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슬럼버 - 영화 <골든슬럼버> 원작 소설 Isaka Kotaro Collection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평점이 별 다섯개라.. 아쉽다. 더 늘릴 수만 있다면 별을 더 주고 싶은 그런 소설이었다.

 

이사카 고타로.

아직 책으로 만나보지 못한 작가였으나, 워낙 독자들에게 인기가 많아서 그 이름만큼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작가였다. 그리고, 8/26에 개봉한 영화 골든 슬럼버, 이 영화의 동명 원작 소설이 바로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고는 영화가 아닌 소설이 너무나 읽고 싶었다.

 

한때 책을 거의 보지 않고, 영화, 연극 등에 심취해 있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그와 정 반대로 모든 것을 책을 통해 느끼고 있다. 아기를 낳고 나서 영화관에 못 가게 된 까닭도 있지만, 그와 동시에 언제 어느때고 휴대하기 편한 책이 지금의 내게는 훨씬 더 편하게 즐길 취미생활이 되기도 한 이유에서다. 게다가 화려한 영상이 아니더라도 책을 통해서는 좀더 자세한 상황을 들을 수 있고, 유추할 수 있고, 등장인물들 또한 내 머릿속에서 더욱 근사한 사람으로 재탄생되기때문에 영화에 나온 인물이 혹시라도 내 마음에 들지 않을까봐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병헌을 닮은 듯한 눈매의 남자, 그의 서글픈 눈빛 아래로 눈물 한 줄기가 흘러내린다. 

온세상이 추격하는 한 남자.

 

책의 시작부터가 독특하였다.

시간 구성이 뒤섞여 있는 배열이었던 것이다. 정치가로서는 보기 드물게 국민들의 신망을 얻은 가네다 총리가 센타이 시 퍼레이드 도중 암살을 당했다. 색종이 사이로 하얀새처럼 날아든 무선조종비행기에 장착된 폭탄을 이용한 암살이었다. 전국이 발칵 뒤집히고, 범인을 알아내기 위한 날카로운 날을 세운 경찰과 매스컴의 보도가 시작되었다.

 

사건이 발생되고, 사건을 보고 있던 시청자, 그리고 갑자기 사건 20년 후의 보다 더 객관적인 이야기, 그리고 메인이 되는 사건이 이 책의 중심으로 다시 진행되며, 끝으로 사건 석달뒤 이야기로 종결된다. 처음 차례만 보았을땐 왜 이렇게 복잡하게 구성이 되었나 했는데, 소설을 읽으며 탁월한 구성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전직 택배기사이자, 호감이 가는 외모에 착하고 성실한 아오야기. 몇년전 아이돌 스타를 우연히 치한의 공격으로부터 구해줘서 세간의 이목을 받아 서민 스타로 떠오른 것 이외에는 독특한 이력이 없던 그에게 이상한 일들이 생긴다. 절친한 친구였지만 8년이나 연락이 없었던 모리타에게서 만나자는 연락이 오고, 직장인 택배회사에서는 악의성이라고 보기에도 애매한 장난질이 계속되어 결국 회사를 나오게 된다. 치한을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정의감에 불타는 아버지를 탓에 절대 치한이 될리 없는 그가 전철 내에서 치한으로 몰린 일이 있는 가 하면, 직장에서 갑자기 접근한 여자가 취미가 무선 조종비행기라고 하였다.

 

정말 그뿐이었다.

사소하게 이상한 그 몇가지.

 

...

 

그리고 아오야기는 갑자기 가네다 총리 암살범이 되어 있었다.

모든게 확실해질때까지 실명을 거론하지 않는 매스컴이 연일 그의 이름을 거론해대고, 세상은 온통 그를 향해 칼날을 겨눈다. 국민의 지팡이인 경찰이 그와 그 주변의 인질을 향해서도 마구 총을 겨누고 쏘아대는 상황. 누구를 믿어야할지도 모를 상황. 끝이 보이지 않는 도망. 그리고 결백을 주장하고자 하나 믿어줄리만무하게 철저하게 조작된 시나리오.

 

매스컴에 나오는 커다란 사건 보도등을 보면서 그 사건이 조작된 것이라 의심하게 된건 얼마되지 않았지만, 아직도 나는 매스컴이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 빠져 들고 은연중에 세뇌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책속의 많은 사람들 또한 그렇게 매스컴의 이야기를 믿는다.

 

철저하게 고독해진채 도망자의 신세가 된 아오야기, 그리고 그를 믿어주는 몇 안되는 사람들.

골든 슬럼버는 비틀즈의 마지막 앨범 수록곡이자 아오야기의 절친한 친구 모리타가 마지막으로 읊조리며 불렀던 노래 가사이기도 하다. 전혀 눈치도 못채고 그대로 봉변을 당할뻔한 소중한 친구를 깨워 "도망쳐"라고 말해준 친구. 그 친구가 눈물을 흘리며 자장가를 읊조리며 차안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자신은 도망을 가야하는 신세. ...어쩌다가?

 

작고 커다란 여러 사건. 사고들이 나와는 무관하다고 믿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그랬다.

내가 일으키지만 않았고, 내가 그 사건 현장에 없었다면 그냥 뉴스를 보고 저런 쯧쯧 하고 넘어가는 시청자로 끝나리라 믿었다. 아마 아오야기도 처음에 그랬으리라. 아무리 그랬어도 엄청난 배후세력의 조작된 시나리오 앞에서 한 인간의 삶이 얼마나 연약하게 무너지는지 미처 몰랐다. 매스컴,? 경찰? 평소에 서민을 보호해줄거라 믿었던 그 가까운 존재(?)들이 적으로 돌변하는건 순식간이었다. 그리고, 내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려 해도 억지로 나를 범죄자로 만들기 위해 누군가가 심오하게 계획을 한다면 그 계획이 얼마나 무시무시하게 진행이 될 수 있는지 미처 몰랐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진상을 밝히는게 아니다.

가네다 총리가 암살된 진짜 이유나 동기, 방법, 그리고 진짜 범인에는 관심이 없다. 그들은 그저 만인이 끄덕일만한 형태로 매듭짓기를 바랄뿐이다. 259p

 

그들이 진실에 관심이 없는데, 무죄를 증명할 방법이 있을까? 260p

 

거대한 힘에 맞서 싸우는 한 인간은 마치 구둣발 아래 놓인 개미 목숨이나 마찬가지였다.

 

아오야기. 판초콜릿 하나를 쪼개도 조금이라도 더 큰 것을 여자친구에게 내밀고, 눈이 부시게 푸른 날엔 기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어디에선가 고통 받을 사람들이 생각나 가슴이 아프다는 여린 사내. 그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진실은 20년이 지나서야 밝혀졌다.

 

너무나 재미있게 읽은 소설.

그리고 계란으로 바위치기 격인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날카로운 긴장감으로 끝까지 재미나게 읽어내려갔던 바로 이 소설.

 

가슴 저 밑에서 뜨거운 수증기 같은 것이 습기와 함께 솟아오른다. 이러면 안된다고 자신을 말렸지만, 아오야기의 눈초리에서는 이미 눈물이 방울방울 흘러내린다. 슬픔이나 분노가 아닌, 혼란스러움에서 오는 눈물이었다.

어떻게된, 어떻게 된 셈판이야. 모리타. 어떻게 된거야. 가즈. 254p

 

 

한편의 길고 긴 이 싸움을 영화 속에서는 어떻게 그려냈을지 정말로 궁금하다.

한 인간의 처절한 전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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