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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소년 - YB의 워프트 투어 이야기
윤도현 사진, 윤도현.이현주 글 / 시드페이퍼 / 2010년 6월
절판
대학에 처음 입학해서, 친구들과 함께 가서 처음으로 보았던 뮤지컬 하드락카페.
남자 주연으로 나왔던 윤도현님을 맨 앞 자리에서 (당시 우리 용돈으로는 거금을 주고 앞좌석을 끊었다. vip석이었던가..) 보았던 그때의 감동은 잊혀지지가 않는다. 같이 본 언니는 정말 거의 넋을 잃을 정도로 윤도현님에게 푹 빠졌던 그때였다. 그 이후로 YB를 알게 되고, 더욱 유명해져가는 락그룹의 리더로 그를 새로이 기억하게 되었다.
미국의 대형 록 페스티벌인 반스 워프트 투어는 2개월간 총 46회에 걸쳐 펼쳐지는 공연으로 미국과 캐나다 주요 도시에서 진행되는데, 2009년의 그 워프트 투어에 우리의 YB가 한국인 최초로 총 7회의 공연을 하게 되었고, 이 책은 바로 그 워프트 투어의 땀흘리는 노력과 흥분을 느끼게 해주는 글과 사진으로 가득차 있다.
사진은 꿈을 찍는 소년 윤도현님이, 글은 방송작가 경력만 17년차인 꿈을 쓰는 소녀 이현주님이 찍고 쓴 책이다. 김태훈님의 표현에 의하면 '윤도현의 사진은 리드미컬하게 멜로디를 만들고, 이현주의 영민한 글은 가사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사진과 글로 만들어진 한장의 록 앨범이다.'
평소에 락보다는 발라드를 즐겨 들었던 터라, 락밴드의 열기와 반스 워프트 투어의 엄청난 인기에 대해 미처 알지 못했다. 공연이 모두 한 스테이지에서 하는게 아니라 밴드의 인지도와 유명세가 높은 팀이 서는 '반스 메인 스테이지' 부터 YB가 공연한 무대, 기아 케빈 세이즈 스테이지까지 총 7개의 무대가 있다 한다. 기아 케빈 세이즈 스테이지는 한국의 기아 그룹이 후원하는 무대로써, 미래의 세계 록스타를 키워내는 인큐베이터 격인 무대라 하여 새롭게 느껴졌다. 세계 무대에서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하는구나..
윤도현이 꿈에 그리는 반스 메인 스테이지
사실 친구의 남자친구가 카투사에 있을 적에 축제 같은데에 같이 초대를 받아 가본 적이 있었는데, 허술한 천막 하나를 쳐 놓고 관람객들은 거기에 있고, 땡볕에서 공연하는 유명한 한국인 가수(혹은 앞으로 유명해질 가수들)들을 보며 놀란 적이 있었다. 정작 미군이나 미군 가족들은 그들의 공연에 큰 관심도 없어보였고, 먹거나 마시는 일에 더 집중했던 것 같다. 우리 YB가 미국에서 느낀 기분이 바로 그런 거였을까? 나도 그 축제에서 자괴감 같은게 들었었는데, 사실 우리나라 가수를 잘 모르는 미군들 (오래 있던 사람들이 아니면 더 그랬을..) 에게는 다른 나라 가수들이 그다지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가 보다. 자신을 모르는 사람들 앞에 서야 하는 공연은 더욱 고독하고 힘든 법..
YB도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공연을 하다보니, 멤버와 스탭들이 직접 자기 공연 홍보를 하러다니고, 포스터를 붙이며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또한 25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제대로 다 보여주지도 못했는데 귀한 시간이 끝나버리기도 한다. 공연 전후 그룹에 대해 파악을 하는 것도 중요했다. 그들이 열기로 이끌어주고, 지탱해주는 것이 도움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었다.
세계적인 무대 반스 메인 스테이지에 죽기 전에 한번 꼭 오르겠다는 꿈을 꾼 윤도현.
그리고, 그 첫발을 2009년에 내디딘 것이다. 첫날은 호응도가 아주 적었지만, 그 다음날은 제법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였고, 8/20일에 숫기없는 멤버들이 거리 홍보에 나선후 한 공연은 정말 최고의 반응을 이끌어낸 공연이 되었다.
텅빈 그곳에서 YB도 연주를 시작했다. 두세 곡쯤 흐르자 사람들이 조금씩 모여든다. 그들이 YB의 노래에 비로소 귀 기울이기 시작했을때,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끝이 났다.
무대에서 내려오니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땀이 눈에 들어가서일까. 해냈다는 후련함과 아쉽다는 미련이 뜨겁게 얼굴 위로 흐른다. 하지만, 우리에겐 더 잘 할 수 있는 '내일'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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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잊고 있었던
고치 속에 웅크리고 있던 YB의 '꿈'이
어느새 나비가 되어 공연장 위를 훨훨 나는 것을.
우리는 분명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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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B또한 소속사 김영준 대표가 자신의 보험을 3개나 해약하는 등 노후를 담보로 건 아주 사적인 투자가 아니었다면, 감히 이번 워프트 투어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에 감사하며 더더욱 단 1분 1초도 아깝지 않은 공연을 하자. 132P
사비를 털어 YB의 세계 무대 도약을 돕고, 자신도 스탭 버스를 직접 운전하고 다니는 고생을 마다않은 김영준대표의 소탈함에도 놀라게 되었다. 뜨거운 땡볕 아래에서 정말 최선을 다해 공연하고 돌아온 YB. 이제 첫 발을 내딛은 그들이 있으니 반스 워프트 투어의 메인 스테이지에서 그들을 볼 날이 멀지 않기를 손꼽아 기대해본다. 그리고, 그들의 소탈하지만 피땀어린 여행 기록과 행보를 보며, [평균 나이 마흔이 대수인가.. 미국 경찰도 그들이 학생이라는데 속아넘어가는 판에..(이건 농담이고..)] 그들이 꿈꾸는 소년이라는데 정말로 동감을 한다. 세계 무대를 향해 멋진 꿈을 펼쳐가는 그들, 꿈꾸는 소년이 있어 나 또한 들썩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