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알드 달의 발칙하고 유쾌한 학교
로알드 달 지음, 퀀틴 블레이크 그림, 정회성 옮김 / 살림Friends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떤 내용일지 정말 궁금했다.
이 책의 저자 로알드 달은 바로 조니 뎁이 주연해 유명한 영화였던 "찰리와 초컬릿 공장"이라는 재미난 동화를 쓴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의 어릴적부터 20세무렵까지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긴 책, 발칙하고 유쾌한 학교를 만나보았다.
 
재미없는 자서전이나 일대기는 쓰지 않겠다. 다만, 환갑이 넘은 지금에까지 생생한 어릴 적의 일들, 학교에서의 사건들이 잊혀지지 않아 이 책을 쓰게 되었노라고 이야기를 한다. 전부 실화라는 부연설명과 함께.
 
표지때문이었는지, 제목때문이었는지 조그만 악동이 벌이는 귀여운 사건 사고만을 떠올리며 읽었다가, 물론 그런 사건들도 있었지만, 순진하고 마음 착한 소년이 겪게 된 불운한 체벌과 학교 폭력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제법 많아서 놀랍기도 하였다. 어두워 보이는 영국 기숙학교의 실상을 사실 그는 유쾌한 사람이라 그런지 그렇게 어둡게만 그려내질 않았다. 물론 구타 장면은 정말 내가 매를 맞고 있는 양 생생하게 그려냈지만 말이다.
 
나 어릴적에도 잘못을 하면 학교에서 선생님께 '사랑의 매'를 맞는건 당연하게 여겨지는 일이었다. 다행인 것은 억울하게 매를 맞거나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공부를 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작가도 인정할 수 있을만한 체벌이면 아파도 수긍이 되었을텐데.. 정말 아무 잘못도 없이, 혹은 정말 못된 선생님인 하드캐슬 대위나 사감선생의 억지에 의해 억울한 매를 맞게 되었던 일들은 그 아팠던 기억과 더불어 마음의 상처로 남았을 것이다.
 
1916년생인 로알드 달의 이야기인지라 우리보다도 한참 전인 수십년전의 영국의 이야기가 나온다.
예를 들어 처음으로 드라이브를 하게 되었는데 운전면허를 따기는 커녕 자동차를 배달해준 사람에게 삼십분간 두번만 교습을 받아도 드라이버가 될 수 있는 세상에 그는 살았다. 그런 정말 "초보"운전자인 누나가 운전하는 차로 첫 드라이브를 나갔다가 사고를 당해 작가만 코가 완전히 떨어져나갈 정도의 부상을 입었다. 다행히 이때는 마취를 하고 수술을 받았지만, 더 어려서 받았던 아데노이드 비대증 수술은 마취제도 없이 그대로 칼이 입안에 들어와 살덩이를 떼어내고 그대로 걸어서 집에 돌아가기도 하였단다.
 
잔인하게 아이를 때리는 교장선생님들(한 학교가 아니라 그가 다닌 모든 학교의 교장선생님들이 그러했다. ) 중에 랩턴의 교장선생님은 나중에 주교에 오르고, 캔터베리 대주교에까지 이르러 엘리자베스 2세의 머리에 왕관을 씌우기까지 하였단다. 작가가 종교에 회의를 갖게 된것은 바로 아이를 심하게 대하고도 죄의식을 갖지 않는 사람이 하나님의 사람으로 부름을 받는 등의 상식 밖의 일들이 일어나서였다고 한다.
 
사탕을 좋아하던 어린 시절, 너무너무 꼬질꼬질한 사탕가게 주인할머니를 놀리기 위해 죽은 쥐를 사탕 병에 넣었다가 교장 선생님께 심한 매를 맞고,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영국 기숙학교에 들어가 심한 향수병에 걸리기도 하고..고작 9세의 어린 나이에 말도 안되는 누명으로 또 교장선생님께 모진 매를 맞고.. 누나의 약혼자의 거들먹거림이 얄미워 작은 장난을 쳐서 그를 놀래키기도 하고, 상급학교인 렙턴에 들어가서는 선생님 뿐 아니라 선배들에게도 무수히 혼쭐이 나 선배들의 똘마니로 살아야 해서.. 때로는 변기를 데우는 따뜻한 엉덩이 똘마니로 고정 활용되기도 하였던 그의 학창시절.
 
나이가 든 지금에 이르러서도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딱딱한 의자에만 앉으면 그때의 그 매맞던 일들이 생각나 경직되게 된다는 슬픈 추억을 간직한 로알드 달.
아픈 추억인데도, 어쩜 그는 이렇게 솔직하면서도 유쾌하게 적어낼 수 있었을까.
역시 로알드 달이라 달랐단 생각이 들었다.
 
정말 자서전을 읽은 느낌이 아니라, 그분의 일기장을 살짝 들춰본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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