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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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7년생의 작가 나카무라 후미노리. 그의 사진과 주인공의 표지 그림이 너무 닮아 있어 깜짝 놀랐다.
아마도 스스로 분신이라 생각하고 애착을 갖는 주인공이기에 그의 소설을 읽은 삽화가가 그를 닮은 주인공을 그려낸게 아닌가 싶었다. 2010년에 오에 겐자부로가 직접  뽑은 오에겐자부로 상을 받은 작품. 쓰리 
 

 
내가 그려내는 주인공은 다양한 의미에서 나의 분신이기 때문에, 다른 모든 것도 그렇지만,
나는 이 주인공에게도 특별한 마음을 품고 있다.
소매치기라는 반사회적 존재에 대해 호감을 느끼는 것은 내 원래 성향이니 용서해주기바란다.
그렇지만 원래부터 그런 성향이 아니었다면 나는 소설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246p 작가후기 중에서
 


 
소매치기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 그래서 어떻게 내용이 진행될지 궁금하면서도 다소 껄끄러운 기분으로 읽어내려갔던 소설.
주인공이 부자만 털기 위해서 그들을 공략하는 것을 보며 부자는 아니더라도 평소에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읽고 있었다. 읽으면 읽을 수록 비록 소매치기일지언정 인간적인 주인공의 모습에 동정이 가기까지 하였다.
 
적어도 그와 친구 이시카와는 충분히 인간적인 사람들이었으니..
 
" 사실 참 아름다워. 하지만 우리는 그 아름다움을 이용해서 우리의 목적을 달성하지. 사람들이 불꽃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있을 때, 우리만은 그 아름다움을 보는 대신 그들의 주머니를 보고 있어."
내 눈에 그의 움직임은 바로 인생의 아름다움 중의 하나였다. 그때 나는 그 아름다움이 내 눈앞에서 사라지리라는건 생각하지 못했다. 38p
 
이시카와가 정체를 알기 힘든 어떤사람의 밑에서 일을 한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을때.같이 일을 하자는 제안을 받는다. 물론 거절은 할 수 없는.. 대신에 큰 돈을 받을 수 있고, 계획적인 그 일은 아주 쉽게 진행되는 것이었다. 우리가 왜 필요할까? 싶은 의문이 생길정도로..
 
어느날 슈퍼에서 어린아이에게 물건을 훔치게 하고 있는 엄마를 발견한다. 슈퍼에서 고용한 도둑감시직원을 발견하고, 어린아이에 대한 동정으로 그들에게 언질을 주었다. 그것도 두번이나. 여자는 화를 내고, 어린 아이는 나를 따르기 시작하였다. 어쩐지 죽은 연인인 사에코와 사에코의 아이가 생각이 나서 주인공은 그들을 모른 체 할 수가 없었다.
 
여자는 매춘을 하고, 아이에게 도둑질을 시켰다. 마치 심부름을 시키듯이 종이쪽지를 쥐어주고, 아이를 빈손으로 슈퍼로 내모는 것이었다. 집에는 남자친구가 상주하고 있어서 아이를 수시로 때리고 괴롭혔다.
사실 주인공은 속마음을 잘 표현하지 않는 성격인지라 그의 마음을 온전히 느낄 수는 없었지만, 어린 아들을 둔 엄마로써 정말 화가 치밀었다. 어떻게 자기 어린 아이를 수단으로 이용할 수가 있을까? 엄마 자격도 없는 사람 같으니.. 
   

 


이시카와를 고용했던 그 남자, 웬지 소름끼치는 그 남자가 주인공에게 제안을 해온다.
"세가지 일을 수행해라. 수행하지 않으면 아이와 아이엄마를 끔찍하게 죽일 것이고, 수행하다 실패하면, 널 죽일 것이다." 라고.. 일은 쉬운 일이라 하였지만, 절대적으로 쉽지가 않았다. 
 
일을 진행하기에 앞서 역시나 나를 찾아온 아이에게 제안하였다. 남자의 폭행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아동 시설에 가는게 어떻겠냐고.. 아이는 엄마와 떨어지더라도 가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에게 돈을 줄테니 아이를 시설에 맡기라고 하였다.
 
"그런 곳(아동 위탁시설)에 맡길 수 있구나, 난 몰랐어. 아무튼 여기로 연락하면 된단 말이지?
돈, 그만큼이면 여행도 갈 수 있겠네."
코트에서 돈을 꺼내자, "나, 엄청 좋아, 아, 뭘 살까,
아니, 그보다 왜 애는 태어나고 그럴까. 그렇게 생각 안해? 예쁜 건 처음 뿐이잖아."
212p
 
아, 정말. 상황이 어쩔수 없다고 해도 자신의 아이에게 왜 태어나고 그럴까. 라며 친정에 맡기듯 시설에 맡기고 물건사고 여행을 다니겠다는 엄마의 마인드에는 넌덜머리가 났다.
적어도 아이에게 주인공이 있어 다행이었다. 그래도 우리 주인공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가?
정체를 알기 힘든 그.. 절대적 악의 화신,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믿는 그는 정말 거물 중의 거물이었고, 악마 중의 악마였다.
 
돈, 하고 싶은 일 모든 걸 다 갖고, 다 할 수 있는 자의 궁극의 쾌락은 무엇인가? 신에 가까워지겠다 생각하는 삐뚫어진 인간의 마리오네트 인형이 되어버린 주인공. 그의 운명은 책 속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격인 주인공과 남자의 대결, 절대적으로 승산없어보이는 이 싸움이 비극으로 끝나게 될 것을 예상하면서도 너무나 빠르게 읽히는 그 속도감에 놀라워하며 글을 읽어내려갔다. 그리고 책장을 다 덮을 무렵.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이렇게 무서운 세상도 존재하는 구나.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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