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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여섯 남녀가 북유럽에 갔다 -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여섯 남녀의 북유럽 캠핑카 여행기
배재문 글 사진 / 라이카미(부즈펌) / 2010년 6월
절판
20인캐나다부터 시작해서, 나고의 아기 고양이들, 그리고 이 책 처음 만난 여섯 남녀가 북유럽에 갔다까지.. 부즈펌의 책들은 표지부터가 빼어나게 예뻐서 눈에 확 띄었다. 그리고 내용도 정말 요즘 사람들 취향에 딱! 이랄까?
대학 다닐때에는 방학때 시간이 있어도 <용기와 돈>이 부족해 유럽 배낭여행을 쉬 떠나지 못했다. 그래서 친구와 약속하기를 "직장 다니면서 돈을 모으고 과감히 퇴사하고, 같이 한달 유럽여행을 다녀오자."고 하였는데.. 내가 들어가는 직장마다 들어가기도 어렵고, 나오기는 더 어려운 (?) 그런 상황의 직장들이어서 친구와 일정을 맞춰 여행을 갈 수가 없었다. 결국 친구는 혼자 떠나기엔 숙박 예약도 그렇고 걸림돌이 많아서, 인터넷 여행 카페에서 만난 처음 보는 여학생과 함께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다녀와서 하는 말이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서 결국엔 잠만 같이 자고, 일정을 따로 해서 각자 돌아다니다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처음 만난 여섯 남녀가..호텔 여행도 아니고 캠핑카로 과감히 북유럽(흔히 가는 서유럽도 아닌) 여행을 떠난다고 하였을때 내 눈길이 꽂혀버리고 말았다. 아니, 이 사람들 무슨 고생을 하려고? 하지만, 정말 부럽다. 그 과감한 결단이..
여행을 주최하고, 책을 저술한 B군 배재문님은 첫번째 유럽여행도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였고, 이번이 두번째 유럽여행이자, 북유럽 캠핑카 여행이었다 하였다. 무엇보다도 너무나 내성적인 성격이라 사람들 대하는게 두려운 성격인 그가 한달을 모르는 사람들과 캠핑 계획을 하였다는게 놀라웠다. 정말 그의 표현대로 여행을 통한 자기 성장 에세이가 되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여행 계획에서부터 남자셋 여자셋의 모집인원 중에 X와 Y의 인원이 자진 탈락하는 난국을 겪게 되었다. 출발 직전에 포기한 X덕에 모두의 진이 빠졌지만, 다행히 후보 지원자 중에 선뜻 달려오겠다는 K군이 있었고, Y대신 온 N양도 K군과 함께 활발한 성격이라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 한다. 서머타임으로 비행기도 놓치고, 연달아 짐까지 늦게 오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김치를 잊고 있다가, 공항에서는 기내 반입금지로 못 사고 유럽의 한인 시장에서 사기도 하고, 우여곡절이 많은 여행의 시작이었다.
이번 여행만 해도 왜 남자 셋, 여자 셋으로 정했냐는 일행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너 같으면 남자끼리 여행 오고 싶겠니?"
단순히 재미를 떠나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만들어가는 장점도 많다. 140p
쉽게 떠나기 힘든 북유럽. 다녀오면 너무나 멋진 곳이라고는 하지만, 물가는 무척 비싸다고 들었다.
다행히 그들은 캠핑카 여행이어서 마트에서 고기와 쌀 등을 사다가 해먹으니 식비는 많이 절감할 수 있었다 한다. 또 그와 더불어 비싸디비싼 숙박비까지 아낄 수 있어 비싼 물가의 북유럽에서의 캠핑카 여행을 여러모로 이득이 많은 여행이었다한다.
북유럽 물가에 대해 직접 느낀 바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버거킹 와퍼세트가 노르웨이는 무려 16000원 이상이다. 4개국 중에서도 특히 노르웨이는 물가가 극악무도하게 비싸다. 154p
한국에서 캠핑카 여행을 해도 설레고 즐거울 텐데..북유럽에서의 캠핑카 여행이라니..
