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정말 쇼비뇽 블랑같은 오후였어 - 연극보다 드라마틱하고 와인보다 향기로운 43가지 인생 레시피
신리 지음, 이희숙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오빠랑 유모차를 밀고 산책을 나갔다가 이야기를 했다.

"그날은 정말 쇼비뇽 블랑 같은 오후였어"를 읽었어.

"쇼비뇽 블랑이 뭔데?"

"와인이야."

"달콤한거?"

"아니, 드라이한 화이트와인. 저자가 싱그럽고 상큼하다는 의미로 한말이야.

에고.. 내가 책 읽고 보통은 그게 뭔지 기억 못하는데 이건 기억해 다행이다. 오빠가 물어봤을때 책 읽고 제목도 몰랐으면 어쩔뻔했어."

 

사실 난 와인에 대해 잘 모른다. 와인뿐 아니라 술에 대해 전반적으로 잘 모른다. 맛도 모르고,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하지만, 어쩐지 와인은 일반 술과는 좀 다른 느낌이 든다.

예전에 직장 동료였던 한분은 무척 와인을 좋아했다. 친구분과 둘이서 와인한병을 시키고, 키핑을 시키고 싶었지만 항상 다 먹고 오게 되었다고 이야길 했다. 그냥 분위기려니 하고서.. 난 와인을 시켜도 그 맛을 잘 음미할 줄 몰랐다. 특히나 달콤한 아이스와인이 아닌 일반 시금털털한 와인은 더더욱..

 

마치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듯한 나즈막한 목소리의 에세이.

그리고 너무나 예쁜 표지와 글에 어울리는 멋진 그림과 사진들.

읽고 있으면 마냥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책을 읽었다.

 

와인은 잘 모르지만, 인생은 알 것 같은 그런 느낌.

 

이름이 그 사람의 제목이잖아.

누군가를 만나면 그 사람의 이름을 먼저 읽는 거지.

처음 받은 대본의 제목을 읽는 것처럼.

그리고 그 사람을 겪어가면서

그의 삶을 내 마음이 읽어가는 거야

한 장 한 장 넘기며 그 작품을 몸에 담는 것처럼

70p

 

저자 신리는 미국에서 연극배우활동을 하던 분이었다.

지금은 우리나라 서래마을에서 와인바 "맘마 키키"를 원경이란 분과 운영중이다. 따뜻한 부엌같은 주방에서 만드는 요리들. 연극의 뒷무대 같은 부엌에서 그들은 새로운 주연으로 활약을 하는 듯 하다.

오고 가는 손님들을 보며, 이야기하고 그들을 떠올리고, 책속에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었거든

다 알고 있는 말이어도....

진리는 하나라고 했잖아.

단지 자꾸 잊어버리기때문에.

누군가 옆에서 속삭여주는 거랬어.

그게 좋은 길동무라고..

81p

 

친구같은 아들, 알렉스의 엄마이자 편안한 선배같은 느낌의 카페 주인.

그 앞에서 사람들은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어릴 적 "쟤가 그애"라고 불리웠다는 이는 아버지가 60이 넘어 낳은 아들이었기에 어릴적에 꼬리표처럼 그렇게 불리웠다. 항상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이름대신 수군거림을 들었던..

쟤가그애.. 그 말이 왜 그렇게 가슴아프게 느껴졌을까. 이름 대신 그렇게 불리울 수 있다는거 미처 생각지 못했었다. 그리고, 그 분은 지금 60이 넘은 나이로 카페를 찾았다가 주인의 권유로 연극 무대에 실제로 서기도 하였다. 버스 운전사 역할로 말이다.

 

정말 조곤조곤한 느낌..

손님과 사장으로 만나는게 아니라 내 이웃, 내 친구를 찾아가 대화를 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몇십커플이 탄생했고, 또 많은 이들이 결혼을 하였다.

카페에는 아마 사랑과 평안함이 흐르고 있나보다.

와인을 이야기하고, 음식을 이야기하고 그리고 인생을 이야기한다.

연극할때의 인생 그리고 카페에서 만난 인생들..

 

아늑한 느낌의 표지만큼 따뜻한 에세이.

신리의 그날은 정말 쇼비뇽 블랑같은 오후였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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