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미 이타카
김지훈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TV를 보다보면, 특정 쇼프로나 드라마를 제외하고 생생한 체험 정보 등을 주는 프로그램등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소재들이 있다. 주로 맛집과 미식 등이 그것이다. VJ특공대, 무한지대큐 등의 프로그램 등에는 거의 빠짐없이 맛집이 주 화제기사가 되어가고 있고, 그 비슷한 다른 프로그램 들에도 맛집은 거의 메인 기사로 다뤄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맛있거나 없거나 간에 티브이에서 나온 집이라고 현수막이 걸리지 않은 집을 찾는게 오히려 어려운 일이 되었다. 전국 방방 곡곡 맛집이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로 맛있거나 없거나 간에..) 그만큼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가 미식이 되었다는 것을 반영하는 세태이리라.

 

사실 나도 맛집 정보 프로그램들을 즐겨보고, 다른 어두운 기사들보다 독특하거나 새로운 맛집 등을 찾아내는 정보들이 더 유익하고 재미있었다. 나 또한 미식을 즐기는 편이라 더 그랬는지 모른다. 같이 보는 신랑은 "요즘은 너무 맛집 스페셜이라 재미가 없어" 라고 말할 정도가 되었고..

맛있는 집이라면 물론 재료도 좋다고 이야기하겠지만.. 그렇게 홍보하지 않아도 뛰어난 맛을 자랑하는 집이라면 꼭 한번 가서 먹어보고픈 생각이 들곤 하였다.

 

미식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을 건드리며 종국에는  그 한계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모두가 미쳐가는 이야기.. 바로 "더미"이다.

책 소개글을 보고, 표지를 봤을때부터 뭔가 좀 섬뜩한 예감이 들긴 했지만, 읽을 수록 그 섬뜩함은 현실이 되어가고, 울렁거림으로 변해갔다. 채식보다 육식을 좋아하고, 이러니저러니 해서 살도 안빼고 버티고 있던 나로서는 더욱 뜨끔하게 읽을 수 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레인보 아미노산.

의대를 그만두고 존 홉킨스 대학에서 저명 교수 밑에서 비만 바이러스를 연구하던 한국인 생물학자가 뛰어난 업적을 거두었다. 비만 바이러스의 단백질 패턴을 분석해내고, 가축들을 눈에 띄게 살찌울 "레인보 아미노산"을 만들어낸 것이다. 가축용으로만 사용될 줄 알았던 그것이 음식의 풍미를 돋구는 것으로 알려져 식품 첨가물에 무분별하게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인간의 비만화는 무서운 속도로 가속화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말도 안되는..억지 주장. 레인보 아미노산이 두뇌를 좋게 한다는 거짓 논문에 힘입어 분유와 아이들 먹거리까지 레인보 아미노산이 잠식하게 되었다. 일명 맛가루라고 불리게까지 되어 거의 모든 음식을 장악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정체 불명의 고기 "더미"가 레인보 아미노산의 향기를 담뿍 풍기며 너무나 풍부하고 놀라운 맛으로 사람들을 사로잡기 시작하였다. 외계인 고기라는 둥, 중국에서는 삼장법사라는 둥, 별칭도 많이 붙은 이 놀라운 고기. 주인공은 이 고기를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했고, 비만을 퍼뜨렸다는 죄책감에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려 하지만, 엄청난노력에도 불구하고 실패하고 만다. 그의 주변에 있는 여성들. 여신 누리, 요리사 토파즈, 열혈 기자 스피넬 . 그와 주변인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더미 26, 더미 126. 그리고 뉴 타입의 이야기까지..이 책은 우리가 만나보지 못한 새로운 놀라움으로 가득한 책이다. 아내를 웃기기 위해 토막글을 쓰다가 소설을 쓰게 되고, 장르 소설 사이트 문피아의 골든 베스트를 석권했다는 작가. 그의 상상력의 한계는 과연 어디까지인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미래가 이렇게 암울하기만 하지는 않길 바래볼 따름이다.

제발 우리가 정신차리고 살기를..

 

 

"더미는 아랍 신화에 등장하는 신의 이름이죠. 더미는 인간에게 불과 요리, 문명을 전수해주고, 수도자들이 해탈에 이르도록 자신의 살을 베어 나눠주기도 했죠."  26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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