교에 들어온 쿠엔틴의 부모님이 실제로 아들이 명문학교에 다니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마법은 속임수라는 생각이 들어 불편해지긴 했지만, 현실의 부모를 납득시키지 않고 아이가 없어지는 것보다는 타당성이 있는 대처가 아닐까도 싶었다. 어쨌거나 그 디테일이 놀랍기만 했던 마법사들. 그래서 이 책이 뉴욕에서 베스트셀러로 한참을 인기를 끌었던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마치 작가가 실제로 경험한듯 생생히 전해져 오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자네들이 마법사가 된 이유는 자네들이 불행하기 때문이야. 마법사가 강한 이유는 고통을 느끼기 때문이야. ..제군들은 자네들을 부수려고 하는 세상을 부수는 법을 배운 거야." 345p

 

졸업할때까지의 전 과정이 세세하게 펼쳐지고, 졸업을 하던 날 포그 교장이 졸업생들에게 해준 말이었다.

또한 쿠엔틴이 졸업후 마법사로서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장면도 더이상 아이들만의 환타지가 아닌 어른들의 진지한 고민 같아서 너무나 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환타지를 읽으며 이토록 공감해보기는 처음이라 어색한 느낌도 들었다.

 

마법학교의 놀라운 경험들도 있었지만, 그 과정은 다소 지루하고 빡빡한 일정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졸업이 전부가 아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쿠엔틴이 현실에서 짝사랑했던 친구 줄리아, 그리고 브레이크 빌스에서 짝사랑했던 여교수, 그리고 그의 사랑이 된 한결같았던 아름다운 앨리스까지... 그들의 사랑이야기 또한 주된 중심으로 자리하였다. 똑똑한 청소년들의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담겨 새로웠던 환타지.

 

또한 그들의 필로리라는 소설이 마법사들인 그들에게 주는 의미는 어떻게 결론이 지어질지..

사실상 중반부까지는 마법학교에서의 공부와 졸업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본격적인 이야기는 쿠엔틴이 마법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부터 이어진다. 그리고, 그전에 일어났던 많은 일들이 복선처럼 여겨지며 모두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했다. 진짜 흥미진진한 모험은 이제 시작이었던 것이다. 필로리는 실존했던 곳이고, 필로리고 가는 문을 그들이 열게 된것이었다. 쿠엔틴이 평생을 꿈꾸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나게 된것.이제 정말 재미있어 지는구나 하며 후반부를 읽다보니 어느덧 마지막장을 덮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작가가 이 책 후속편을 집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으니 책을 덮는 아쉬움이 반으로 줄어든다는 것. 어른이 되어 읽는 판타지가 너무나 현실적이어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처음에는 난감하기도 했던 소설이지만, 읽을 수록 얻어지는 재미가 새로웠던 소설이었다.

 

거억거억거억.. 쿠엔틴이 즐거움에 질렀던 그 소리를 과연 나도 그 모습(?)으로 낼 수 있을지 떠올려보며 후속편을 기다려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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