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Eats - 아빠가 들려주는 건강 밥상 이야기
권오중 글.요리, 박소영 요리 / 시드페이퍼 / 2010년 7월
구판절판





가장 잘 먹어야 할 나이의 아이에게 몇 안되는 재료로 레시피 없이 매일 세끼를 직접 요리해 먹이고, 간식과 음료수까지 만드는 과정은 저희 부부에게 전쟁과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 덕분인지 혁준이는 건강을 찾아가고 있고 키도 많이 컸습니다.



제가 직접 체험해 효과를 보니 아토피, 과잉행동 증후군 등으로 고생하는 아이와 부모에게도 저희 집의 식탁 혁명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누굽니까? 자식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내놓을 수 있는 부모 아닙니까?

몇 번의 실패를 거치고, 직접 해준 음식 중에 아이가 잘 먹는 음식이 뭔지 조금만 유심히 관찰하다 보면 어느새 유명 요리사 못지 않은 실력을 갖게 될 겁니다.

13p





탤런트 권오중님이 남보다 일찍 결혼해서, 벌써 13살이나 된 아들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이의 건강을 위해 발벗고 나설 정도로 멋진 아버지인줄은 이 책을 통해 새로이 알았다. 아이가 어디가 아팠던 걸까? 걱정되는 마음에 인터넷을 찾아보니, 2001년에 4살난 아들이 근육병일지 모른다는 말에 걱정을 하였으나 다행히 근육병은 아닌 것으로 판명이 났고, 대신 근육병 아이들을 위한 수익금 모금을 하는 등 많은 선행을 베풀었다고 기사가 실려 있었다.




tv를 통해 익숙한 탤런트지만, 가정에서는 정말 바른 가장이자 멋진 아버지란 사실을 이 책의 에세이와 아들을 위한 진심이 담긴 요리들, 그리고 아들과 짬짬이 찍은 행복한 사진을 통해 짐작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아니, 뭐 멀리 가지 않더라도 나부터가 식품 첨가물의 유해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두돌도 안된 아기에게 시판 쥬스와 시판 음식들을 먹이고 있다. 이유식을 할때만 해도 유기농을 고집해야지, 다양하게 해서 먹여봐야지했는데, 입이 짧은 아기다보니 더 안 먹게 되는 것 같아서 조금이라도 먹는 것을 먹여야지 하면서 편리한 시판 쥬스 (말은 유기농이라고 씌여 있다.) 등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예전엔 안 먹던 수박도 잘 먹고 그러는데도 엄마가 게으른 탓에 수박 쥬스를 해주고 다른 과일 쥬스를 계속 만들어 대체해줄 생각은 못하고, 아기 쥬스, 아기 요구르트 등을 사서 하루에도 몇번씩 아기가 달라는대로 주곤 하였다.


권오중님의 아들 혁준이 또한 어려서 입이 짧은 탓에 인스턴트라도 잘 먹으면 기쁜 마음에 아이가 원하는 대로 사주고 먹였다 한다. 그런 아들이 아픈 원인 중 하나가 바로 그런 식습관에 있었다고 하니 가슴이 철렁했던 부모는 식단을 자연주의 식단으로 바꾸기로 결심하고 정말도 대대적인 변화를 감행했다.



책에는 아빠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실상 가장 노력한 이는 엄마였다고 한다. 아빠는 엄마의 보조 역할로 엄마가 밥을 하지 않는 날 등에 아이를 위한 식단을 짜곤 하였지만, 일을 하는 사람이다 보니 그리고 우리 사회의 통념상 엄마가 주방의 메인이 되는 것은 어찌할 수 없었나보다. 그래도 다른 아빠들에 비해 권오중님의 노력은 정말 크면 컸지 작은 비중은 아니었다.



아빠가 요리를 한다는 것은 아이에겐 기쁨일 수 있지만 나름대로 창작의 고통이 따른다. 아이가 기대하는 것은 엄마가 해주는 정석의 요리를 한 단계 뛰어 넘는 것일 테니까. 뭘로 놀라게 해줄까 고민을 하다 보면 늘 엉뚱한 곳에 답이 있었다. 80p


밀가루를 되도록 쓰지 않기 위해 튀김옷 용 빵가루에도 쌀식빵 말려 부순것을 쓰고, 케첩과 설탕도 유기농을 쓴다. 유기농 고춧가루를 구하는 것이 가장 큰 난관이라 자식만 먹지 말라 할 수 없어서 부모도 일반 고춧가루가 든 김치를 끊었다. 그 김치가 너무나 먹고 싶어서 아이 몰래 방에 숨어 나눠먹은 적도 있다고 하였다. 고심 끝에 베란다에 고추를 한 그루 심었는데, 그 정성에 감복하신 양가 부모님이 직접 텃밭에 무농약 고추 농사를 지으셔서, 정말 100% 유기농 고춧가루를 마련하게 되었다 하였다. 몇달전에 읽은 노 임팩트 맨이라는 책에서 주인공보다 더 심하게 먹거리로만 유기농을 고집하여 실험한 어느 작가부부가 소금도 100% 순도 천일염을 구하지 못해서, 먼 바다까지 배 타고 나가서 바닷물을 받아 온 후에 그것을 말려서 소금으로 썼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권오중님 가족 이야기도 그에 못지 않은 정성이었다.



자연식만 고집하다 보면 맛이 없을 것 같은데, 아이 입맛을 생각하다 보니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레시피들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고기를 너무 좋아하는 아들에게 고기 대신 다른 걸 먹이기 위해 해준다는 감자 게살 크로켓도 정성 가득한 메뉴였고, 내 아이를 닮아 귀여운 두부 강정 역시 매콤해보이는게 어른 입맛까지 돋궈줄 그런 메뉴였다. 무엇보다도 감동한 것은 바로 푸드 스타일. 아이 음식이라고 해서 그냥 밥과 반찬 이렇게 내놓는게 아니라 주먹밥 하나, 반찬 하나도 더욱 맛있어 보이게 데코하는 그 솜씨가 부러웠다. 물론 스타일리스트의 도움도 받았겠지만, 아기라고 해서 식혀준다고 그냥 멋 없게 아기 그릇에 펴 담고, 간을 약하게 한다는 이유만으로 맛 없게 요리를 해주던 내가 반성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오늘 아기를 위한 볶음밥을 만들어주면서 처음으로 유기농 아가베시럽도 써보았고, 어른들처럼 예쁜 그릇에 작은 종지에 담은 볶음밥을 뒤집어 담아 예쁘게 해서 주었더니 아기가 너무너무 잘 먹는다. 자기 밥이라고 좋아라 하며 직접 아기의자까지 들고 가기도 했다.



음식은 사랑과 정성이다.

동생도 이 책을 읽더니,"이야..정말 대단하다." "언니, 언니도 우리 조카한테 이렇게 좀 신경써줘. 과자 같은거 그만 먹이고."라고 한다. 가족을 변화시키는 책, 그리고 아이의 건강에 눈을 돌리게 만드는 책.

아빠의 사랑이 가득 담긴 좋은 먹거리, "굿 잇츠"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