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걷기여행 - On Foot Guides 걷기여행 시리즈
제인 에깅턴.닉 오도넬 지음, 정현진 옮김 / 터치아트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뉴욕하면 떠오르는 풍경이 헐리웃 영화의 첫 시작화면으로 등장하는 웅장한 앵글로 잡히는 자유의 여신상을 비롯한 멋진 마천루들이다. 아메리칸 드림을 연상케 하는 미국의 멋진 모습으로 바로 뉴욕의 그 모습이 잡히곤 한다. 어느 영화라고 딱 꼬집어 기억나지도 않을 정도로 많은 영화에서 그런 장면을 보아온 듯 하다. 바로 맨하탄 섬으로 대표되는 뉴욕의 모습일 것이다. 뉴욕은 우리가 알고 있는 맨해튼 말고도, 브루클린, 퀸스, 브롱크스, 스태튼 섬 등의 5개 자치구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얼마전에 읽었던 책에서의 중심 배경이 브롱크스였던 지라, 낯익은 지명이 나와 잠시 반가웠다.

 

5년전쯤에 10년짜리 미국 비자를 발급받아놨었다. 직장 선배들이 퇴사하기전에 미국 비자를 받는 김에, 나도 따라 받았던 것이다. 언제 미국에 가게 될지는 몰라도 여행을 하더라도 비자 받기가 까다로운 곳이라며, 직장 다닐때 받아둬야 그나마 수월하고, 한번 거부당하면 다시 발급받기 힘들다해서, 덩달아 받으면서도 사실 절차도 까다롭고, 짜증도 났다. 내 돈내고 여행하겠다는데 뭐가 그리 까다로운 곳이 다 있나 싶었다. 그래도 웬지 받아둬야 할 것 같아 휴가까지 하루 내가며 면접을 봐가며 발급받은 비자가 있는데..아직 유효기간이 남았다고는 하나 여태 한번도 사용해 본적이 없었다. 당시 미국 파견 근무 중이던 대학 동기도 3년의 파견을 마치고 귀국을 하였고, 신랑 학위를 위해 미국에 살았던 선배도 벌써 두 아이를 미국에서 낳고 한국으로 돌아온 상태이다. 친구들 만나러 나가겠다는 핑계도 더이상 통하지 않을 정도라 하겠다.

 

멀기도 멀고, 한번 나가겠다는 마음 먹기가 어려운 미국.. 그래도 기회가 닿는다면 미국에서도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바로 뉴욕이었다. 한번 가보기도 힘든 그곳의 관광 여행도 아닌 걷기 여행이라니 마치 현지민같은 삶을 누리다 올 수 있는 여행책 같아서 읽기 전부터 몹시 설렜다. 관광객으로서의 여행도 멋지지만, 짧고 굵게 훑다 오는 여행도 좋겠지만, 그저 하루 이틀쯤은 짬을 내어 되도록 현지인들처럼 편안하게 혹은 속속들이 살펴보고 오는 그런 여행을 하고 싶었던 터라 내 구미에 딱 맞는 책이었던 것이다.

 

책에 나온 지도가 무척 정밀해서 놀라웠는데, 특별 주문제작한 것으로 약 450미터 상공의 헬리콥터에서 45도 카메라 각도로 촬영한 사진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 한다. 최대한 상세한 건물사진을 뽑기 위해 약간 구름낀 날씨에서 촬영하고 확대사진을 바탕으로 전문 일러스트레이터 팀이 펜과 잉크로 그린 후 디지털화하고 걷기 코스별로 채색과 텍스트 작업을 거쳐 만든 정교한 지도라 하였다. 11p

 

처음 가보는 초보자들도 정말 이 책 한권 있으면 무난하게 걷기 여행에 도전할 수 있는 그런 상세한 지도책이 될거라는 믿음이 생겼다.정교하지도 않은 평면 지도로 헷갈릴 필요도 없이 두세시간 안에 완성될 수 있는 걷기 코스들을 참고하여 무난하면서도 수월한 걷기 여행을 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제작되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정성이 아닌가 싶었다.

 

자세한 걷기 코스를 소개하면서 더불어 주변 명소들과 맛집들의 소개가 어우러져 있어 독특한 여행 책이 된 것 같다. 여행 에세이, 여행 정보 서적들을 읽어왔지만, 제주도 올레걷기 책 이후로 뉴욕을 걷는 다는 책은 또 처음인지라 새롭게 느껴졌다. 제주도의 한적함과 아름다운 비경과 달리 자연의 아름다움 보다는 인간이 창조해낸 도시 건축물과 멋드러진 공원등을 살펴볼 수 있는 뉴욕 도심 걷기. 뉴욕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고서는 힘들 여행 일정을 어느 누구나 느껴볼 수 있게 꼼꼼하게 소개해주고 있는 책이었다.

 

얼바인에 살고 있던 친구가 파견 당시에 짬이 나면 비행기를 타고가 뉴욕의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보고 왔다는 정말 꿈같은 이야기를 들었기때문에 브로드웨이 쪽으로도 걸어보고 싶었다. 지금은 문을 닫은 파라마운트 극장 근처의 존의 피자 가게는 맨해튼에서 가장 맛있다고 정평이 난 벽돌오븐에서 구워낸 피자를 자랑하는 곳이라 하니 꼭 한번 들러보고 싶었다. 또 아이와 함께 보면 최고라는 센트럴파크의 자연사 박물관과 지구와 우주 로즈 센터도 아들을 위해 고려해보고 싶은 코스였다. 뉴욕 최고의 건축물로 칭송받는 센트럴파크의 진가를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어퍼 이스트 사이드인 뮤지엄마일을 둘러보며 각종 미술관과 박물관을 둘러보는 것도 남녀노소, 외국인 모두 좋아하는 코스라고 하니 머나먼 뉴욕에까지 가서도 꼭 가보고 싶은 길이었고, 마천루의 대표길이라 할 수 있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일대는 걸으면서 관람하기에는 목이 다 아플 지경일것 같았다. 하지만, 뉴욕에 가서 소호나 5번가를 걸으며 쇼핑 등에 빠져 있기 보다 목이 아프더라도 엄청나게 높디 높은 건물을 실감하며 (실감이라는 표현은 영화 속에서 익숙한 곳?들을 직접 본다는 그런 의미의 실감이다.)걸어보고도 싶었다.  세상에서 가장 큰 백화점과 뉴욕에서 가장 위대한 도서관 중 하나도 둘러볼 수 있는 코스라니 빼놓기 아쉬워지는 코스였다. 사실 어딜 가든 맛집 먼저 눈에 들어오는 나로서는.. 미식가의 길이 가장 눈에 들어왔지만, 뉴욕까지 가서 리틀 이탈리아와 차이나 타운을 둘러보기란 아쉬움이 클테니 다른 곳보다 아무래도 우선순위에선 밀려둬야 할 것 같았다.

 

읽으면 읽을수록 뉴욕의 곳곳에 빠져들게 되는 책, 자세히 나와 있어서 마치 내가 정말 그 거리를 걸으며 뉴요커들과 잠깐 바쁜 짬을 같이 나눈 착각이 들게 하는 책, 뉴욕 걷기 여행으로 저자와 함께 뉴욕을 활보하고 돌아온 그런 느낌이다. 책장을 덮고나니 한국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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