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의 마지막 여름
마이클 셰이본 지음, 이선혜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모든 것이 과장된 오늘 밤, 모든 것이 비정상적으로 확대되어 보이는 내 눈에는 그들이 마법의 힘을 발산하는 아서의 모습이나 그의 곁에 서 있는 내 모습을 너무 눈부셔서 보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39p

 

헤어진 여자친구, 갱 단원인 아버지, 그리고 피츠버그에 홀로 있는 나.

어느 여름. 마지막으로 갔던 학교 도서관에서 이름이 같은 아서라는 멋진 청년과 독특한 분위기지만 분명 아름다운 플록스를 만나게 된다. 분명한 것은 그 두 사람이 먼저 내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

 

아서와 함께 그의 친구들을 만나게 될 파티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거기에서 또 제인과 그의 애인 클리블랜드의 존재까지 알게 되었다. 악명 높은 클리블랜드는 보지는 않았으나 다들 당연한듯 입에 올리는 궁금한 인물이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제인 덕택에 클리블랜드에 대해 더욱 궁금해지기도 하였고. 

 

"아트 벡스타인이 쓴 '갱 단원의 아들'이라는 책을 찾고 있어." 82p

 

아트 벡스타인은 아르바이트 가게로 자신을 잡으러 온 어느 오토바이 족을 보고, 드디어 아버지에게 원한을 가진 자에게 목숨을 잃는다고 생각하였다. 장난끼로 똘똘뭉쳤던 그는 바로 클리블랜드였다.

 

20대의 피어오르는 젊음을 간직한 젊은이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소설.

아트가 수시로 마치 영화배우처럼 잘 차려입은 그와 그녀들(그해 여름 새로이 알게 된 플록스, 아서, 클리블랜드, 제인 모두)에게 감탄하며 그들의 친구임을 자랑스러워 할 정도로 아트는 그들에게 푹 빠져 있었다.

동성애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도 플록스와 아서 사이에서 방황하게 되는 것까지 말이다.

 

"넌 미친 여자친구를 버리고 또 다른 여자친구를 얻었어. 그녀도 하찮기는 마찬가지지만 적어도 립스틱을 바르고 향수를 뿌리고 직업도 있지. 네 인생은 한마디로 '수표 고마워요, 아버지'야." 219p

 

25살에 논문으로 제출한 이 소설이 너무나 뛰어났던 까닭에 담당 교수님이 에이전트를 소개해주어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 베스트 셀러에 오른 소설. 영화로도 만들어져 2009년에 미국에 개봉되기까지 한 작품이었다. 마이클 셰이본의 데뷔작인 이 소설 이후로도 그는 수많은 상을 수상한 작가로 거듭났다. 퓰리쳐상, 휴고상, 네뷸러 상 등 뛰어난 기지를 발휘하는 그의 능력은 작품 속에서 더욱 빛이 나는 듯 하였다.

 

갱 단원인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힘든 나는 친구인 아서의 말 그대로 '수표 고마워요 아버지'였는지 모른다. 그런 나에게 사랑이라 부를 수 있는 두 사람이 나타났고, 두 남녀 사이에서 어떤 선택도 하지 못하고 방황하기도 하였다. 아들이 아버지의 뒤를 잇지 않고, 밝은 세상에 나아가길 바랬던 터라 아들이 사귀는 여자, 혹은 남자친구들까지도 아버지에게는 하나하나 걸러보고 평가해야 할 대상이었던 것이다.

 

사실 어느 부모님이나 마찬가지였겠지만, 힘을 가진 아버지의 권력은 더욱 막강했던 터였다.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젊은 날의 열정을 담고 있는 소설이었지만, 나또한 20대를 보내고, 어떤 이를 만난 적도 있었지만, 이들의 사랑처럼 눈먼 곡예를 하듯 완전하게 나를 잃는 사랑을 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작가가 표현해낸 사랑이야기보다 나는 그의 하나하나의 상세한 묘사들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이해하기 힘든 성적인 면들보다는 그저 아트가 살고 있는 집을 묘사하고, 제인의 아버지의 말투를 묘사하는 등의 색다른 표현 기법이 마음에 들었다고나 할까?

 

수프와 샐러드를 먹는 동안, 내가 아기였을 적에 엄마와 함께 포브스 구장에 놀러갔던 잊지 못할 일요일 이야기를 아버지가 꺼내는 바람에 나는 계속해서 심장마비를 일으킬 지경이었다. 내 팔에 온통 소름이 돋을 만큼 아주 오래되고 예쁘장한 이야기였다. 228p

 

내 팔에 온통 소름이 돋을 만큼 아주 오래 되고 예쁘장한 이야기라는 그 이야기에 나는 그대로 시선을 고정시킬 수 밖에 없었다. 맑은 물에 발을 담그고 누워서 그해 여름은 참 열에 들떴던 때였지. 하고 과거를 회상하듯. 어쩌면 피츠버그의 마지막 여름 이야기 또한 아트에게는 아주 오래되고 예쁘장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었던..기분이 들었다. 물론 아트가 표현한 바는 역설적인 표현이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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