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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만찬 - 두 가지 재료로 만드는 147가지 레시피
문인영 지음 / 비타북스 / 2010년 6월
평점 :

요즘에는 요리책도 진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 서점 뿐 아니라 얼마 전 들른 마트에서도 다양한 사이즈의 요리책들이 보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었다. 미니 포켓북 사이즈부터, 많은 내용을 담은 두꺼운 백과사전식 요리책까지.. 이제는 그 두께와 사이즈를 넘어서서 대상 독자들도 세분화하여 싱글, 그리고 신혼 부부 등을 위한 독창적인 요리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 읽은 한접시 요리의 개념도 그러했는데, 이 책도 싱글을 겨냥한 제법 맛있어 보이는 새로운 레시피로 가득한 신선한 책이었다.
싱글은 아니지만, 요즘 나의 밥상을 보면 싱글 못지않게 부실한 밥상을 자랑한다. 그래서 간단하고 빠르게 해먹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보니 이런 요리책들이 눈에 쏙쏙 들어오기 시작했다.
요리할때마다 다리에 달라붙어, 심지어 최근에는 설거지하는 엄마 엉덩이까지 물고 시위하는 아기를 두고 있는 터라 근사한 요리를 위해 장을 보고, 많은 시간을 들여 한상 떡 벌어지게 차려내는 것은 과거의 일이자, 먼 미래의 일이 되어버렸다. 친정이나 시댁에서 가져온 밑반찬이나 국으로 대신하거나 아니면 정말 아기가 자고 있는 동안, 혹은 남편이 아기를 봐주는동안(하지만 대개 남편이 오기전에 차려야하므로 사실상은 불가능하다.) 차려야했기에 최소한의 시간으로 맛있는 요리를 해내는게 나의 목적이었던 것이다.

두가지 재료로 147가지 레시피를 만들어보이겠다는 푸드 스타일리스트인 문인영님의 바램대로 요리들은 간결하다. 그리고, 마치 소박한 일본 가정식을 보는 듯 깔끔하고 정갈한 느낌의 식단이 펼쳐진다.
레시피만 기대했는데, 앞서 설명하기 시작하는 각종 팁들은 몇년 살림 해봤다는 (물론 아직도 초보 수준이지만) 주부의 눈에도 새로운 이야기들이 제법 실려 있었다.
예를 들자면, 계란을 사용하기 직전에 물로 씻어서 쓰라는 것이다. 껍질에 붙어 있는 이물질이 깨트리면서 따라 들어갈 수 있기때문에 반드시 씻어서 쓰라고 되어 있다. 단, 씻어서 보관은 금물이다.
또 요리의 기본인 4가지 기술이 나왔는데, 그 중 처음인 양념의 기술을 보면.. 희한하게 레시피 그대로 요리했는데 맛이 별로다. 계량도 확실했는데 맛이 없다면 이유는 두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번째로는 양념 자체의 맛이 덜 할 수 있다. 두번째로 순서가 틀렸기 때문이다. 제일 처음으로는 단맛을 내는 성분을 넣고, 그다음이 짠맛, 그 다음이 식초나 첨가물을 넣는 것이다. 24p
사실 레시피 그대로 요리했는데도 제 맛을 못 내어 실패한 적이 여러번 있었기때문에 레시피 탓을 하며,맛있게 느껴지는 레시피의 책을 선호하곤 했었다. 문제는 사실 나에게 있었던 것인데 말이다. 요령있게 콕콕 집어 설명해주는 방식이 참 마음에 들었다. 한동안 열심히 냉장고에 메모지를 붙여가며, 식자재를 검토하곤 하다가 요즘엔 시들해지는 바람에 버리는 식자재가 늘어나고 있었다. 나같은 게으른 사람들을 위해 아예 영수증을 붙이라는 권고도 해주고 있었다. 아, 그래 영수증을 붙여놓으면 보기도 편하고 적을 필요도 없겠구나.
정말 바쁜 일상의 싱글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와 노하우에 나같은 아기엄마들도 참고하기 좋은 것들이 많았다.
여러 팁들을 섭렵하고 나면 본 요리에 들어간다.
정말 두가지 재료들로 국과 반찬, 찌개와 반찬, 혹은 일품 요리들이 한상 차려진다. 거기에 기본 김치만 추가되면 정말 그럴듯하게 말이다. 새롭게 접하는 요리들이 많아 해보고 싶은 레시피들이 무척 많았다.
내가 좋아하는 파스타 레시피들도 제법 많았고, 남편이 좋아할만한 한식 레시피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어쨌거나 조화로운 레시피랄까? 두가지 재료로 뚝딱 만들어내니 버릴 재료도 확 줄어들고 장 볼때마다 뭐 한가지가 더 빠졌다고 우울해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알뜰하면서도 맛있는 요리를 해먹을 수 있는 신개념 레시피 책이었다. 틈틈이 네모난 박스에 싱글의 팁이라고 해서 요리 노하우들이 적혀 있어서 새롭게 배워나가는 재미도 있었고 말이다.
내일은 어느 재료를 두가지 사다가 뚝딱 새로운 메뉴를 만들어볼까 궁리하는 재미가 쏠쏠할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