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름모꼴 내 인생
배리언 존슨 지음, 김한결 옮김 / 놀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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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풋한 10대 소녀가 불룩한 배를 하고 입을 손으로 가리고 웃고 있다.

내가, 아니 내 주위의 소중한 친구가 아직 어린 학생의 신분인 10대에 임신을 한다면 나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우선 그런 일을 상상해본 적도 없어서 머릿속부터가 하얘졌다. 요즘에는 우리나라에도 이른 10대 엄마, 아빠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또 이 책의 배경인 미국은 아무래도 우리나라보다 더 개방적인 국가라 그런 일이 더 빈번할 수도 있겠지만.. 부모의 입장에서 어린 자녀의 출산을 너그러이 지지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나보다.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마찬가지로 말이다.

 

내 또래 친구들보다도 유난히 더 보수적이었던 나는, (친구들 머릿속에서 난 아마 10년이나 20년 전쯤 사람이었을지 모른다) 이 책을 읽기전에 약간의 선입견이 있었다. 10대 임산부를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하고 말이다. 물론 그들이 아기를 낙태하지 않고 낳겠다 결심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선택인지는 잘 알지만.. 좀더 신중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건.. 내가 보수적이라 그런 것일지 모르겠다.

 

그랬는데.. 책은 생각보다 상당히 유쾌하고 재미있었다.

론다라는 여주인공은 본인 말로는 뚱뚱하고 예쁘지도 않다고 하지만.. 적어도 수학 성적도 몹시 뛰어나고 학교에서 전과목 A학점을 받고, 미국 최고의 공대라는 조지아 공과대학에 전액 장학생으로 추천 받을 정도의 우수한 인재이다. 이런 그녀가 봉사활동으로 과외를 하는 센터에서 같은 고등학생, 그것도 그녀가 경멸하는 학교의 여신~ 사라를 맡아 가르치게 되었다. 사라는 집도 부자인데다가 치어리더를 하고, 엄마는 대법관인 그녀와는 딴 세상 사람이었다. 머리가 비고 얼굴만 예쁜 줄 알았던 사라가..사실은 마음 터놓을 친구 하나 없는 허울뿐인 여신이었다는 거, 그리고 지금 임신 초기라는 사실을 알고 론다는 3년전 낙태의 경험을 한 자신의 일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렇게 둘은 가까워졌다.물론 사라의 오빠 데이비드에 대한 관심도 둘을 가깝게 만드는데 일조했긴 하지만..

 

소설은 그렇게 과거와 현재의 두 10대 임신 경험을 한 여학생의 이야기로 흘러간다.

아버지의 강권에 의한 낙태, 그리고 그 이후로 한번도 안아주지 않는 아빠에 대한 좌절..

10대의 방황의 한계점이랄 수 있는 그런 부분을.. 우리나라 소설에서 미처 다루지 못할 그런 부분까지 민감하게 잘 건드리고 있는 소설 같았다.

 

론다가 가르치는 귀여운 쌍둥이들이 론다를 마름모꼴 론다라 부르자,데이비드는 웃으며 말한다.

마름모는 다른 말로도 표현할 수 있다고.. 그리고 론다는 고민 끝에 그것이 다이아몬드임을 알게 되었다.

소설 중간 중간 수학 천재 론다의 "인생은 곧 수학이라는 함수 관계"로 설명해놓은 공식들이 있는데.. 그녀의 생각과 수학 공식들을 매칭해서 바라보는 것도 재미있다.

 

특히나 맨 마지막 이야기 중에

크리스토퍼-졸업하기 위해 더 이수해야 할 2학점+ 한번의 음주운전= 해병대

라는 공식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최고!

 

고릿짝적 생각을 하고 있는 나였지만, 그래도 책임을 지기 위해 노력하는 10대들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책을 읽기 전에도 다큐에서 그런 아빠,엄마들을 보면서 힘들긴 해도 자신의 아이를 키우는 그 어린 마음이 참 갸륵하단 생각이 들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또 한번 어린 사랑들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느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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