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포 2
라파엘 아발로스 지음, 신윤경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어렸을 적에 그저 재미로만 보던 영화들을 보면서 문득 나라면 저런 상황에서 어떠했을까? 생각하며 아찔해졌던 기억이 나곤 한다. 각종 목숨이 걸린 시험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소림사 영화라던지, 인디애나 존스 같은 모험 영화들을 보면서 나라면 제 시간 안에 아마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을거라며 패배자의 좌절을 미리 맛보곤 하였던 것이다. 수수께끼를 푸는 것을 무조건 어렵게만 여기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제 시간안에 해결하지 못하면 목숨을 잃는다는 극단적인 상황이라면 나도 모르게 패닉에 빠져 아무 것도 못할 것 같기 때문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그림포가 대단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가 얻은 돌로부터 생겨난 지혜에 있기도 하지만,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본인의 바른 의지에 달려있기도 하다.

 

그림포라는 시골 소년이 우연히 철학자의 돌을 손에 넣은 후 돌로부터 영감을 얻어 누구보다도 뛰어난 지혜를 갖게 되어 아무리 어려운 책도 척척 읽어내고, 배우지 않은 문자와 언어까지 능숙하게 구사하는 등, 힘이 아닌 머리의 재능을 얻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는 다른 많은 환타지나 무협소설들의 영웅들과는 분명한 차이를 이룬다. 이 소설이 스페인의 변호사가 작가가 되어 쓴 글이라 그런지 몰라도 인간의 지적인 재능을 높게 사는 일은 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힘만이 세상을 지배하는 논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어느날 떠돌이 좀도둑 덜립과 같이 다니던 시골 소년 그림포는 기사의 시체를 발견하고 시체로부터 고귀한 보물들과 함께 정체모를 서신과 이상한 돌 하나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시체는 곧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고, 돌을 얻은 소년은 서신에 적혀 있는 처음 보는 글자들임에도 자연스럽게  읽어내리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그 서신을 마저 전달하는 역할을 자신이 대신하는 것이 큰 모험이 될 것임을 짐작하면서도 마음과 돌이 행하라는 대로 따르기로 하였다.

 

먼저 수도원에 들어가 정보를 얻는다는 것이 우연한 계기로 그 곳의 리날도 수도사로부터 자신이 가진 신비한 돌에 대한 많은 정보와 세상의 많은 지식에 대해서 가르침을 받고, 책을 통해 많은 공부를 하게 되었다. 마치 다른 소설들, 특히 무협지 등의 소설에서는 우연히 어느 거사를 만나 신비한 힘과 새로운 무공을 전수받듯이.. 소년은 수도원에서 많은 학식을 쌓게 되는 것이었다. 그것도 아주 단시간내에 말이다.

 

뛰어난 능력을 꿈꾸는 학생들이라면 소년이 얻게 된 그 철학자의 돌을 누구나 탐낼런지도 모르겠다.

책에서는 연금술사들이 탐내는 보물이기도 한 그 돌이 비금속을 고귀한 금으로도 바꿀수 있어 재물에 욕심이 많은 자도 노리는 것이라 하였으나 진정한 돌의 능력은 바로 뛰어난 지혜를 주는데 있었다. 돌을 지닌 많은 과거의 인물중에 뛰어난 현자들이 많았음을 예로 들어 그들의 능력이 바로 하늘에서 주신 것일수도 있다고 암시하고 있었다.

 

진정한 연금술사는 최종 결과물이 아니라 자신이 그 결과물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배우고 깨달은 것을 소중히 여기는 법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연금술사는 언제나 자기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기 안에 살고 있는 훌륭하고 지혜로운 존재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단다.

1권 145 p

 

그림포가 가진 이 돌을 노리는 사람이 너무나 많았고,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기에 소년은 신중해야했다. 그리고 좋은 이들을 만나 소년의 모험에 동행이 되어 준다. 사실 그들 역시 숨겨진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덜립은 처음부터 소년과 모험을 같이 할 운명이 아니었고, 수도원에서 공부를 마친 소년은 우연히(?) 기사 살리에티를 만나 그의 사환이 되어 목적지인 스트라스부르로 가기로 하였다.

 

프랑스 국왕과 교황이 템플 기사단의 도움을 얻고 나서는 그들의 재산이 탐이 나서 모든 템플 기사단을 이단으로 몰아 사형에 처하고, 그들의 재산을 압수하고 보물로 알려진 철학자의 돌과 현자의 비밀을 얻기 위해 전쟁도 서슴지 않고 많은 이들을 곤경에 처하게 한다. 그림포 또한 자신의 돌을 숨기고, 돌의 정체와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원래의 주인에게 되돌려주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 것이다.

 

원을 이루는 여덟개의 성 가운데 자리잡은 요새에 아홉 기사가 발견한 보물이 숨겨져 있다고 믿는 것이지요. 아홉명의 기사와 아홉개의 난공불락의 성 !  

 1권 239p

 

소년과 살리에티, 그리고 그들의 모험이 이어지는 곳에서 만난 아름다운 여인 웨이에넬, 이 세 사람이 최종적인 모험단이 되어 머리를 맞대고 하나하나 열쇠를 풀어나가는 이야기, 그 뒤에는 그들의 돌을 노리고, 비밀의 재물을 얻으려는 사악한 이들의 공격이 있기에 더욱 긴박하게 행보를 걸어야 했던 이들이었다.

 

이미 돌은 수중에 있었는데, 그림포가 알지 못했던 현자의 비밀이란 무엇이었을까? 책의 거의 말미에 드러난 그것은 책을 읽는 끝까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활을 잘 쏘는 재주가 있던 그림포긴 했지만, 무술이나 뛰어난 힘을 갖지 않고서도 명석한 두뇌로 사건을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주어 진정한 보물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는 책이기도 하였다.

 

돌에 얽힌 비밀과 하나하나의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그림포의 활약, 그 중에서도 가장 감탄사가 나온 것은 바로 샤르트르를 맞췄을때의 일이었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소년의 손에 쥐어지며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그 철학자의 돌이 현세에도 어느 뛰어난 과학자나 철학자의 손에 쥐어져 있는 건 아닌가? 유달리 뛰어난 선견지명을 지닌 과학자가 있으면 한번 의심해봐야 하는게 아닐까 싶은 즐거운 상상도 해보았다.

 

우리에게는 이 철학자의 돌이 없지만, 적어도 상상을 하는 힘과 흥미를 갖고 노력할 수 있는 그 도전 정신은 남아 있다. 그림포처럼 우연히 얻은 돌로 천재가 될 수는 없겠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당황하지 않고 자신을 갖기 위해서는 자신이 남다르다는 사명감으로,  할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충전이 되어 노력을 하면 적어도 그림포처럼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아이가 되어 있진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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