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꿈 맨발의 여행자 - 낯선 이름의 여행지 동티모르의 조금은 쓸쓸하고 조금은 달콤한 이야기
박성원 지음, 정일호 사진 / 21세기북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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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티모르, 어디선가 들어본듯 하나, 내 평생 단 한번도 못가보게 될 것 같은 어느 나라.사실 책을 읽기에 앞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동티모르에 작가가 왜 다녀왔을까? 하는 것이었다. 책을 읽으면서도 그 계기를 찾지는 못했지만, 한달 동안 가이드와 함께 빼곡하게 동티모르를 담아오고 싶었다는 작가의 바램은 읽을 수 있었다.

 

 다만, 가이드라는 사람이 한달간의 긴 휴가를 떠났다가 왔는데, 애인보다 절절히 기다렸던 리토는 변호사이고, 성공한 동티모르인이었다.  리토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파견한 단체인 NGO소속이라 그녀 (위험한 지역인 동티모르로 떠난 이는 당연히 "그"인줄 알았는데, 글을 읽다가 "그녀"임을 알고 깜짝 놀랐다.) 가 한국에서 전해들은 것처럼 자유로이 한달간을 가이드 해줄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 그를 기다리며 오로지 그녀가 도착한 딜리 거리를 열심히 여행한 그녀로서는 맥이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결국 영어는 안 통하지만, 안심이 될만한 가이드의 형을 만나 친구 겸 가이드로 제대로 된 동티모르 여행을 다닐 수 있었다.

 

 카메라만 아니면, 동티모르의 젊은이들처럼 맨발로 뛰어다니며 비를 맞는 자유를 누리고 싶었다는 그녀. 영어는 안 통해도 손짓발짓으로 이야기하고, 그들의 속어 '지그지그'에 강하게 반발할 줄 알았던 그녀. 마치 시처럼, 일기처럼 짤막짤막한 단편단편의 글들이 그녀가 머무는 곳곳의 사진들과 함께 잔잔한 에세이집처럼 다가왔다. 거창한 여행사진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가난하고, 어려운 나라 동티모르에서 그녀가 발견한건..대단한 관광자원이 아닌 사람들의 소박한 마음과 꿈이 아니었을까 싶다.

 


 

내가 나를 위해 밝히는 등불. 내 안의 나를 다독이는 손길. 내 마음을 깨우는 언어.

아주 멀리까지 왔지만 나에게는 조금 더 가까워져서

이 여행이 끝날때쯤에는 내 마음의 한가운데를 걷고 있기를 기도하면서..

126P

 



 


 

낡아빠진 기타를 연주하는 시늉만 하던 소녀의 기타를 건네받아

줄 맞춰준다고 깝죽대다가 줄을 끊어먹고 미안한 마음에 10달러짜리 지폐를 쥐어주었다.

소녀는 깜짝 놀란 얼굴로 돈을 받아들더니 수줍게 미소를 지어보인다.

기타줄이 맞거나 말거나 6줄 온전하게 걸린 기타를 가진 소녀의 행복을

 내가 순식간에 빼앗아버린것은 아닌지.

간섭하지 말고, 비교하지 말고,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라멜라우에서 큰 교훈 하나 얻어 내려간다.

130P



 

작가가 만난 많은 사람들, 스쳐 지나가는 인연, 혹은 대화라도 나눠본 사람들 , 여행기에는 어디어디를 가면 좋다더라 하는 서술이 아닌 그저 그녀가 다닌 곳에서 만난 사람, 풍경 등이 고스란히 그녀만의 간결한 필체로 담겨져있었다.

동티모르를 승리로 이끌었던 김신환 감독님의 유소년 축구팀 선수 상코를 만나고..

아르수라는 아저씨는 경찰 신분이어서 인도네시아 침공때 어머니를 잃고, 아내는 도망가고, 본인은 게릴라로 활동하다가 동생에게 얹혀사는 신세가 되었고..

사진기 모니터 속 자신 모습이 신기해 마냥 사진 찍어 달라던 순진한 마나뚜또의 아이들은 과거 우리나라의 어려웠던 시절의 모습을 연상케했다.

 한국인으로 동티모르까지 봉사활동을 온 예원씨. 중학교 다닐때부터 고아들을 돌봐왔다는 한국인 대학생 예원씨는 농사법을 가르치고 화장실 등의 생활 환경을 개선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다.

내 평생 단 한번이나 가볼까 말까 한 그곳에 어린 나이의 한국인 아가씨가 봉사활동을 하며 밝게 웃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들이 죽은 후 동티모르의 여인들을 위해 제 2의 인생을 시작한 삐에라 아줌마와 고령에 오지까지 부임해 온 신부님까지..

 

영어를 못하는 가이드 에디와 함께 한 동티모르의 여행.

그녀가 담아온 동티모르의 이야기는 내 안에 잔잔한 울림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그녀가 누구보다 행복한 여행자였노라고 믿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녀의 책을 읽은 나 또한 마음의 평안을 얻은 행복한 독자가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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