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당신은 모른다 - 사춘기 아들과 펭귄엄마의 뒤뚱뒤뚱 소통 여행
정미희.박준 지음, 박종우 사진 / 청년정신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나와 준이의 관심사가 다르다는 걸 알면서도 그러거나 말거나 내가 하고 싶은대로만 했다.

'그래도 얻는게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이제 와서 되돌아보면 이 모든 것을 나 혼자 찾고 그저 통고하는 방식이 아니라

과정부터 함께 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삶이란 결과 못지 않게 과정도 중요한 것.

225p

 

아들이 루소의 에밀처럼 커주기를 바라며 15년 동안 40여 나라를 함께 여행했던 엄마. 여행을 통해 아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 엄마는 어느 날 아들의 생각이 전혀 달랐음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여느 평범한 여행기와는 다르다. 여행 프로그램, 세계 오지의 다큐멘터리 등등을 제작하는 남편 J와 여행을 무척 좋아하는 아내인 나. 둘은 여행을 계기로 만나 결혼 후에도 끊임없이 여행하고, 여행이 곧 일이자 삶이 된다. 그리고 그 사이에 태어난 준 역시 돌때 뉴질랜드 목장을 기어다니게 할 정도로 어려서부터 엄마, 아빠의 수많은 여행길에 함께 하며 자랐다.

 

꼬마 준은 초등학교때부터 쓰기 시작한 일기에 해외 여러 곳을 여행하며 보고 들은 것들을 그림도 잘 그려넣고, 나중에는 엄마의 여행기가 따로 필요없을 정도로 일취월장한 문장력을 갖춘 똘망똘망한 소년으로 자라났다. 그리고, 여행 못지 않게 아들을 사랑하는 엄마, 아빠는 항상 아들과 함께 하는 여행을 통해 아들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을거라 기대하였다. 물론 꼭 그렇지 않다고 해도 남들처럼 초등학교, 중학교때부터 공부에 목맬 필요없이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게 공부일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중학교에 들어선 준이의 성적은 뒤에서 순위를 세는게 빠를 정도로 바닥을 쳤고, 그저 엄마가 시키는 것들만 마지 못해 하곤 하던 준이는 더이상 부모님의 의견을 잘 따르는 예전의 아이 준이 아니었다. 사흘에 한번 꼴로 부모님과 말다툼을 하고, 반항하고..부모에게도 준에게도 하루하루가 지옥같은 삶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준은 드디어 가족여행에서 빠지겠다는 통보까지 하였다.

 

그리고, 그의 사춘기 시절의 고뇌가 적힌 쪽지에는  "엄마, 당신들은 나를 모른다"가 적힌 쳇바퀴같은 삶과 찍어누르는 삶에 지쳐버린 아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또한 아들은 숱하게 다녔던 여행을 이렇게 평가했다.  "여행은 여가의 탈을 쓴 강제적 여행이었다"며 "여행은 내게 소양과 지식, 경험을 주면서 동시에 마음 깊숙이 반항심을 심어주었다" 라고 말이다.

 

나또한 여행을 무척 좋아한다. 사실 좋아는 하지만, 남편이 시간이 많지 않아 결혼 후 해외여행은 신혼여행을 제외하곤 한번도 가보질 못했다. 그래서, 저자와 아들의 여행, 그것도 세계 곳곳, 남들이 가보지 못하는 많은 곳을 여행한 그 후기와 사진들을 보며 무척 부러웠고, 내 평생 한번 가볼까 말까한 그 곳들의 멋진 모습과 이야기에 내가 그 곳에 가 있는 양 설레고 흥분되기도 하였다.

지금은 아니라도, 이렇게 많고 멋진 곳은 아니더라도 아이도 좀더 자라고 신랑도 휴가낼 여유가 생기면 가까운 동남아부터 시작해서 조금씩은 다녀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말이다.

 

여건만 된다면 나도 방학때마다 아이와 이렇게 여행을 다녀보고 싶었는데.. 부모의 기대와 달리 아들이 느낀건 깊어진 반항심과 외국인에 대한 더욱 강렬한 거부감이었다고 하니.. 내 생각을 너무 아들에게 주입하는건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여자와 남자가 다르고, 게다가 아들과 나는 세대차이까지 겪을테고.. 엄마와 아들이 겪는 사춘기의 갈등은 저자뿐 아니라 사춘기 아이를 둔 엄마들이라면 누구나 고민할 문제가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그 심각성을 미리 경험하고 놀라게 되었고 말이다.

얼마 전 읽었던 소설에서 딸이 엄마에게 그런 말을 하였다.

"엄마가 내게 모유 수유를 오래 한것은 알아. 하지만, 이제 그만 탯줄을 끊어."

엄마의 많은 관심이 부담스러워진 딸이 자유를 선언하며 엄마에게 한 말이다. 그 말이 그때도 무척 가슴아팠었는데.. 아직 어린 아기를 둔 나도 이러할진대..지금 사춘기 자녀를 둔 엄마 아빠들이 이 책을 읽으면 얼마나 통감할까?

 

너무 가족과 붙어있어서 힘겨웠다고..자신의 인생은 15세부터 시작되었다고 선언한 아들.

그리고,아들과 가까워지려 해도 가족보다는 친구에게 더 관심을 갖느라 자꾸 멀어져가는 아들을 보며 어릴때 아들이 원할때 좀더 놀아주고 관심 가져줄걸 하고 엄마는 후회한다.

나 또한 어린 아들이 24시간 붙어 지내며 책을 읽어달라고 내밀고, 놀아달라고 안겨오고 할때마다 막상 집안일 하랴, 또 시간나면 책도 읽고 인터넷도 하고 싶어서 아기의 바램을 외면할때가 있어 뜨끔한 이야기였다.

 

언젠가 아들이 자라 독립할 준비를 하느라 반항도 하고, 엄마에게 멀어져 갈 그 날이 올거라는 걸 알면서도..알면서 외면했던 이 엄마의 마음이 들켜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멋진 여행기와 사춘기 아들과의 갈등 문제를 다룬 에세이.

엄마 당신은 모른다는 한번에 두 가지의 재미와 감동을 얻은 그런 책이 되었다.

그리고.. 나도 우리 아들이 자라 내게 머나먼 괴리감을 느끼지 않도록..엄마의 마음을 너무 강요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 또 다짐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