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신발 - 아버지, 그 진달래꽃 같은 그리움
박원석 지음 / 소금나무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아버지의 자식과 손주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그리고, 또 그분의 선생님으로서의 제자들, 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가없는 사랑을 느끼게 한 책, 아버지의 신발을 읽었다.

 

이 책은 같은 제목으로 2005년에 출간되었다가, 많은 사람들의 권유로 원 작가명을 밝히고 다시 2009년에 출간된 작품이다. 방송작가이자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원석님의 책으로 제일 먼저 읽어본 책은 물음쟁이 생각쟁이 논리쟁이라는 아이들을 위한 전집이었다. 그 책을 읽으며 참 박학 다식하신 분이로구나 생각을 하였는데, 이번에는 아버지의 자서전 격인 아버지의 신발을 읽게 되어.. 박원석님과 그 아버님에 대해 좀더 잘 알게 되는 계기가 된 듯 하다.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계시는 아버지.

그 아버지의 일기장을 발견하고, 일기장을 읽다가 자신의 어릴 적에 받은 사랑과 일기장의 내용을 같이 더불어 기록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작가의 아버지분은 정말 참 스승이라 할 만한 분이셨다.

일제 시대에 태어나, 제때 초등학교를 다니지 못해.. 일본으로 건너가 초등교육 2년과 중등교육을 마치고 돌아왔다. 바로 일제 징집명령을 받기 위해서였다. 어린 나이에 사지로 내몰린것이나 다름없는 군대로 끌려가 훈련소부터 시작해서 처절한 고생을 하였으나 고지식하고 무던한 성격 덕에..아니 사실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가호 아래에 남들과는 다른 편안한 군대 생활을 하고 광복을 맞이하였다.

광복을 맞던날이 바로 전장터로 끌려갈뻔한 바로 그 날이었던 것. 

 

우여곡절끝에 교사가 되어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었는데, 그 또한 천직이라 아이들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은 정말 남달랐다. 어려운 형편에도 도시락을 더 싸다가 아이들과 나눠먹고, 아픈 아이들은 약을 발라주고, 씻지 않은 아이들(어려운 때라 부모가 아이들을 챙길 여력이 없는때였다한다.) 은 냇가에 가서 손수 씻겨주었다.

 

우리 아버지 또한 평교사로 올해 정년퇴임을 맞으셨다. 총각교사시절부터 결혼 후까지 시골 아이들을 챙기시느라 밥도 거둬 먹이시고, 학교 숙직실에서 늦은밤까지 아이들을 가르치시느라 아버지 반 아이들은 항상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였고, 적은 월급에서도 학생들을 위해 따로 학비를 보태주실 정도로 아이 사랑이 남다르셨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나 또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천성적으로 아이들을 사랑한 터에 모든 것을 아이들을 위해 바치다가, 어쩔수없이 사표를 제출하고서는 거의 삶의 낙을 잃어버리신 작가분의 아버지.

평생을 교단에 서계시다가.. 올 초에 퇴직하시고서, 그만 쉬셨으면 좋겠는데도.. 하루하루 매일같이 일을 찾아서 하시는 근면하신 우리 아버지.

 

두 분은 천생 선생님으로 태어나신 분이 아니신가 싶었다.

그리고, 아이들을 사랑하시는 그 맘도 너무나 같이 느껴졌다.

작가의 아들 환이를 정말 금자동아 은자동아 돌보셨다는 작가분의 아버지처럼..

우리 아버지도 그렇게 첫 손주인 채성이를 예뻐해주셨다.

아니, 지금도 채성이가 거의 유일한 낙이라 하신다.

 

백일까지 낮에 천기저귀를 썼는데..

어느날 똥을 싼 그 천기저귀를..아버지께서 묵묵히 손수 손빨래를 하셔서 무척 놀랐던 기억이 난다.

아무리 예쁘다고 해도 손주의 똥기저귀인데.. 그마저도 예쁘다 하셨다. 우리 손주 똥도 예쁘게 잘 눈다고.. 워낙 엄하신 성격이셔서 자식에 대한 사랑을 밖으로 표현하시는 법이 드물었기에 우리가 자랄때는 아버지의 남다른 사랑을 직접 느껴보진 못했었다. 그래서인지 손주에 대한 아버지의 무한한 사랑을 느낄때마다 깜짝 깜짝 놀라곤 한다.

 

젖이 부족해 달래지지 않은 아이의 칭얼거림이 심하던 백일 즈음의 무렵에도..

너무 어려 업기도 힘들었던 그때에.. 오로지 아버지 품안에서만 희한하게 안겨서 잠이 들었다. 몇시간이고 같은 자세로 아기를 안고 계시는게 무척 힘드셨을텐데도 고단하다 한마디 안하시고 같은 자세로 아기를 안아 재워주셨다. 내려만 놓으면 바로 깨는 민감한 아기였기때문에 재우기 위해서 몇시간이고 아버지께서 안고 계셨다. 사실 손주가 예뻐서기도 하셨지만, 매일같이 날을 새워가며 아기를 봐야했던 딸에 대한 사랑으로 그렇게 해주셨음을 내가 왜 몰랐을까..

나중에 좀더 커서는 할머니 등을 워낙 좋아해서 어부바를 사랑하게 되었지만..

그 전에는 할아버지가 유일하게 재울 수 있는 분이셨다. 엄마 쭈쭈를 제외하곤 말이다.

 

양가어머님들도 아버지의 그런 손주 사랑이 신기하다 하셨는데..

작가분의 아버지 이야기를 읽으며.. 아, 이런 분이 또 계시구나..하였다.

우리 아버지도 우리 어릴적에 말 않고, 표현 안하셔서 그러시지..얼마나 아끼고 사랑하셨을까..

 

지금 손주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의 눈길을 보면서..

그 사랑을 대신 가늠해본다.

그리고, 더 늦기 전에 아버지께 더욱 잘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의 신발을 읽으며..

후회하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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