너무나 들떠서 밤새워 수다를 떨기도 하고, (물론 11시 이후에는 캠핑장에서는 조용히 해야함을 몰랐다고 하니.) 해먹는 요리에 들뜨기도 하고..그들의 여행기에 내 마음도 조금씩 들뜨기 시작했다. 마치 자전거 바퀴에 공기를 빵빵하게 넣듯이~
이 책의 재미는 6명의 얼굴을 캐릭터화하여 책 속에 넣음으로써, 이름을 몰라도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기 좋게 되어 있었고, 중간 중간의 일러스트도 무척 재미있어서.. 문신을 넣은 우락부락한 아저씨가 유모차를 정겨이 밀며 "우쭈쭈쭈" 소리를 내며 아기를 달래는 귀여운 일러스트 등이 인상적이었다.

또, 각 여행지마다 여행수첩이 실려 있었는데, 한 사람의 정보가 아닌 여행지마다 다른 사람의 여행수첩이 들어 있어서 그 점도 새로웠다. 한 사람의 편협한 시각이 아닌, 여러 사람의 의견 중에 좋은 것을 골라 넣었을 것이기에..더 참고하기에 좋을 것 같았다.
첫 머리에 캠핑카 예약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북유럽에 가보면 좋을 곳들, 그리고 여행의 각종 팁들은 여행에세이의 재미와 더불어 실제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에게 참고서적으로 도움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어보였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여행이라면 절대로 피해갈 수 없는 암초가 하나 있다. 바로 '어디로 가서, 무엇을 볼것이냐'를 두고 벌어지는 갈등이다. 평생을 같이 지내온 가족들과도 그런데 생판 처음 보는 낯선이들과의 여행에선 오죽할까. ..지난 유럽여행을 통해서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었기에 이번엔 일행들과 만나는 단계에서부터 한가지 당부를 했다. 모든 여행지에서 반드시 여섯 명 모두 뭉쳐서 다닐 게 아니라 불가피할 경우 각자 취향에 맞게 따로 다니는 방향으로 하자는 것이었다. 174p
동심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된 덴마크의 안데르센 박물관과 유서깊은 티볼리 놀이공원, 2010년 개장이라 그들이 미처 가보지 못한 스톡홀름의 아바 박물관. 그들을 따라 눈으로 여행하면서 나 또한 가보고 싶은 곳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페리에 차를 싣고 여행을 떠나는 코스도 부러웠다. 유람선은 아니더라도 맛있는 진미가 가득한 뷔페를 누리고, 바다 위에서 정말 영화를 찍듯 즐거운 일정을 누렸으니 말이다.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은 풍경이라며 진짜 녹음이 우거진 살아숨쉬는 숲을 가로지르며 달리는 모습을 찍어보여준 것도 정말 멋졌다. 이 사람 내성적이라더니 표현 하나하나가 감칠맛이 난다. 사실 가장 보고 싶은 장면은 여행 중 최고 백미라 꼽는다는 노르웨이 국경을 넘던 순간의 풍경이다. 북유럽의 스위스라 할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라 하니.. 북유럽 여행을 계획한다면 아무리 물가가 비싸더라도 노르웨이는 꼭 들러 보고 싶었다.
여섯 젊은이들의 여행을 읽으며 같이 흥분되고 같이 고조되었다. 요리 잘하고 운전 잘하는 에드워드 k(별명이다), 호방한 음주가무를 좋아해서 잘 어울린 S와 C, 그리고 3개월 새색시로 과감히 여행을 떠나와 모두를 놀라게 한 N 모든 이들의 이야기가 다 재미났다. 사실 B도 여자친구의 허락하에 남녀가 같이 떠나는 캠핑 여행에 왔으니 대단하기는 했다.
젊음이 있고, 생기가 있어 즐거웠던 그들의 호탕한 여행.
가보기 힘들기에 그들의 여행을 통한 대리만족이 더욱 가깝게 와 닿았는지 모르겠다.
무덥고 후덥지근한 이 여름.. 불쾌지수를 내려줄 소나기 같은 시원한 여행 에세이 한권에 마음까지 홀가분해지는 느낌이 든다. 아..그러면서 그들의 용기와 패기, 젊음이 너무나도 부럽다..
나도 떠나고파라..
일상이여 안녕~ 이렇게 훌쩍 떠나버리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