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러브 유, 필립 모리스 - 천재사기꾼, 사랑을 위해 탈옥하다
스티브 맥비커 지음, 조동섭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처음에는 유명한 두 배우인 짐 캐리와 이완 맥그리거가 주연인 영화 필립 모리스의 원작이라는데 관심이 갔다. 그리고, 이 배우들이 동성애자로 나왔다는데 사실 놀라기도 하였다. 사랑의 여러가지 표현 중 한가지일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낯설게 느껴져서였다.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무엇보다도 짐 캐리가 분한 스티븐 러셀이라는 인물에 대해 자꾸만 동정심이 일었다.
 
천재 사기꾼 스티븐, 지방 판사로 사칭하여 구치소에서 풀려났었고, 의사로 가장해 다시 탈옥을 하고, 이후에는 죽음으로 가장해 탈옥에 성공한다. 수시로 감옥을 드나들고 있는 그와 면회로 인터뷰를 하고,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저자 스티브 맥비커는 이 책을 완성하였다. 즉, 이 놀라운 이야기는 모두 실화이다.
 
스티븐의 말에 따르면, 데이비드와 조지아 부부는 거의 모든 면에서 더할 수 없이 좋은 부모였다. 부부는 두 아들을 끔찍이 위했고, 서로에게도 헌신했다.
"아빠는 엄마를 사랑했고, 엄마도 아빠를 사랑했죠. 이성애자 커플이 그렇게 서로 아끼는 모습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어요." 50p
 
스티븐은 자신을 위해주는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고 자랐으나 아홉살에 충격적인 이야기를 접하고 삐뚫어지기 시작한다. 바로 자기가 형과 달리 입양된 아이라는 사실, 부모들은 스티브를 사랑해서, 다른 이에게 듣느니 부모에게 듣는게 낫겠다 생각하여 말을 했지만, 이 날 이후로 아이는 크게 상심하고 불안해하는 아이가 되었다. 그리고 자신을 괴롭히거나 으스대는 아이들에게 방화를 하여 문제를 일으키고 소년원에 수감되었다.
 
그 곳에서 12살의 스티븐은 끔찍한 일들을 겪는다. 변태들의 집합소라 그가 일컫고 무서워했던 그 곳. 샤워실이 바로 나약한 아이들을 타깃으로 나쁜짓이 일어나는 그런 곳이었다. 결국 그는 이 곳에서 죄라고 반성하면서도 자신의 사랑이 동성애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실 나는 이 일련의 과정들이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그 일들이 아니더라도 그가 나중에라도 알게 될 수도 있었겠지만, 그는 양성애자였고, 동성애를 경험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의 인생의 발목을 잡고, 바르게 살고자 하는 삶을 삐뚫어지게 만드는 것들이 바로 그 초기의 어긋남이 아닌가 싶어 가슴이 시렸다.
 
입양아라는 사실을 늦게 알았거나, 혹은 그가 입양되지 않았더라면..
그는 아이큐 163의 뛰어난 두뇌를 가진 이였고, 정말 머리가 비상하였다. 그의 친동생이 방사선과 의사가 되었듯이 부모들이 이혼했을 당시에 태어나 하필 그때 입양되지만 않았더라면 그는 평범한.. 아니 남들보다 유능하게 사는 삶을 살았을런지도 모른다.
 
아니면 입양되었더라도 그가 겪는 고충을 다르게 해결할 수 있었더라면.. 그를 사랑했던 양부모가 더이상 그를 두려워하지 않고.. 친자식처럼 끝까지 보살피려 했다면.. 그가 소년원에 가서 하지 않아도 될 경험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 말이다.
결국 동성애라는 것은 평범하게 살려 한 그에게도 결국 평생 따라다니는 족쇄처럼 되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족쇄라 여기지 않고 진정한 사랑으로 느꼈던 것 같다.
가벼운 일들에서 시작되어 동성애에 대한 집착으로 풍기문란죄로 입건되기 시작하면서 그는 평범한 가장에서 타락한 전과자로 몰리기 시작하였다. 경관까지 했던 사람이 이제는 스스로 법을 뚫고 살기로 한 것이다.
 
전과기록이 전혀 없는 농산물 바이어이자 전직 경관이며 자상한 남편이자 다정한 아버지였던 스티븐은 2년만에 버지니아에서 절도로, 텍사스에서 보험 사기로, 연방 정부에서 여권 위조로 수배된 수배자이자 도망자로 추락했다. 더구나 일주일에 평균 한 번 자살을 시도한 사람으로 낙인찍혔다. 126p
 
결혼도 하고, 딸까지 낳아 행복했던 그. 
아주 많은 인터뷰 요청 끝에 데비(스티븐의 전처)가 따지듯 입을 연다.
"사람들이 그이를 공정하게 대한 적이 없어요. 그이는 저한테 잘못한 적이 없어요. 저를 함부로 다룬 적도 없구요. 이제 누가 그이 옆에 남아 있나요? 저까지 그이를 모른체 할 수 없어요. 그뿐이에요. " 186p
 
스티븐은 사소한 죄로 짧게 끝날 수 있는 복역 기간 중에 탈옥을 시도하면서 자꾸만 형량이 늘어갔다.
그리고, 그러면서 그의 사기도 점점 대담해져갔다. 작가가 인터뷰한 스티븐 주위의 사람들은 대부분 그를 착하고 뛰어난 사람으로 평했다 한다.
이 책은 스티븐의 인생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은..
실은 이성, 동성 그런 사랑을 모두 뛰어넘는 진정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다만 범죄자로 살아가지 않았어도 될 천재가 인생 자체가 힘든 굴곡을 그리게 된 것이 안타까워 가슴 저렸을뿐..
그는 어쩌면 행복할런지 모른다.
 
스티븐 러셀은 죽은 사람이 된 채로 살아갈 이유를 찾아서 내달렸다. 그 이유는 필립 모리스였다. 235p
 
스티븐은 계속 필립을 생각하고 필립에게 집착한다. 내가 이 책을 쓰는 동안 스티븐이 나에게 들려준 이야기와 나에게 쓴 편지의 중심에는 정말이지 필립이 자리하고 있다. 스티븐은 필립에 대한 감정 때문에 때로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되기도 한다고 인정한다. 261p
 
그에게는 진정한 소울 메이트 필립 모리스가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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