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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이름은 비밀 ㅣ 비룡소 걸작선 57
익명의 보쉬 지음, 지혜연 옮김, 길버트 포드 그림 / 비룡소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질문 : 한사람으로는 부족하고 두 사람이면 딱이고, 세사람이면 넘치는 것은?
답: 비밀
49p
아주 색다른 책을 만났다. 책의 이름도 비밀이고, 저자의 이름도 익명의 보쉬이다. 그리고 심지어 책의 내용인 제 1장도 xxxx로 가득차 있다. 작가는 끔찍하고 무서운 비밀로 가득찬 이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사실은 시작하기 싫다며 독자인 우리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다.
이를 어떡할 것인가?
어쨌거나 이 독특한 책을 이미 펼쳐 들었고, 게다가 나는 어른이다. 나중에 책 중간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나이가 열한살인걸 보면, 아이들도 읽을 수 있는 책이건만, 작가는 심오하게 경고하고 있다. 아마도 아이독자들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정말 이 비밀을 털어놓아야 할것인지 많이 망설이고 고뇌하는 부분이 엿보인다.
그래도 잘 숙성된 브리 치즈를 좋아하고, 카카오가 많이 들어간 고급 초컬릿을 좋아하는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작가에 대해 밝혀진 것은 그게 전부다. 아, 아니다 마요네즈를 싫어한다는 것도 한가지 더 밝혀진 사실이다.) 중간에 바뀌었던 마음도 바로잡고, 우리에게 비밀에 대해 조금씩 털어놓기 시작한다. 담력이 대단한 독자들을 위해 말이다.
아니, 첫 시작부터 뭐가 이리 장황해? 하면서 난감해하거나, 사설이 길다며 투덜거리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이런 시도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대신에 내용까지 어영부영이면, 그건 정말 용서 못할 것 같았는데.. 그녀가 호언장담했듯이.. 음.. 평범할 줄 알았던 일상이 놀라운 모험으로 바뀌어 버렸다.
독자인 우리가 위험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저자는 최선을 다해 배려하려 하였다. 마을 이름도 숨기고, 아이의 특징도 설명하지 않으려 했는데, 이런.. 자기도 모르게 아니 극의 설명상 어쩔수없이 묘사가 되었다.
언제고 사건이 발생할거라 믿고 사는 주인공 카산드라, 줄여서 카스라 불리는 열한살 난 여학생은 뾰족하고 이상하게 생긴 귀를 갖고 있다. 모험에 대비하여 그녀의 가방안에는 각종 생존 도구로 가득차 있다.
또 3장에 등장하는 맥스-어니스트는 태어나면서부터 그의 이름을 부모님들이 각자의 아버지 이름을 붙이겠다고 고수하며 싸우는 바람에 둘다 이름으로 사용하게 된 비운을 타고 태어났다. 게다가 그 일로 부모님이 이혼까지 하고, 맥스 어니스트를 잘 키우기 위해서 두집이자 한집 살림을 하는 아주 독특한 집을 지어 가운데에아들의 방을 만들어 놓고 각각의 독립된 공간에서 생활하고 계셨다. 그리고 맥스는 무척이나 말이 많아 치료를 받으러 다닐 정도였고 말이다.
이 두 주인공의 만남, 그리고 향기의 심포니라는 이상한 상자에서부터 그들의 모험은 솔솔 향기를 피워올리기 시작했다. 죽은 마법사의 집에서 발견된 향기의 심포니라는 상자에는 수십개의 약병과 각각의 향기들이 들어 있었다. 그 상자를 분석하다가 HELP라는 암호를 풀게 되고 마법사를 구하기 위해 그의 집을 무작정 찾아나선 두 아이는 웬 낡은 노트 한권을 찾게 되고, 때마침 집을 보러온 모비스 부인과 엘박사라는 너무나 잘생긴 부부의 등장에 아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도망을 가게 된다. 그들은 바로 두 아이가 찾은 노트를 찾기 위해 그 집을 방문한 것이었다.
노트의 비밀, 그리고 노트를 찾아 나선 몹시 잘생기고 예쁘지만 나쁜 기분이 드는 무서운 두 남녀.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제 시작된 것이다.
작가가 계속 망설이는 와중에도 이야기는 계속 흘러간다. 대체, 어떤 내용이 진행될까? 재미있으면서도 궁금한 와중이라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었다.
어린 아이들이 어떻게 이 난관을 해결할까 싶은 그 와중에도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았던 서먹서먹했던 두 소년소녀의 우정이 응집되어 나중에는 모험을 해결하는 가장 큰 실마리로 작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결말은 무지 노트로 되어 있다. 바로 우리에게 적어보라는 것이었다. 아, 뭐라고 어떤 결론을 내릴까 싶은데..이미 많이 약아진 어른인 나는 바로 그 다음장 다음장을 넘기고 말았다.
그리고, 에피소드처럼 각각의 이야기가 다시 흘러나온다. 사건 종결 후에도 그 비하인드 스토리처럼 궁금했던 부분들이 해소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이야기가 끝이 아님을...계속 진행되는 이야기임을 암시해준다. 아니, 암시라기 보다 아예 말해준다. 그래, 이 한권으로 끝난다면 너무 아쉬울 뻔했다. 작가의 입담이 이대로 끝난다면 말이다. 작가의 시크릿, 비밀 시리즈는 아직도 진행중이라 하니, 다음 권 그 또 다음권에서 우리의 주인공들이 어떤 활약을 또 펼쳐낼지 기대를 해본다.
이 책을 못 읽었더라면 너무나 아쉬울 뻔했다.
아이들 책이지만, 무척이나 재미났기에..
2편, 3편에서는 더 큰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거라 기대해보면서..겉으로는 관심없는듯 무심하게 기다려봐야겠다.
작가 보쉬님도 아마 내가 매달리면 더 안알려주려고 버티시지 않을까 싶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