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비밀의 방 - 월화수목금토일 서울 카페 다이어리
이영지 지음 / 나무수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생일날 나를 위한 선물을 사고

월급을 받은 다음날에는 질 좋은 구두를 한 켤레 사는 것처럼

일주일을 무사히 보낸 씩씩한 나에게는 주말의 맛있는 식사를 대접한다.

그것만으로도 다음 일주일을 보낼 힘이 생기니까..

299p

 

브런치란? 비싼 음식을 유행때문에 어쩔수없이 즐긴단 편견을 갖고 있던 저자가 이제는 열렬한 브런치 애호가가 되어 주말마다 즐기는 브런치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피력한 글귀이다.

생일날 나를 위한 선물을 산 적도, 월급날마다 구두를 산 적도 없었지만, 어쩐지 일주일을 치열하게 산 나를 위해 맛있는 브런치를 대접한다는 그 말은 책을 읽는 내내 가슴에 깊이 와 닿았다.

 

직장상사를 흉보거나 남자친구의 선물만을 바라는 여자친구들과의 소모적인 브런치도 싫다고 하였다. 전통적인 브런치 메뉴를 맛있고 푸짐하게 만드는 곳, 함께 먹는 사람들이 진심으로 대화가 통화는 즐거운 사람들일 것을.. 즐거운 브런치의 필수 요건으로 꼽았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게는 소중한 벗들이었지만, 간혹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식사를 해야 할때가 있었다. 예전 직장을 다닐때 항상 투덜대던 어떤 직원 하나가 다이어트를 하겠다면서. 맛있는 음식을 입에 넣었다가 모조리 뱉어내어 휴지로 둥글게 말아 옆에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것을 보고 같이 먹던 사람들이 모두 비위가 상한 적이 있었다. 비싼 음식을 회식 비용으로 먹으면서 마구 주문하고, 입에 넣었다가 빼내는 처사를 보니 왜 따라왔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때의 경험 이후로는 맛있는 식사를 할때 정말 속 툭 터 놓고 즐겁게 대화할 수 있는 사람들과의 식사야 말로 필수 조건이라는 작가의 말에 강력하게 동의를 하게 되었다.

이 책에 나온 비밀의 방들은.. 작가가 글을 쓰기 위해 (와인 전문 기고가이기때문에 늘어지는 집에서보다, 밖의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글이 오히려 더 잘 써진다 하였다. ) 방문한 수많은 카페들 중에서 찾아갈 수록 기분이 나고, 음식도 맛 좋은 그런 맛집 카페들을 찾아 쏙쏙 소개해주는 그런 책들이다. 내가 흔히 가봤던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아닌, 정말 소수 정예의 그런 카페. 뭐든 직접 만들고, 좋은 재료로 정성껏 대접하는 깊은 마음이 느껴지는 그런 곳 말이다.

 

내가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던때에도 브런치가 한참 유행하던 때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제법 비싼 가격에 쉽게 가게 되는 곳은 아니었지만. 딱 한번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찾아간 브런치 카페는..사실 카페는 아니고, 코엑스에 있는 호텔에서 하는 브런치 부페였다. 이왕에 비싸게 주고 먹는거, 부페로 양껏 먹겠다는 계산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호텔이라 분위기가 좋기도 하였지만, 이 책에 나오는 다른 카페들을 보니, 제대로 된 브런치 카페의 브런치 플레이트 한 접시를 소중하게 대접받는 것도 부페에서 수북히 쌓아 먹는것보다 멋진 경험이 될 수 있었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압구정 메니땡스의 매콤한 칠리새우 떡볶이를 즐기고 싶었다. 여심을 사로잡는 텐바이텐에서 차린 카페 일공일공의 여행 컨셉 디자인은 여행을 즐기는 나를 더욱 설레게하는 분위기가 되리라. 그 중 플레이 모빌 인형을 끼워주는 토이밀 핫도그는 아이가 아니더라도 어른들도 정말 즐겨 찾는 인기 메뉴라 한다.

 

북까페라 함은 그저 책이 장식된 그런 카페로만 알고 있었는데 (내가 가본 어설픈 북까페들이 그러했다. 읽을만한 책들이 아닌 그냥 장식용 책들..) 이 책에 소개된 북까페들은 정말 테이블마다 스탠드가 놓여있고, 신간, 베스트 셀러 등 사람들이 찾는 그런 책들로 가득히 꽂혀있는 책을 읽을 수 있는 멋진 카페들이다. 책도 읽고, 배고프면 맛있는 간식도 먹을 수 있는 쉼터 같은 곳. 요즘처럼 책을 좋아할때는 p532같은 북까페에 들러 p532플레이트 하나 시켜 놓고 책을 읽는 즐거움에 빠져들면 천국이 따로 없을 것 같았다.

