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니 먼로의 죽음
닉 케이브 지음, 임정재 옮김 / 시아출판사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세살 난 어린 아들을 두고 있어서인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도 마치 내 아이인양 가슴이 저리고 아플때가 있다. 이 소설 버니 먼로의 아들인 버니 주니어를 보면서도 또한 그런 마음이 들었다. 가슴이 아프고 또 아파서..읽으면서 몇번을 쉬었는지 모른다.
 

저자가 이 소설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속뜻을 헤아리고 느껴야 할텐데, 우선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니 버니 먼로라는 그 토끼라는 순수한 이름을 지닌 이의 난잡한 행각들이 지나치게만 보였다. 사랑하는 아내가 낳은 자신의 아이를 보고서도 영 정이 가지 않고, 사랑이 가질 않는다. 그저 자기는 안녕이라고 말하고 그 자리를 떠야 할것같았고, 산후 조리를 도와주기 위해 온 아내의 친구의 엉덩이를 성적으로 움켜쥐는 등 도저히 보통 사람들이라면 하기 힘든 행동들을 한다. 갈수록 그의 뻔뻔한 외도 행각은 심해져만 가고, 외면하려 한 아내는 그가 외도하는 날이면 밤마다 눈물로 지새우며 우울증을 키워 간다. 그리고 결국 그녀는 사랑하는 아들을 놔두고 자살을 하고 말았다. 

 

아이는 아무래도 자신이 길고도 긴 시간동안, 마치 100만년에 걸쳐 여행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아이는 곧 집을 나온지 겨우 3일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240p

 

아내가 죽고 난 이후에도 남편은 달라지지 않았다. 유명한 가수 에이브릴 라빈, 카일리 미노그를 성적인 대상으로 상상하는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 성모 마리아까지 야릇한 상상으로 치부한다. 어쩌면 좋을까.

모든 여자들이 다 그에게는 그저 하룻밤 대상으로 보일 뿐이다. 심지어 아홉살 난 아들을 대동하고 다니면서도 자신의 행위에 방해가 된다며 귀찮아하기까지 한다.

음식점에서 세살난 어린 여아를 음흉스레 바라봐 엄마에게 일갈을 듣기까지 했으니 그는 정말 상식을 벗어난 난봉꾼이었다.

그의 곁에 함께 하는 아홉살난 아들.

난 그가 걱정이 될 뿐이었다.

 

엄마조차도 정신 나간 아빠라고 말했지만, 또한 아빠가 텔레비전이나 잡지에 나오는 다른 아빠들- 이를테면 아이가 장님이 되지 않도록 안약을 사주거나 공원에서 놀이용 플라스틱 원반을 던져주는-처럼 좋은 아빠는 아니지만 아이는 아빠를 온 마음을 다하여 사랑하기 때문이다. 아이는 수백 년이 지나도 아빠를 다른 아빠와 바꾸지 않을 것이다.  아이가 아빠를 떠올리며 미소를 짓고 있을때 버니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버니는 바지를 발목에 걸친채로 황폐하고 낡은 계단을 겅중겅중 뛰어 내려온다.

'도대체 어떤 아빠가 이럴 수 있을까?' 263p

 

안약을 넣지못해 심하게 부어오른 눈을 아빠의 선글라스로 간신히 가리고 있음에도 술에 쩔고 다음 대상 찾기에 골몰하는 아버지는 아들의 상태를 보고도 파악하지 못한다. 돌아가신 엄마가 사주신 백과사전 하나를 품에 꼭 껴안고 학교도 못간채 아버지의 이상한 일에 따라다니는 아들.

 

분명 아버지 버니의 이야기였고, 그가 주인공인 소설이었지만, 내 눈에는 아들 버니 주니어만 보였다.

할아버지를 꼭 닮은 아버지, 부전자전이라는 난봉꾼 유전자를 손자는 받지 않은 걸까? 아직 어린 아홉살난 아들이 헤치고 나가야 할 세상은 너무나 험난해보였다. 못난 아버지일지언정 미친 사람처럼 이상하게 행동하는 아버지일지언정 아무와도 바꾸지 않겠다는 아들.

그 사랑스러운 아들이 있어 버니의 끔찍한 행동들이 용서가 된다는 것일까? 그가 한 행동들은 모두에게.. 그를 아는 모두에게 야유받을 것이었고, 용서받지 못할 일이었으나 단 하나 그의 아들, 버니 주니어만이 그를 용서받을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일까..

 

만약에 모두가 그를 용서한다 해도 나는 버니를 용서하지 못하겠다. 그가 여자들에게 한 못된 짓을 다 묻어둔다해도..아버지로써 너무나 못났던 그의 모습은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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