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이외에는 머독 미스터리 1
모린 제닝스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피시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그녀가 살아 있었던 마지막 밤도

여느때와 같은 밤이었지.

다만 죽어간다는 것, 죽음 이외에는.

이 때문에 우리가 보는 세계는 달라졌도다.

 

-에밀리 디킨슨

'그녀가 살아 있었던 마지막 밤' 중에서

 



 

캐나다 토론토에서 1890년대에 지어진 거대한 옛날 집을 임대한 친구덕분에 모린 제닝스는 집을 둘러보며 과거의 생활상을 짐작할 수 있었고, 하인과 부자들의 대비된 그 시대의 삶을 구체적으로 상상하여 첫 소설인 "죽음 이외에는"을 집필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 처음 등장하는 머독 형사는 뛰어난 영웅도 아니고, 오히려 그 자신도 복잡한 과거를 지니고 있는 삶의 아픔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계급차이가 있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더욱 열심히 그들의 사건을 추적하게 되는 보기 드문 형사로 탄생하였다.

 

 

소설은 어느 소녀의 죽음으로부터 시작을 한다.

어여쁘고 앳된 소녀, 14~16세 정도로밖에 추정이 안되는 어느 소녀가 추운 겨울날 나체의 시신으로 발견이 되었다. 직접적인 외상이나 살해의 흔적이 보이진 않았지만, 부검 결과 임신한 상태였고, 많은 아편을 강제로 주입받은 흔적이 나타났다. 그래서 너무 추웠던 그 밤 거리에서 동사를 한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신원을 알 수 없었던 가련한 소녀의 죽음.

머독 형사는 소녀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다. 소녀가 어느 의사집의 하녀였음이 밝혀지고, 그녀의 살인 사건이 부유층과 관련되었을 것으로 추정이 되면서 상관의 압력이 은근히 작용하기 시작한다.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나는 우리 서가 다른 경찰서보다 더 낫지는 못할망정 비슷하게는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네. 빨리 사건을 해결했으면 하지만, 그렇다고 괜한 사람 심기는 긁지 말게.

무슨 뜻인지 잘 알겠지?

111p

 

소녀의 정체를 밝혀 내기 전에 소녀의 옷을 훔쳐갔던 사람들부터 알아내기 시작하는 머독. 추적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모든 사람들이 다 의심스러운 면을 지니고 있다.

특히나 죽은 소녀 테레즈가 지냈던 로즈 저택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하면서 더욱 수상한 면들이 많이 보인다.  어린 소녀를 임신시키고, 죽음까지 이르게 한 사람은 과연 누구일 것인가?

 

머독은 난로 장식 위에 달아 놓은 검은 상장과 조문의 의미로 그림 둘레에 묶어 놓은 검은 리본을 보았다.

순간 분노가 솟구쳤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다 뭔가 숨기고 있다.

머독은 그 비밀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는 기다렸다.

255p

 

소녀를 어린 시절 자신의 친구에 이입시켜 너무나 예뻐했던 로즈 부인, 의사 남편이지만 부인과의 관계가 원만치 않고 부인에게는 어쩐지 유난히 쩔쩔매는 남편 로즈 박사, 잘 생기고 사건 당일 알리바이가 수상한 의대생 아들 오언, 부인에게 사랑받는 테레즈를 질투했던 의뭉스러운 하녀 이디스, 그리고 자꾸 머독을 보면 당황하고 뭔가 많이 수상한 집사, 죽은 소녀 또래이자 어눌해보이고 어딘가 불안정해 보이는 마굿간지기 조, 사건 당일 방문했던 오언의 약혼녀 해리엇과 그녀의 아버지 셰프컷 의원.

 

  머독은 아편과 임신, 이 두가지가 왜 필연적으로 연결이 되어야만 하는지 합당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테레즈를 유혹한 자를 모른다는건 마음에 거슬렸다. 마치 퍼즐 맞추기의 시작이나 비슷했다. 모서리 조각을 맞춰야 거기서부터 출발할 수 있다. 머독은 혼자 씩 웃었다. 그는 어떤 그림을 맞추려고 하는지 , 심지어 자기가 가진 조각들이 같은 그림을 맞추기 위한 조각들인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232p

 

머독이 하나하나의 퍼즐을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드러나는 동안, 사건과 관련된 과거의 일부터 또 현재 진행중인 일까지 단편 단편 서술됨으로써 (그 일을 꾸미고 진행시킨 사람이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은채.. ) 범인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부추기게 된다.

 

창녀, 도둑 등과 어울려 사는 가난한 서민들의 골목, 그리고 바로 그 옆에는 그와는 아주 대비되는 의사 등의 전문직 종사자만 사는 골목. 그 거리를 사이에 두고 부유층의 하녀로 일하던 소녀의 죽음이 가져온 파란.

그 사건을 해결하면서 드러난 많은 인간 군상들의 숨겨졌던 이야기들은 아, 이래서 이런거구나 하고 새로이 짜여지는 퍼즐 조각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종교적 갈등의 문제서부터 계층 간의 차이와 갈등이 드러나는 문제점까지 모두 포용하고 있는 그 시대의 문제점을 사건에 그대로 녹여낸 소설.

 

이 작품이 작가의 첫 작품이라는게 믿기지가 않았다.

이 책을 시초로 머독 미스터리 시리즈가 총 7권까지 나오고, tv 시리즈로도 여러번 제작되는 등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모린 제닝스. 앤서니 상과 아서 앨리스 상 최종 후보에까지 오르는 등 첫 작품으로 놀랄만한 결과를 보여준 그녀의 작품은 기대했던 만큼의 재미를 충분히 지니고 있었다.

 

새로이 만나게 될 머독 시리즈를 기대해보면서 이 책과 모린제닝스와의 첫 만남이 무척 소중한 시간이었음을 말하고 싶다.

 

죽음 이외에는이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무서운 묘사는 드문 편이라 더 마음에 들었는지 모르겠다. 사실 추리소설이 재미있으면서도 다른 책들에서 보이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이야기들은 자꾸만 머릿속에 각인되어 책의 전체적인 이야기, 진정한 재미를 흐리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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