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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사이드 시드니
류수연.김홍기 지음 / 시드페이퍼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20대의 마지막을 그냥 보내기가 너무 아쉬워 29살의 10월에 동갑내기 친구와 함께 호주의 시드니, 뉴질랜드 북부를 돌아보는 일정으로 일주일 남짓한 여행을 다녀왔다. 터키를 갈까 어디를 갈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정한 곳이 호주와 뉴질랜드였다. 둘다 자유여행에 익숙하지가 않았던 터라 여행사에 나온 정보를 보고, 관광여행을 선택했다. 일정을 직접 짜지않는다는 것과 숙박, 교통, 식사등이 모두 해결된다는 점은 좋았으나, 동남아를 넘어선 호주에서조차 쇼핑센터로 끌려다녔다는것이 가장아쉬웠다. 또한 본토박이 음식이 아닌 대부분의 식사를 한식으로 해야한다는 점이 장점이자 아쉬운 단점이 되기도 하였다.
눈이 부실 정도로 하늘이 푸르르고, 햇볕이 강렬하고, 그리고 푸른 초원이 드넓게 펼쳐지는곳. 오페라 하우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달링 하버 선착장에서 페리를 탔건만.. 이것이 시드니다 싶은 최고의 기분을 만끽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 갭팍에도 가보고, 본다이 비치 등 여기저기 분명 가본 곳은 많은 것 같은데..관광여행의 특성상 그저 스파팅 수준으로 짧게 짧게 눈도장, 발도장만 찍고 다녀서 사진은 열심히 찍었지만, 감흥이 깊게 남지 못했던 것이다. 오히려 오페라하우스보다도 시내의 공원이 더 인상적이었다. 로얄 보태닉가든이었는지 하이드파크였는지.. 몇년이 지난 기억이라 지금은 가물거리지만, 정말 이국적이고 엄청나게 큰 멋드러진 나무 사이로 산책하는 기분은 영화 속 한장면을 촬영하는 기분에 사로잡히게 만들었다.
시드니에 빠져들게 되었다는 jjindy 류수연님도 꽉꽉 채워진 시드니가 아닌, 그 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그 여유로운 시드니를 사랑하게 되었던 것 같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시드니에서는 욕심을 버리고 스스로를 놓아두면 정말 생각지 않은 가치있는 것들을 담아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본전을 뽑아야한다는 생각에 빨리 움직여 최대한 많이 보고 즐기고 느끼겠다고 악착같이 다가서면 이미 시드니는 저만치 달아나 있을 것이다. 뭔가 비어 있는 이 도시에서 꽉 찬 무언가를 바란다면 아무 것도 담지 못하고 돌아서며 이 도시에 거친 말을 내뿜을지 모른다. 25p
결혼 후 정말 희한한 운으로 당첨된 코란코브 리조트 숙박권 덕에 브리즈번 인 시드니 아웃으로 시드니를 다시 둘러볼 마음을 먹게 된 적이 있었다. 그때 한참 여행 정보 삼매경에 빠져 들었었는데, 항공권도 다 끊고, 모든 준비를 마친 무렵에 아기가 생겨서 다시 안 올 그 기회를 포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시드니 여행 준비를 하며 인터넷으로 준비하는데 많이 갑갑했었다. 책도 마음에 쏙 드는 책을 발견하지 못했고, 인터넷 정보도 다른 여느 나라 관광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아쉽게 접은 여행이었지만, 한참을 준비했던 여행이었던 지라 언제고 한번 다시 떠나고픈 여행지가 되었다. 그리고, 올해 새로 나온 이 책 서니사이드 시드니는 몇년전 내가 찾던 바로 그 책이었다.
시드니 올림픽 자원봉사를 하러 떠났던 jjindy님이 시드니의 매력에 푹 빠져, 또 다시 시드니로 떠나게 되었고, 연인을 찾아 소중한 직장을 과감히 버리고 honky님을 찾아오게 만든 바로 그 도시에 대한 추억과 사랑 이야기를 가득 담아 엮어낸 책이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부부가 된 두 사람의 이야기가 사실 주는 아니고, 시드니의 좋았던 곳, 각종 추천 맛집과 쇼핑 스팟, 멋진 볼거리 등을 소개해주는 이야기형식의 여행 서적이라고 해야할까? 에세이 같은 느낌이 나는 부분도 있고, 친절한 사진과 설명을 보면 분명 여행 서적임에는 틀림없다.

시드니의 지역별로 나누어, 각 지역에서 가볼 만한 장소들을 추천 설명해주고, 멋진 공간에 대해서는 두 사람의 각각의 의견을 따로 피력하기도 한다. 잠깐 들러보고 다녀온 경험이 아닌, 실제로 시드니에서 일년 이상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책자이기에 관광객들이 훑고 지나가는 맛집이나 정보가 아닌 우리가 정말 체험해보고픈 시드니의 일상을 경험하게 해주는 책이라는 느낌이었다.
몇년전 검색할때 찾아놨던 해리스 카페의 울루물루 핫도그는 여전히 명물인 모양이었다.달링 하버의 피쉬 마켓에서의 싱싱한 해산물도 역시나 절대 놓치지 말아야할 필수코스로 지정이 되어 있었다.
이 책을 통해 새로이 알게 된 많은 맛집 중에서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은 마틴플레이스의 지하 벙커같은곳에 자리한 펍, 프라임이다. 육식마니아로 자부한다는 저자가 맛본 것중 최고의 맛으로, 세상 그 어떤 단어로도 설명이 안된다고 하니 눈이 돌아갈 지경이다. 게다가 값도 저렴! 내가 좋아하는 선택이 될 것 같다.
또, Il Baretto (일 바레토)라는 이태리 레스토랑은 번호표를 받고 기다리는 곳인데 매콤하고 톡 쏘는 개운한 맛의 펜네 아라비타는 세계 최고로 칭송받고, 쇠고기 라자냐와 푸딩 파나코타는 이탈리아가 입안에 살아숨쉬는 느낌을 준다고 한다. 어쩌면 먹거리를 갖고 이런 표현을 할 수 있는지.. 당장 먹어보고 싶게 말이다.
겉핥기식의 아쉬운 관광여행의 기억은 잊고..진정한 시드니의 참멋을 느끼러 떠나보고 싶다.
로얄 보타닉 가든을 다시 산책하고, 울루물루 핫도그를 한입 베어물고, 저녁에는 오페라 하우스 앞 오페라 바에서 공연을 보고 싶다. 그리고, 저자가 시드니를 떠나는 밤을 너무나 아쉽게 하였던 샹그릴라 호텔의 블루 호라이즌 바의 야경도 반드시 보고 오고 싶다.
시드니로 떠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책 같다. 적어도 나처럼 맛집을 좋아하고, 여유를 찾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