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늦기 전에 부모님의 손을 잡아 드리세요
이상훈 지음, 박민석 사진 / 살림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는 아기, 그리고 옷을 입혀놓으면 엄마 눈에는 마치 인형보다도 더 예쁜 듯한 내 사랑스러운 아기. 비싸진 않아도, 예쁜 옷 정성스레 장만해 아기에게 입히는 것이 나의 큰 낙이 되었다. 신랑에게도 이리 저리 자랑하고, 부모님께도 아기 옷을 입혀 보여드리며 예쁘다 예쁘다 해주시는 말씀을 들으면 그렇게 흡족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신랑과 부모님 모두 네 옷은 사지 않냐고들 하셨다. 아직도 늘어진 수유티에 헐렁한 옷만 입고 다녔기 때문이리라.

 

어제도 아기 새 옷을 입히고 행복해하는 내 모습을 보며..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예쁘지? 네 아기.. 엄마에게는 너도 내 자식이란다. 아기처럼 너도 네 옷 좀 예쁘게 입었으면.." 하고 말씀하시는데 괜찮다 괜찮다 하던 내 마음이 갑자기 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얼마전  동생이 ..언니가 아기 낳고 나서 총기도 흐려지고, 눈물도 많아졌다더니.. 바보처럼 혼자 글쓰며 또 눈물 흘리고 있다. 그저 부모님의 사랑은 그렇게 떠올려보기만 해도 눈물나는 것을..

 

그렇게 순간순간 감사드리고 감동받고 하면서..

왜 난 정작 부모님 앞에서는 툴툴거리고, 중간에 말 자르고 나 하고 싶은 말만 하고 그러는건지..모르겠다. 정말 내 속을..

 

결혼 후 모 포털에서 우연히 당첨된 춘천 당일치기 관광여행이 있었다. 동반 1인이었는데, 신랑은 근무하는 토요일이었고, 마침 아버지께서만 하루 일찍 방학을 하셔서 아빠, 오빠, 나만 시간이 되었다. 남자 두분이 다녀오시라고 하니 더 멋적어 하셔서 생애 최초로 아빠랑 나랑만 다녀오는 여행이 되었다.

그때 정말 아빠가 얼마나 좋아하셨는지 모른다. 어렸을적엔 내가 먼저 태워달라고 졸랐을 백조도 먼저 타자고 해주시고.. (아이들 딸린 4인 가족 말고 백조 탄 팀은 우리밖에 없었는데도..)환하게 웃으시며.. 무척 좋아하시는 모습에 정말 내가 부끄러워질 지경이었다.

 

춘천은 처음이시라는데..

나는 참 자주 가본 곳이었는데 말이다. 왜 아버지랑 단 둘이 여행 올 생각을 못했을까.이렇게나 좋아하시는데..앞으로 좀더 자주 아버지와 여행할 기회를 갖고 싶었는데..

결혼한 딸.. 그리고 그 후로 아기엄마가 된 딸이 시댁에 더 충실하라고.. 그리고 우리끼리 오붓하게 다녀오라고.. 부모님 모시고 여행가겠다 말씀드리면 손사래부터 치신다.

 

결혼 전에 더 잘해드렸어야했던 건데..

지금이라도 양가 부모님 모두 모시고 여행 다니고 싶은데.. 모두들 괜찮다고만 하신다.

 

 

더 늦기 전에..

부모님은 항상 우리 곁에 천년만년 계셔주시지 못한다.

그러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음을 우리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아니, 더욱이 나는 부모님 없는 삶을 생각할 수가 없다. 많이 편찮으실때.. 혹여 그럴 수도 있을까? 라고 생각해보려다가도 인생의 종말도 그보다 두렵진 않을 것 같아서 머리를 젓고 그 상상을 없애버리곤 한다.

 

하지만, 정말 더 늦기 전에..

지금 돈 모아 나중에 효도 해야지.

지금 못한 말 나중에 잘 해드려야지.

지금은 아니고..나중에..나중에..

 

나중에라는 건 없다는거..

부모님께 효도하는 일을 나중으로 미루면..정말 후회한다는거..

이 책을 쓴 이상훈님도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손 한번 잡아드린적이 없었음을 너무 늦게 깨달아.. 우리는 그러지 말라며 미리 알려주고 있다..

 

소중한 은비녀를 팔아 손녀의 눈깔사탕을 사주신 할머니.

평생 하나뿐인 반지를 달라는 손녀에게 선뜻 내어주신 외할머니.

철없는 아들이 졸라대고, 흘겨보는 것에 마음 아파하시다 수십리 출퇴근하는 자전거를 팔아 그 어렵던 시절에 티브이를 사주신 아버지.

자식이 걷는 길에 손은 잡아주지 않았어도 혹여 넘어질새라 길가의 돌멩이를 보이지 않게 미리 다 치워주셨던 무뚝뚝한 사랑의 아버지.

광목천 하나로 방을 갈라, 자식의 공부방을 만들어주며 미안해하신 어머니.

빚갚을 돈 다 들고 도망간 아들을 원망치 않고, 이 추운 날 그 돈 없으면 어쩔뻔했냐고 아들을 두둔한 어머니..

 

책 속에는 그저 자식에게 무한한 애정을 품으시고, 사랑해주시는 우리의 부모님이 살아계신다.

작가의 마음 속 아버님은 곧 우리의 아버지가 되어주시고, 자식들에게는 우리가 미래에 그런 모습이 되어주리라.

내리 사랑이라는 말로 자식에게만 쏟는 애정을 정당화해서는 안되겠다.

부모님들이 너희들끼리 행복하면 된다. 아기만 잘 키워라 하시며 계속 돌봐주시고 사랑해주시는 그마음에 그저 받기만 하고 감사드리며 보답할 줄 몰랐던 우리.

이제는 정말로 늦기 전에..

작은 사랑이라도 하나 둘씩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나온 대로 하나씩 하나씩..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