 

그런가하면 포이동의 동네북이란 카페는 상냥한 여주인이 정성스레 준비한 맛있는 세트 메뉴를 무척이나 착한 가격에 맛볼수있는 곳이었다. 소시지와 토스트, 샐러드와 커피가 모두 3500원, 토스트와 커피 세트는 2500원, 서울보다 물가가 싼 지방의 저렴한 커피 체인에서도 그만한 가격의 카페는 찾기 힘들 정도이고, 재료의 질이 떨어지거나 하는데, 동네북은 샐러드는 유기농 채소만 사용하고, 좋은 먹거리만 사용하고 있다 한다.

 

전체적으로 브런치 카페들이 많았는데, 일요일의 브런치 카페코너에서는 특별히 그녀가 엄선한 카페들이 추천되었다. 그중 플라잉팬 화이트가 인상적이었는데 푸짐한 호주식 브런치를 소개하는 곳으로, 그 어떤 브런치카페보다 푸짐하고 맛있으니, 가장 무난하면서도 맛있는 곳을 찾는다면 꼭 추천해주고 싶은 곳이라 하였다. 315p

 

직장이 서울 도곡동, 그 다음엔 청담동에 있었던 지라 가로수길이나 압구정 등에 갈일이 많았음에도 나는 꼭 가던 곳만 다니고, 주로 가던 곳들은 프랜차이즈 카페들이나 브런치가 되지 않는 카페들이어서..지금 생각하니 아쉬움이 남는다. 이 많은 카페 중에 가 본 곳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말이다. 부암동, 서래마을은 가보지도 못했던 지라..책을 읽으며 나중에라도 꼭 한번 찾아가고픈 마음이 들었다.

 

월화수목금토일 테마별로 다양한 카페를 소개하며, 인기 메뉴와 카페의 분위기등을 간단히 소개해주고 있는 이 책. 정말 분위기 있는 카페에 가보고 싶다던 동생이 생각나 읽기 시작한 이 책을..친정에 와 읽으니 동생이 중간에 뺏어가서 먼저 보기 시작하였다. "언니, 그 책 참 좋더라." 라는 말까지 덧붙이며 돌려주어서 마저 읽을 수 있었다. 방학이니 이제 심심할때 서울에 올라가서 한번쯤 일부러 들러서 다녀와도 좋을 그런 카페인 것 같아서.. 내가 가보지 못했던 곳들이더라도 멋지게 살고싶은 싱글인 여동생에게는 다녀오라고 추천해주고 싶었다. 사실 나도 가보고 싶은 곳들이었지만 아가 데리고 서울에 가서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먹고 오기가 힘들다는걸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에 동생에게 권해주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브런치 메뉴들이 만원 이상의 가격이었지만, 웬만한 레스토랑의 스파게티가 그 정도 가격이 되는 걸 생각해보면 분위기 좋은 곳에서 프랜차이즈 맛이 아닌 주인장의 정성이 가득 담긴 홈메이드 같은 그 식사를 그 정도 가격에 즐긴다고 생각해보면 한껏 들뜨는 기분으로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냥 그렇게 살아보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지만, 실천해보지 못했던 삶을 저자는 실천하고 있었다. 마냥 부러웠던 앤리씨라는 이름의 블로거, 바로 이 책의 저자였다.

능동적인 공원 놀이를 위해 예쁜 피크닉 매트를 구입하고, 바구니에 카페의 맛있는 샌드위치를 담은 후 책, 잡지 등과 함께 들고 나가 공원에서 제대로 된 피크닉을 즐기고 올줄 아는 그녀.

금요일 저녁에는 작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을 예약해, 좋은 님들과 맛있는 식사 한끼를 즐길 줄 아는 그녀

주말 오전에는 일주일동안 힘들었던 자신을 위해 맛있는 브런치를 대접할 줄 아는 그녀.

 

술도, 화려한 밤문화도 싫지만, 인생을 즐긴다면 그녀처럼 즐기고 싶었다.

열심히 살고, 인생을 즐길줄 아는 그녀가 부러운 것은 비단 나 하나뿐은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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