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 이야기 - 시와 그림으로 보는 백 년의 역사 Dear 그림책
존 패트릭 루이스 글, 백계문 옮김, 로베르토 인노첸티 그림 / 사계절 / 2010년 5월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으며 이전에 읽은 두 권의 책이 생각이 났다. 이 책의 느낌은 바로 이 두 권의 책이 절묘하게 조화된 그런 느낌이었다.

마지막 휴양지(http://blog.naver.com/melaney/50085492691)와

시간의 네방향(http://blog.naver.com/melaney/50087214336_이란 책들이었다.

마지막 휴양지는 이 책 그집 이야기와 글과 그림 저자가 모두 같다. 존 패트릭 루이스 글, 로베르토 인노첸티 그림인 책이다. 그리고 시간의 네 방향은 이 책이 나온 출판사와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었다. 출판사가 같다는 것 외에도 백년이라는 시간동안 일어나는 같은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다시 집어 말하자면 시간의 네방향에서는 500년동안 백년단위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는 점이 약간 다르긴하다.)에서 이 그집이야기라는 책을 읽으며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고 할 수 있겠다.



마지막 휴양지를 읽으며 로베르토 인노첸티의 작품 세계에 거의 한눈에 반하다시피 했던 까닭에 이 책 그 집 이야기도 반드시 읽고싶은 마음이 드는 그런 책이었다.




어렸을 적의 나는 갱지에다가 볼펜으로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처음에는 큼직큼직한 인물들을 그리다가, 아낌없이 펑펑 버려지는 종이를 생각하니 점점 그림이 작아져서, 나중에는 16절지 종이 한장에 작고 깨알같은 인물과 배경들을 그리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다. 그때 주로 그린 그림들이 작은 사람들이 포장마차나 우주선 등에 가득 필요한 짐을 싣고, 어디론가 이상향을 찾아 떠나는 그림들이었다. 그림 속에 나타나는 자급자족적인 삶, 왜 그런 그림을 그렸었는지 지금은 잘 이해가 안되지만, 그땐 그런 그림에 무척 빠져 있었다.



이 책 그 집 이야기를 읽으며 그림에 담긴 많은 이야기들을 생각했다. 내가 어릴적, 그렇게 혼자서 그림 그리던 시절에 바로 이 책을 읽었더라면 더욱 좋았겠다란 느낌이었다. 그림 한장한장마다 많은 사연들이 담겨 있다. 집에 대한 이야기지만, 그 집에 얽힌 사람들의 사연이 담긴 이야기기에 집과 주위 풍경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바라보며, 아, 이런 일들을 하는구나 하는 상상을 하는 그 순간이 갑자기 즐거워졌기 때문이었다. 마지막 휴양지에서 느끼는 문학적 상상의 세계를 바라보던 그 느낌과는 또다른 감동을 받을 수가 있었다.



1656년에 세워진 돌과 나무로 지어진 어느 집은 세월이 흐르면서 창으로 보고, 처마로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생겼지만, 무수한 세월이 흐르는 동안 버려진 폐가가 되고 말았다. 어느 날 모험을 나온 아이들이 집을 찾아내서 새로운 시대가 시작될 무렵 1900년대에 새 삶을 얻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오래된 언덕위에서 집이 겪은 20세기, 백년의 기록이다.


아이들이 찾아낸 그 집은 사람들의 손길로 복원이 되어 1905년에는 집근처에 심은 어린 포도나무들이 뿌리를 내리고 움을 틔우고.. 이 집을 세운 이들이 나무처럼 단단한 일가를 이루러 쉬임이 없다.



1905년.. 나에게도 익숙하면서 의미 있는 바로 그 해에 말이다.


집의 변화와 더불어 집 근처에 밭이 일궈지고 포도나무가 번성하고.. 계절이 변화하고 사람들이 나이를 먹고 변화해간다.




언덕집 아가씨가 1915년에 아랫마을 벽돌장이 청년과 결혼을 하였다.

아기를 낳고, 행복하게 살던 그녀는 어느 날 남편을 잃고 혼자가 된다.





아내에서 과부로..깊은 슬픔에 잠긴 젊은 부인.

아이들이 학교로 떠나자 불지핀 벽난로에

추억이며 책들이 던져지고 남은 것은 학교로 보내질 땔감들.

순수했던 시절은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얼마나 짧았던가.


그리고, 아이들이 자라고, 이 즈음의 포도는 더 없이 근사한데, 서풍이 이는 조짐이 이상하다.



전쟁이 일어나고..천일동안 이어진 전쟁은 너무나 참혹하였다.

마을은 어둠에 쌓였다가.. 다시 평온이 찾아온다.









그림 하나하나를 자세히 바라보다보면 이 나라의 그 시대의 생활상을 발견하는 재미까지 있다. 아기엄마다보니, 이 그림 속 아기가 하고 있는 보행기 대용인 듯 한 이 나무 보조대가 무척 신기하였다. 넘어지지 않게 잘 짜여진 이 틀..정말 유용했을 것 같다.

1967년 여주인이 죽은 날, 나도 죽은 날..

심장이 없는 집은 이슬 없는 꽃과 같으니..

1999년에 그 집자리에 멋드러진 새로운 건축양식의 집이 세워진다.



2만 가지 이야기를 지닌 그 집은 어디로 갔나?

새것이 꼭 좋은 건 아니라는 옛말은 어디로 갔을까?



오랜 세월 비바람을 견디고, 몇번의 전쟁을 견디면서도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고, 생각하고 살아왔던 그 집. 더 이상 그 자리에 그 집은 없고, 새로운 저택만이 세워져서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오래된 집, 그리고 우리가 추억하는 집들은 우리의 생각을 읽고 있으려나?

동생이 태어나고, 내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될때까지 오랜동안 살았던 그 집은 내 고향이나 다름없는 집이었다. 옛날 일제시대 가옥처럼 특이하게 지어진 집이었는데, 마당도 없이 그저 가느다란 통행로만 옆에 난 그런 집이었고, 맨 앞에 가게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집이었지만..그 커다란 문쪽은 막아놓고, 가느다란 통행로에 있던 하늘색 나무문으로만 다녔던 기억이 난다. 오래 전 바로 그집..



신기한 것은 시골에 놀러가서, 가끔씩 그 집에 가보면 아직도 새로 보수하지 않고, 여전히 그 집이 그대로 있다는 사실이다. 좁은 골목도 여전하고, 낡은 집도 여전하다. 앞에 가게문쪽에 쇠창살만 생겼다는 게 달라진 사실일뿐..여전히 그 집은 그 곳에 있다. 거의 30년 넘게 있는 건데, 이대로라면 그 집도 나를 추억하고, 다녀간 사람들을 추억하며 그 자리에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가끔씩 찾아가는 바로 그 집.. 그 집에서 나는 갱지에 그림을 그리며, 많은 상상을 하곤 하였다. 그리고 지금은 어른이 되어 대도시의 성냥갑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그 집을 떠올려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