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의 건강 도시락
김주리 지음 / 비타북스 / 2010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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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이 책을 보더니, 결혼하면 자기도 여기에 나온 둥그런 예쁜 스텐 도시락 통을 싸서 신랑에게 도시락을 싸줄거라면서, 준비된 신부감인데 아직 신랑감이 없어 아쉽다고 투덜대었다. 그리고, 책을 쭉 훑어보더니 하나하나 너무나 예쁘고 정성스러운 도시락이라면서 나중에 우리 예쁜 조카 자라면 언니가 틈틈이 도시락도 싸주고 그러란다.  나도 그런 때가 있었다. 결혼 전에는 정말 도시락에 대한 환상 같은게 있어서, 은@이네 초보 요리 같은 카페에 가입해서 다른 사람들이 정성스레 준비한 10단 도시락부터 시작해 엄청난 정성의 도시락 사진들을 보면서, 하고 싶은 메뉴들을 정해놨다. 남.자.친.구.만.생.기.면.정.말.꼭. 해.주.리.라. 맘먹으며 말이다. 롤샌드위치, 베이컨말이김치볶음밥이 몇년전에 대유행했던 도시락 아이템이었다.

 

지금 우리 신랑과 결혼 전 연애하게 되었을때 정말 도시락을 쌀 기회가 생겼다. 당일치기로 일요일에 대천에 놀러갔다 오기로 했는데 어쩌다보니 내가 점심을 준비해가기로 한것이었다. 미리 계획했던 것은 있었고, 롤 샌드위치와 유부초밥(남자친구가 좋아한대서),김밥등을 싸보려고 재료를 준비했는데, 워낙 안해봤던 지라 엄마가 거의 다 해주셨다. 물론 남자친구에게는 내가 했다고 우겼고 말이다. 결혼 후 신랑이 하는 말, 당연히 장모님이 해주신거라 생각했지만, 내가 했다기에 그저 믿는척 웃어주었다 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정성으로 싼 도시락을 해주고픈 마음. 사실 그런 마음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만은 무엇보다도 시간도 없고, 어떻게 하면 예쁘게 빨리 쌀수 있을지 몰라 도시락을 싸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요즘은 학교는 급식, 대부분의 직장도 직원식당이 있거나 아니면 근처에서 다른 사원들과 함께 식사하는 경우가 많아 도시락을 싸는 일이 많지가 않다. 그러나 어쩌다가 정말 도시락을 쌀 필요가 있거나 깜짝 놀래켜 주고 싶을때..그리고 정말로는 신랑에게 "건강"을 선물하고픈 마음으로 집밥으로 도시락을 싸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아기 돌보기 힘들다는 핑계로 집에서도 밥을 소홀히했던 나로써는... 서프라이즈 도시락 이벤트로 신랑을 깜짝 놀래켜주고 싶었던 것이었다.

 

 업무 특성상 혼자서 도시락 먹을 시간도 없고, 오히려 불편하다고 해서..직장에 들고 갈 도시락 이벤트는 하지 못했지만..집에서 만들어주기로 했다.

이 책의 장점은 책을 내기 위한 집필이 아니라, 실제로 남편의 도시락만 수년째 사온 아내의 경험이 무르익어 담긴 소중한 경험집이라는데 있다. 반찬이 세가지면, 그 세가지의 요리법이 하나하나 충실하게 나와 있는 것이다. 남들이 하면 쉬워보이는 요리가 초보 맘에게는 무척 어려울 수도 있는 법, 도시락 책이면서도 다양한 반찬 만들기를 동시에 배울 수 있는 꼼꼼한 레시피들에 감동했다. 요리 팁과 팁 런치박스 등에는 우리가 따로 알면 좋을 그런 정보들이 가득해서, 직접 만든 도시락 만큼이나 그녀의 책에 대한 애정도 가득함을 알 수 있었다. 

 

정말 그녀가 만들어낸 이 책으로 나도 사랑받는 주부가 될 수 있으려나?

소설 책 읽듯이 책을 읽어내려간후에 고민을 했다.

자자, 무엇부터 만들어 볼 것인가?

 

며칠전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코스트코에서 대용량들이 또띠아를 샀다.

피자도 구워먹고, 퀘사디아도 해먹으려고..

그런데, 이 책에 또띠아 말이.. 다른 말로 치킨 케밥 레시피가 나와 있는게 아닌가? 바로 이거다.

재료를 들고 친정에 가서 동생과 함께 열심히 만들었다. 정말 쉽고 간단한 레시피였는데, 쌈채소는 따로 없어서, 양상추와 오이, 당근, 피클, 그리고 양파를 추가로 넣었다. 동생이 자긴 양파가 꼭 들어가야맛있다기에..

그리고 재료 중에 토마토 소스는 있었는데, 사워크림이 없어 걱정이었다. 양념 한가지가 얼마나 큰 맛의 차이를 낼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제법 많은 양을 만들어 친정 식구들과도 나눠먹고..

마침 당직이라 늦게 퇴근하는 신랑 것을 포장하고, 여유분이 남아 근처 사는 친구에게도 갖다 주었다.

 

 친구에게서는 문자가 왔다. 정말 맛있게 먹었고, 고마우잉~ 으로 끝이 나는..

그리고 저녁 늦게 퇴근한 신랑에게 케밥을 짜잔 하고 내밀었더니..

정성이 많이 들어간 모양이라고..너무너무 맛있다고.. 파는 것보다 더 맛있다고 (에이.. 우리 신랑은 말을 너무 예쁘게 해준다.) 손을 추켜세워줬다. 그동안 너무 안해줬나? 하고 반성이 될 정도로..

쉽고 맛있는 레시피.

요리책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 바로 그 점이다.

요리책은 책은 책이되,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보고 맛이 있어야 자꾸 그 책을 더 보게 되고 응용하고 추천도 하게 된다.

이 책의 레시피는 우선 내겐 합격점이다. 사랑받는 아내, 좋은 친구, 그리고 별걸 다 만드는 딸로 만들어줬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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